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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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스타 원두(커피콩) 선물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경기 침체로 아라비카보다 저렴한 로부스타 수요가 늘어서다.

22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로부스타 원두 선물(7월물)은 장중 톤(t)당 2641달러에 거래되며 12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로부스타 원두 7월물은 전 장보다 1.6% 오른 t당 26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2년 동안 로부스타 원두 가격>
자료: ICE선물거래소
<최근 2년 동안 로부스타 원두 가격> 자료: ICE선물거래소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는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이다. 로부스타 원두는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 원두보다 저렴하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에 소비자들이 저렴한 커피를 찾으면서, 커피 블렌딩(두 가지 이상의 원두를 혼합해 새로운 향미를 갖춘 커피를 만드는 것)에서 저렴한 로부스타 비중을 늘리고 비싼 아라비카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같은 날 아라비카 원두 선물(7월물)은 전 장보다 1.5% 하락한 파운드당 1.892달러로 마감했다.

로부스타 원두는 아라비카보다 재배가 용이해 가격이 저렴하다. 로부스타 원두는 카페인 함량이 높아 아라비카보다 쓴맛이 강하다. 로부스타 원두는 주로 인스턴트 커피에 쓰인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가운데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로부스타 원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평이다. 네슬레 등 식품기업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인스턴트 커피 수요가 늘었다. 그러나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뛰면서 인스턴트 커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커피를 소비하는 나라로 꼽히는 독일에서는 최근 1년 동안 인스턴트 커피 가격이 20%가량 올랐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산지인 베트남에서 재고가 감소하면서 로부스타 수요 대비 공급이 달리는 점도 최근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베트남 커피 농가는 비룟값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이 좋은 아보카도, 두리안 등을 심었다. 그 결과 최근 베트남의 로부스타 수확량은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최근 수확한 로부스타 원두가 아직 시장에 충분히 풀리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 브라질도 가뭄 때문에 로부스타 작황이 좋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로부스타 원두 수요가 더 늘어날 거란 전망이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계 로부스타 원두 선적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었지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