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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종목탐구

버핏·버리가 택한 종목에 관심↑
은행업 보다 신용카드 발행업에 주목
高배당수익률·환매 계획은 호재
워런 버핏은 왜…美은행 위기에도 이 종목 사들였을까[글로벌 종목탐구]
최근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들이 한 종목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오하마의 현인' 워런 버핏(사진)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는 이 종목을 자신들의 펀드에 신규 편입시키며 한 배를 탔다. 반면 레이 달리오는 이 종목을 대거 털어냈다.

이들이 이견을 보인 종목은 미국 대형금융사 캐피털 원 파이낸셜이다. 투자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시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전후로 미국 금융권의 줄도산 위기에 관한 공포가 번질 무렵이라는 점에서다.

"남들 공포에 탐욕 느껴야"

23일(현지시간) 캐피털 원 주가는 102.1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9.9% 증가했다. 지난주 유명 펀드들 포트폴리오 편입 소식에 주가가 10% 가량 급등한 덕분이다. 마이클 버리가 운용하는 사이언 매니지먼트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공시에 따르면 사이언은 올해 1분기 처음으로 캐피털 원 7만5000주를 사들였다. 721만달러어치(약 96억원)에 해당하는 지분이다. 캐피털 원은 사이언의 포트폴리오에서 단숨에 상위 여섯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도 1분기에 캐피털 원 990만주를 신규 매입했다. 이는 3월 말 기준 9억5400만달러(약1조2700억원) 규모에 해당한다. 최근 버핏은 줄파산 위기를 겪은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해 "온라인 뱅킹 시대에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벅셔해서웨이는 올 1분기 보유 중이던 은행주 가운데 뱅크오브뉴욕멜론과 US뱅코프의 경우 잔여 지분을 모두 처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캐피털 원을 택한 버핏의 역발상 투자에 대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잭스 에쿼티 리서치는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공포를 느껴야 하고, 남들이 공포를 느낄 때 탐욕스러워져야 한다'는 자신의 격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버핏이 은행업 외에 캐피털 원의 다른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래 버핏이 금융산업에 투자금을 할당할 때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소수의 대형은행과 비자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사 투트랙으로 집중해왔다"고 전했다.
워런 버핏은 왜…美은행 위기에도 이 종목 사들였을까[글로벌 종목탐구]
미국 버지니아주 맥클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캐피털 원은 미국에서 대형은행으로 분류되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종합 금융서비스 기업이다. 핵심 사업부는 소비자금융, 자동차 대출 등 상업금융, 신용카드발행 등 3가지로 나뉜다. 1990년대 미국의 신용카드 발행 확장에 앞장섰던 회사로도 유명하다. 현재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의 발행 규모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FT는 "이번 투자는 버핏이 (미국의 경기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산업과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에 대해 안심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심층 가치주에 적격"

캐피털 원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어닝쇼크였다. 주당순이익(EPS)는 2.31달러로 시장 추정치(3.80달러) 하회했다. 작년 1분기 5.62달러에 달했던 EPS가 1년새 반토막 난 것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89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8.9% 가량 오르긴 했지만, 역시 시장 전망치(90억7000만달러)를 밑돌았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금리 인상) 이후 경기 둔화 공포가 맞물리면서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차에 따른 이익) 수혜는 JP모간 등 빅5은행들에만 돌아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캐피털 원의 주식은 상당히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캐피털 원의 PBR은 0.76로 동종업계 평균치 9.98에 비해 매우 낮다. 잭스는 "대표 가치주 투자자인 버핏이 이 종목을 투자한 데에는 캐피털 원이 장기적으로 '심층 가치주'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캐피털 원의 배당수익률이 2.5%에 달하는 점, 최대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앞두고 있는 점 등 탄탄한 자본배치 계획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워런 버핏은 왜…美은행 위기에도 이 종목 사들였을까[글로벌 종목탐구]
캐피털 원의 근본적인 건전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캐피털 원 계좌에 예치된 예금 중 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매출은 코로나19 악재로 소폭 감소한 2020년을 제외하면 2017~2022년 연평균 4.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캐피털 원은 올해 1분기에 11억달러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했다. 상각채권(NCO) 비율 작년 1분기 2.12%에서 지난 1분기 4.04%로 늘어났다. 자산 건전성 악화, 예금 금리 비용 증가 등의 역풍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주요 투자은행 및 증권사들의 투자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웰스파고는 캐피털 원의 목표주가를 110달러에서 115달러로 상향했다. 반면 JP모간은 목표주가를 120달러에서 104달러로 낮추면서도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