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9년째 집권해 온 군부 정권의 운명이 기로에 놓였다. 14일 치러진 총선에서 야권이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나며 정권 교체 가능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민주화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들이 상당한 결집력을 보여주고 있어 77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총선 본투표가 끝난 직후 현지 유력 언론인 네이션그룹이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이 32.6%를, 진보 정당인 전진당(MFP)이 29.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킹쁘라자디폭연구소 조사에선 프아타이당이 지역구 투표에서 1위(27.95%)를, MFP가 비례대표 정당명부 투표에서 1위(29.25%)를 차지했다. 이들 두 정당은 선거 전 공개된 여론조사업체 니다의 조사에서도 각각 164~172석, 80~88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선거에선 지역구 400석, 비례대표 100석 등 하원 500석의 주인이 가려진다. 예측대로라면 야권은 무난하게 하원 과반을 점할 전망이지만, 다수당 지위가 곧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도 총리 선출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군부 정권 종식을 위해선 야권이 양원 의석의 과반인 최소 376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 투표율이 80%를 넘길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194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0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이끄는 군부 세력에 대한 반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버릭컨설팅그룹의 벤 끼앗콴쿤은 로이터통신에 “보수의 뿌리와 진보의 미래 간 대결”이라며 “자유주의 물결이 구체제에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로 나선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은 올해 36세로, 군부에 맞서는 ‘젊은 정치인’임을 내세워 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