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에도 주식 시장을 이탈하는 '위험 회피' 흐름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S&P500과 나스닥은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지만, 경기침체와 은행발 신용위기 우려에 투자자들은 주식형 ETF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뺐다. 반면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형 ETF에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자금이 몰렸다.

○SPY, QQQ, SOXL 모두 순유출


4일 미국 증권거래소 '배츠 글로벌 마켓'과 ETF닷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주식형 ETF에서 28억5500만 달러(약 3조7563억원)가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S&P500은 7.46%, 나스닥 종합지수는 17.67% 상승했다. 주요 지수들이 큰 폭으로 올랐는데 투자자들은 주식형 ETF를 매도한 셈이다.

이런 상황은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더 도드라진다. 지난해 1분기 S&P500은 9% 가까이 폭락했지만, 주식형 ETF에는 990억 달러(약 130조원)가 순유입됐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주요 주식형 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티커명 SPY로 알려진 'SPDR S&P500 ETF 트러스트'에서는 7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모든 ETF를 통틀어 자금 순유출액 1위에 올랐다.

1분기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빅테크 기술주 분야에 대한 불안감이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대형 기술주 위주인 '인베스코 QQQ트러스트'(QQQ)에서 20억6500만달러, QQQ의 3배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에서 23억14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올해만 9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SOXL)에서도 10억37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외부 환경과 괴리된 주식 가격의 지속적 상승이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드 손 스트래잇개스 시큐리티즈 ETF 전략가는 "경기침체, 기업이익 하향 등에 더해 미국 은행시스템이 생각보다 덜 안정적일 수 있다는 인식까지 퍼지면서 위험회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 ETF 선호현상 뚜렷


올해 1분기 미국 채권형 ETF에는 437억5600만 달러(약 57조5391억원)가 순유입됐다. 지난해 1분기(150억 달러)의 약 3배 수준이다. 자금 유입은 주로 안정적인 국채 ETF에 집중됐다. 미국 재무부가 보증하는 국채에 투자하는 ETF들에 자금 순유앱익의 85%가 몰렸다. '아이셰어즈 7-10년 트레져리 본드'(61억9100만 달러) '아이셰어즈 20+년 트레저리 본드'(58억4700만 달러), 'SPDR 블룸버그 1-3달 T-Bill'(35억7700만 달러) 등이다.

위험을 피해 주식 ETF에서 떠난 자금들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채권 ETF로 유입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채권 ETF들이 과거 평년 수준에 비해 가격이 크게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셰어즈 7-10년 트레져리 본드의 경우 9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2011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다. 1분기 수익률은 2.68%였다. 맷 발로티니 스테이트 스트리트 연구원은 "주식형 ETF와 비교했을때 채권형 ETF의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 ETF 시장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채권 ETF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아이셰어즈 iBOxx USD 하이일드 코퍼레이트 본드'에서 5억6600만 달러, 'SPDR 블름버그 하이일드 본드'에서 2억1400만 달러가 순유출 됐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