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MS의 불길한 가이던스…기술주 랠리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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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폭등세를 보인 뉴욕 증시는 24일(미 동부시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장 마감 뒤)를 앞두고 소폭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약간의 관망세로 시작한 것이죠.
'미 중앙은행(Fed) 금리 인상 중단→연착륙 확률 상승'을 테마로 급등해온 시장은 오늘은 기업 실적에 집중했습니다. 오늘은 4분기 어닝시즌에서 지난 13일 은행들이 실적을 쏟아낸 이후 가장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10여 개가 넘는 주요 기업이 아침부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GE, 핼리버튼, 존슨앤드존슨, 다나허, 레이시온 등은 긍정적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3M과 록히드마틴, 유니언퍼시픽, 마그나 인터내셔널 등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버라이즌과 DR호튼은 긍정과 부정이 섞인 결과를 내놓았고요. 시장 관심이 집중된 건 3M이었습니다. 4분기 매출은 80억 8000만 달러로 예상(80억 4000만 달러)을 살짝 넘었지만 주당순이익(EPS)은 2.28달러에 그쳐 예상(2.36달러)을 밑돌았습니다. 게다가 3M은 가이던스를 통해 2023년 매출이 2~6% 감소하고 EPS는 8.5~9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추정(3.0% 감소, 10.14달러)보다 더 나쁜 것이죠. 그러면서 2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3M은 "예상보다 느린 성장은 코로나 관련 중국의 상당한 수요 둔화 및 12월에 가속화된 소비자 시장의 급격한 감소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긴축 효과가 미치는 영향이 산업별로 다르고 소비 지출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기업 실적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크로스마크 글로벌의 빅토리아 페르난데즈 전략가는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 속에 시장은 지난 이틀간 정말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아침 본 기업 실적은 정말 엇갈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개장 초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맥도널드 버라이즌 나이키 AT&T 등 200여 개 주식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술적 문제로 거래가 20분 가까이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오전 9시 45분 S&P글로벌의 1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됐습니다. 제조업 지수는 46.7을 기록해 전월(46.2)이나 예상(46.0)보다 좋았습니다. 서비스업도 46.6으로 집계되어 12월(44.7)보다 상승했고 예상(45.0)보다 좋았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더한 합성 PMI는 46.6으로 역시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세 지수 모두 여전히 위축 영역에 머물렀습니다. S&P 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내림세는 12월보다 완만하지만, 감소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가파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리치먼드 연방은행의 제조업 지수는 -11로 발표되어 전월(1.0)이나 예상(-5.0)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리치먼드 연은은 "신규수주와 배송, 고용 등 3대 세부지수가 모두 하락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예상보다 나은 PMI 발표 직후 주가는 상승했지만, 리치먼드 제조업 지수가 나쁘게 나오자 뚝 떨어졌습니다. 이게 오늘 저점이었습니다. 'Fed의 금리 인상 중지'를 믿는 시장은 강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보합 선으로 올라서더니 끊임없이 상승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한때 모든 지수가 플러스 전환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결국, 다우는 0.31% 상승했지만, S&P500 지수는 -0.07% 약보합세를 보였고 나스닥은 0.27%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 4016.95로 거래를 마쳐 이틀째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입니다. 다만 마이크 산톨리 CNBC 주식평론가는 "S&P 500이 유명한 추세선 위로 부상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자체로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국채 금리도 PMI 발표 이후 치솟았다가, 제조업 지수가 나온 뒤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 국채 2년물 입찰 결과가 나온 뒤 추가 하락했습니다. 응찰률이 2.94배(이전 2.71배)까지 치솟는 등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금리는 4.139%로 발행 당시의 시장금리(4.152%)보다 1.3bp 낮게 결정됐습니다. 강력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금리가 더 떨어진 것입니다. 오후 4시 40분께 2년물은 1.3bp 내린 4.211%, 10년물은 5.7bp 떨어진 3.464%에 거래됐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이렇게 주가가 오르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금융여건이 작년 2월 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하기 전 상황으로 완화됐다는 것입니다. 모트 캐피털의 마이클 크레이머 설립자는 "금융여건이 작년 2월로 돌아갔는데, 이는 그동안 Fed의 긴축이 현 상황에서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경제 지표는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월 들어 하드 데이터(실물 지수)는 긍정적으로 바뀌었지만 소프트 데이터(심리 지수)는 여전히 경기 위축을 가리키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워낙 긴축의 고삐를 죄다 보니 사람들의 경기 전망은 어두워졌지만, 실제 긴축 효과는 아직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 산톨리 평론가는 "하드 데이터와 소프트 데이터의 차이는 긴축 정책의 지연효과 탓일 것"이라며 "긴축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 문제는 기업 이익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여부"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시장의 신호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는 오늘 매장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4달러로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간당 12~18달러를 벌었는데 앞으로는 14~19달러를 받게 되는 겁니다. 전체 직원 160만 명 기준으로는 약 17달러였던 시간당 평균임금이 최소 17.5달러 이상으로 높아집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8~12월 고용주들이 11만800명의 계약직 근로자를 감원해 2021년 초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WSJ은 "많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더 광범위한 일자리 감소와 고용시장 침체에 대한 경고 신호로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경기 침체 논란도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여부가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과거 연착륙이 발생했을 경우 기업 이익은 증가율이 꺾이긴 했지만,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착륙이 발생하면 이익은 평균 15% 안팎 감소했습니다. 지금 기업 이익이 혼조세를 보이는 건 아마도 아직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아서 일 것입니다. 피델리티의 줄리언 팀버 전략가는 "과거 연착륙 때 기업 이익이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줄어들지 않았던 것을 보면 지금까지의 주가 하락은 모두 밸류에이션을 리셋하는 데에서 발생했고 지금 주가엔 경착륙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착륙이 발생하면 기업 이익이 감소하면서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장 마감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의 4분기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익은 월가 예상보다 많았지만, 매출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성장동력을 대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매출 증가율은 예상을 소폭 웃돌았습니다.
