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난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코닥 모먼트'를 겪었습니다."

데이터분석 및 컨설팅 업체인 글로벌데이터에서 테마별정보 분석을 총괄하는 사이러스 메와왈라 전략가는 26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올해의 가장 큰 테마로 AI를 꼽으며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주도권을 뺏겼다"고 평가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투자한 MS가 AI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와왈라는 "구글이 지난해 코닥과 같은 순간을 맞이했다"며 "최고의 자산을 갖고 있었지만 핵심사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치고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핵심 사업이 엄청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MS는 지난 2월 챗GPT와 같은 챗봇 기술을 검색엔진인 빙과 결합하며 구글의 핵심 사업인 검색엔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코닥 모먼트는 미래의 추세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뜻하는 문구다. 카메라와 필름으로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코닥이 디지털로 전환에 실패하며 문을 닫아야 했던 데서 유래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2014년 영국의 AI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인수하며 AI 연구에서 가장 앞서나갔다. 하지만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챗GPT를 선보이며 주도권을 뺏겼다. MS는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했고, 그 결과 검색엔진 생산성프로그램 클라우드 등 핵심 접목시켜왔다.

이에 위기라고 판단한 알파벳은 AI 연구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지난주 분리돼 있던 AI 연구 조직인 구글 리서치의 '브레인'과 딥마인드를 합병했다. 메와왈라는 이에 대해 "(합병이) 오래 전에 이뤄졌어야 했다"며 "훌륭한 자원을 갖고 있었음에도 작년에 MS에 뒤처지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리처드 크레이머 아르테리서치 수석애널리스트는 "구글은 AI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와 최고의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제품화하는 데 늦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전문가들은 알파벳의 뒤늦은 추격이 향후 빛을 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실적 발표 후 26일 JP모건은 "알파벳이 지난 몇 년 동안 AI에 대한 투자를 통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AI 챗봇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