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폭탄' 맞은 美 기업들…이자비용 22%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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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급등하는 이자비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년 3개월 간 이어진 긴축 사이클의 여파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출을 갚고 인건비를 절감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동결 후 추가 인상을 시사하자 기업 재무 담당자들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이날 블룸버그는 금융정보업체 켈크빈치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 기업 약 1700곳의 1분기 이자비용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 증가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통신기업 버라이즌의 1분기 이자비용은 12억1000만달러(1조5518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7억8600만달러) 대비 54% 급증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애플의 1분기 이자비용은 9억3000만달러로 6억9100만달러였던 전년 동기보다 35% 늘었다. 아마존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1분기 4억7200만달러에서 올해 8억2300만달러로 74% 급증했다.
중고차 판매기업 카바나의 이자비용은 1억5900만달러로 전년 동기(6400만달러) 대비 증가율이 148%에 달했다.
높은 이자를 떠안게 된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일부 부서에 대한 보너스를 연기하고 고용을 축소했다. 카니발은 부채를 상환하며 대출부담을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카니발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18억달러를 갚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회계컨설팅기업 PwC의 신탁솔루션 사업부 공동대표 웨스 브리커는 “기업들은 부채 구조조정 외에도 배당금 지급 시기와 기타 지출 결정을 검토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자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Fed가 통화긴축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Fed는 지난해 1분기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10회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0.0~0.25%였던 기준금리는 지난 3월까지 4.75%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Fed는 이날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추가 인상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Fed가 공개한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에 따르면 Fed는 올해 말 금리 수준을 5.6%로 예상했다. 현재 5.0~5.25% 수준보다 0.5%포인트는 높다.
월가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Fed가 높은 수준의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게 더 많은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에게도 급증하는 이자비용은 골칫거리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뿐더러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신규 사업 확장도 쉽지 않다. 미래 신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만 고금리를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리가 높아진 만큼 현금 보유량이 여유로운 기업들은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보유한 현금을 단기 투자해 이자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워너브라더스의 재무 담당자 프레이저 우드포드는 “높은 금리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며 “우리는 현금 보유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할인된 가격으로 채권을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