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다음달 공개될 예정인 가상현실(MR) 헤드셋의 판매 예상치를 처음의 3분의 1 이하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목표였던 안경 형태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실패한 만큼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이용해 애플이 MR 헤드셋의 출시 첫 해 판매량 예상치를 기존 300만대에서 3분의 1 미만인 90만대로 낮춰잡았다고 보도했다. 아이폰이 매년 2억대씩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낮은 예상치다.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인 크레이그 페더리기 등 일부 경영진들이 이 기기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애플이 다음달 여는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MR 헤드셋을 처음 공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4년 애플 워치 이후 약 10년 만에 내놓는 주요 기기인 만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가격은 기기당 3000달러(약 400만원) 수준에 책정될 전망이다. 이미 출시된 메타의 MR 헤드셋이 1000달러대인 점을 고려하면 고가지만 원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애플은 7년간 MR 헤드셋 개발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애플은 손해를 보고 파는 방법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애플의 매출총이익률은 40%를 웃돌았다.



애플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이동하고, 먹고, 휴식을 취하면서 온종일 MR 헤드셋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MR 헤드셋을 통해 직장 동료들과 협업하고, 운동을 하며 애플의 여러 앱들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 내부에서는 MR 헤드셋을 ‘포스트 아이폰 시대의 잠재적 토대’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다만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다. 애플은 당초 소비자들이 쉽게 쓰고 벗을 수 있는 안경 모양의 MR 헤드셋 개발에 주력했다. “(기기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없다”는 팀 쿡 CEO의 의지가 강력했다. 그러나 다음달 공개될 기기는 다른 MR 헤드셋들처럼 스키 고글 모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경 형태를 구현하려면 수 년간의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또한 헤드셋 내부에 배터리를 장착하려 했지만, 무게와 발열 문제로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아이폰 크기의 배터리 팩을 따로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메타 등) 다른 기업들처럼 디자인을 통해 애플이 몇 가지 핵심적인 기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메타도 소비자들이 게임과 애플리케이션, 메타버스 등을 즐기길 바라며 MR 헤드셋을 출시했지만 현재 주 고객은 기업과 미군”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MR 헤드셋 개발에 처음 뛰어들 당시 MR 헤드셋이 아이패드나 애플워치만큼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회사에 매년 250억달러(약 33조원) 수준의 매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단기간에 실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애플이 2세대 MR 헤드셋 개발에 이미 착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애플 전문가로 통하는 궈 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애플의 2세대 헤드셋이 고급형과 보급형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