‘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는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등 주변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역 경제와 산업 동향,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 등 현지에서 주목하는 이슈들을 깊이 있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자료 : Vulca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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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최근 새 인공지능(AI) 기업 xAI를 출범했습니다. “우주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겠다”며 AI 경쟁에 뛰어든 것이죠.

xAI 출범으로 머스크가 현재 운영하는 회사는 총 6개로 늘어났습니다.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지하터널 건설회사 보링컴퍼니, 생명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입니다.

머스크의 창업 이력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1994년 첫 번째 회사인 인터넷 기반 정보제공업체 집2(Zip2)를 설립해 3억달러에 매각했습니다. 이후 1999년 뱅킹플랫폼 엑스(X)닷컴을 차린 후 페이팔과 합병해 2002년 이베이에 15억달러(2조원)에 매각했습니다.

회사 매각을 통해 큰돈을 손에 쥐었지만, 머스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자금으로 또다시 테슬라모터스를 차렸고, 전기차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죠. 이와 함께 스페이스X를 세워 화성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보링컴퍼니를 통해 지하터널을 뚫고 초고속 수송시스템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뉴럴링크에선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다양한 부문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연쇄창업가입니다. 머스크가 성공한 연쇄창업가로 세계 경제와 산업의 앞단에서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BBC 등의 최근 분석 기사와 과거 머스크의 언론 인터뷰 등을 종합해 머스크의 성공비결을 6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이는 머스크의 경영스타일이기도 합니다.

(1) 거대한 목표를 세워라

xAI의 창립 목표는 “우주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범용인공지능(AGI)를 설립하겠다고 머스크는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픈AI와 구글 등 다른 차원과 차별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AI를 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머스크의 목표에 ‘우주’는 단골 단어입니다. 스페이스X의 목표는 ‘화성 도시 건설’입니다. 라스베이거스 지하에 터널을 뚫은 보링컴퍼니는 자율 전기포트 탑승한 승객을 튜브를 통해 시속 600마일이 넘는 속도로 이동시키는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미래 운송수단은 향후 화성에서의 이동수단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모든 사업이 ‘화성 이주 프로젝트’라는 한 가지 목표에 수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머스크는 연쇄창업가임과 동시에 하지만 우주를 지향하는 모험가이기도 합니다.

머스크는 이처럼 메가 프로젝트를 표방하며 회사를 설립해 세상의 호기심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거대한 목표는 엔지니어들에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도 합니다. 머스크가 내세우는 목표를 사람들이 헛소리로 치부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이미 테슬라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페이스X도 NASA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수천개의 위성을 쏘아 올렸고, 대형우주선 스타십 궤도 비행 추진 등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이버트럭 첫 생산 기념 사진을 찍은 테슬라 직원들.  /자료 : 테슬라
사이버트럭 첫 생산 기념 사진을 찍은 테슬라 직원들. /자료 : 테슬라

(2)나노 관리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들의 규모는 물론 가치도 천문학적입니다. 테슬라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도요타와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를 합친 것보다 큽니다. 이렇게 기업이 성장한 지금도 머스크는 경영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머스크가 “테슬라의 모든 신입사원 채용을 직접 승인하고 싶다”고 밝힌 건 유명한 일화죠. 스페이스X 설립 초창기에도 직원 3000명을 한 사람씩 직접 면접해서 채용했다고 합니다. 회사가 커진 후에도 엔지니어에 대한 집착은 여전합니다. 6개 기업을 전 세계에서 운영하면서도 주요 의사결정 및 결재를 직접 하는 머스크의 경영능력 덕분에 문어발처럼 늘어난 기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머스크 본인도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나노 관리자’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2020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시 머스크는 “내 업무를 위임할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지난 20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이륙했다.  /사진=스페이스X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지난 20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이륙했다. /사진=스페이스X

(3) “실패는 필수”

지난 4월 스페이스X의 대형우주선 스타십이 지구궤도 시험비행 때 폭발했습니다. 당시 머스크는 “배운 것이 많았다”고 말했죠. 이날 확보한 데이터를 개선해 다음 발사 때 성공확률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죠. 이 밖에도 머스크는 숱한 실패와 위기에 직면해왔습니다. 우주선 발사 실패와 폭발은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많았습니다. 테슬라도 설립 초기 고객에게 약속한 차량을 인도하지 못해 사기꾼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굴하지 않고 끝내 해결책을 찾아내 난관을 극복했습니다. 지금도 이런 과정에 서 있습니다. 혁신은 거저 이뤄지는 게 아님을 그 누구보다 머스크가 잘 알고 있는 것이죠.

머스크는 직원들에게도 달성하기 어려운 일을 맡기고 해내도록 유도하는 경영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 자신도 날마다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는 마당에, 직원들이 안주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을 겁니다. 스페이스X의 전 인재 확보 책임자인 돌리 싱은 비즈시느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아몬드는 압박 속에서 만들어지며 머스크는 마스터 다이아몬드 제작자"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머스크도 압박받는 쪽에서 얼마나 짜증 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가 계속 열을 가한다면 당신이 당신의 기대를 뛰어넘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의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도전하고 그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도록 밀어붙인다”며 “어떤 면에서 정말 훌륭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4) 일벌레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 6개 회사의 사무실을 둔 나노 관리자가 일벌레가 아닐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1년 내내 일하는 머스크는 주 100시간 이상 일하는 일 중독자로 유명합니다. 본인 자신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1년에 2~3일 정도 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루 수면시간은 6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2018년 8월 영국 가디언지는 “머스크가 테슬라 모델3 생산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주당 120시간을 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책상 밑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고 합니다. 같은 해에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생일을 테슬라 사무실에서 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자료 : 테슬라
자료 : 테슬라

(5) 불도저

머스크는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밀고 나가는 스타일입니다. 그만큼 자기 능력과 판단에 대한 확신에 차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독재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작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전체 회사 인력의 75%가량을 감축하고 유료화도 단행했습니다.

테슬라에서도 회사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직원을 거침없이 해고하기도 합니다. 머스크는 2018년 이메일을 통해 테슬라 직원들과 경영철학을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일반적으로 회의가 더 적고 짧아야 하며, 기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떠나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는 “당신이 회사에 가치를 더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 바로 회의에서 나가거나 전화를 끊는다”며 “떠나는 것은 무례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회의에 머물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이 무례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관리자들에게 명시적인 지시를 이메일로 보낼 때 진행할 방법은 3가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는 머스크가 왜 틀렸는지를 설명하거나, 두 번째 머스크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위의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수행하지 않는다면 해당 관리자는 즉시 사임을 요청받을 것”이라고 그는 썼습니다.

(6) 즐겨라

실리콘밸리 연쇄창업가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키운 뒤 매각해 큰돈을 벌었지만 그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다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회사를 차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자기 일이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고,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다는 성취감이 주는 행복 때문이죠. 일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인데, 머스크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머스크의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들이 있지만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돈을 벌고 싶었다면 트위터를 사지 않았고, 화성에 로켓을 보내려고 하지도 않고, 전기차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돈이야 그 전에 이미 페이팔 매각으로 충분히 벌었으니까요.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 행복감을 찾는 건 실리콘밸리 연쇄창업가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합니다.

머스크가 즐기는 사이 그의 자산은 빠르게 불어났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스페이스X는 현재 1500억달러(193조3000억원)의 가치가 있어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이 됐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머스크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라 순자산 2540억달러(315조8000억원)로 다시 한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자리에 올랐습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