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왼쪽)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  /로이터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왼쪽)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 /로이터
국제 유가는 23일(현지시간) 3% 넘게 빠졌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국가 신용 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고 산유국의 추가 감산 가능성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3.38%(2.51달러) 하락한 배럴당 71.83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이 하락한 건 4거래일 만이다. 하루 낙폭으로는 이달 3일 이후 최대치다. WTI는 지난주 2% 오른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날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은 전날보다 2.67%(20.9달러) 떨어진 76.27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유가 하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악재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전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낮췄다.

미국이 다음 달 1일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지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다.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2011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치는 “디폴트 시한(6월 1일)이 빠르게 다가오는데도 부채한도를 올리거나 중단하는 등 사태 해결을 하지 않고 있는 정치적 상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오일프라이스
사진=오일프라이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막판 대치를 이어간다면 시장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할 수 있다. 만약 미국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빠진다면 경기를 위축시켜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프라이스퓨처스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필 플린은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석유 시장의 잠재적인 공급 부족을 야기해 더 큰 경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 23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이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시장에선 추가 감산 가능성이 나왔다. 이 영향으로 이틀간 유가는 상승했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번 OPEC+ 정례회의에서 새로운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이미 한 달 전에 세계 경기 회복 둔화로 산유국들의 자발적 감산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박 부총리는 "높은 미국의 금리와 예상보다 약한 중국의 경기 회복세로 유가가 추가로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유가 75~76달러 수준은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유 수요가 여름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까지 브렌트유 기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OPEC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OPEC+는 지난달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 방침을 깜빡 발표했다. 내달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인 OPEC+ 정례 장관급 회의에서 감산 소식이 전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