-매출 527억 4700만 달러 vs 예상 529억 3000만 달러
-EPS 2.31달러 vs 예상 2.30달러
-클라우드 매출 271억 달러 vs 예상 267억 달러
-인텔리전스 클라우드(애저) 매출 215억 달러 vs 예상 214억 달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입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187억7000만 달러에서 164억3000만 달러로 12%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가이던스에서 이번 분기 매출을 505억~515억 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월가 추정(524억3000만 달러)보다 크게 적습니다. 게다가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애저’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 추세가 이번 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애저의 매출 증가율이 지난 4분기 31%에서 올 상반기 내 4~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것입니다.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조직들은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2년은 기술산업에 아마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팬데믹 기간 가속화됐던 수요가 정상화되고 있는 데다 거기에 더해 세계의 많은 부분은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한때 5% 이상 오르기도 했지만, 콘퍼런스콜이 끝난 뒤에는 하락세로 바뀌었습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경우 매출(46억7000만 달러 vs 예상 46억1000만 달러)과 EPS(2.13달러 vs 예상 1.98달러)가 예상보다 좋았고, 1분기 매출이 41억7000만~45억3000만 달러 사이일 것으로 추정해 월가 예상(44억1000달러)에 부합했습니다. 다만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매출도 전년 대비로는 2020년 이래 처음 감소했고, 컨퍼런스콜에선 이번 분기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술주는 작년 말부터 랠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폭락했던 메타의 주가는 저점에서 50% 넘게 올랐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금리가 하락하면 기술주가 부활할 것이란 기대가 몰리고 있는 것이죠. JP모건은 "Fed가 올해 완화로 전환하게 된다면 기술주에 대한 강력하고 긍정적인 매수 충동이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4분기 실적은 기술주 중심의 랠리를 지속시킬 수 있을까요?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었다"라면서 "다음주 애플과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 핵심 기술주 발표가 끝나야 랠리가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한 번의 베어마켓 랠리로 드러날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유명 투자자인 제레미 그랜섬(비관론자)은 보고서를 내고 단기 랠리는 4월까지도 이어질 수 있지만, S&P500 지수는 연말 3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거품의 첫 번째이자 가장 쉬운 단계의 붕괴가 완료됐다. 시장 상승을 이끈 가장 투기적인 성장주는 무너졌고, 1년 전에 예상했던 시장 손실의 상당 부분이 이미 발생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제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가장 극단적 거품은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높다. 과거에는 펀더멘탈이 악화하면서 일반적으로 지수가 추세 아래로 과도하게 조정되었다. 그런 게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은 여기에서 다음 단계의 하락 시기와 범위에 대해 확신하면 안된다. 실제 다양한 요인(중간선거 다음해 긍정적 수익률, 노동시장의 지속적 강세, 중국 경제 재개)이 하락세의 일시 중지 또는 지연 가능성을 가리킨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 펀더멘털이 얼마나 심각하게 악화할 것인지가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모든 것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 원자재 부족,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증가 등이 성장 전망에 큰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피델리티의 데니스 크리숌 퀀트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매수를 시작할 좋은 소식을 기다리면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를 피했다는 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은 유혹을 느끼겠지만, 침체 논쟁보다는 밸류에이션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크리숌은 "지금까지 많은 나쁜 소식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장 주기의 이런 단계에서 문제는 종종 나쁜 소식이 투자를 위한 역발상 지표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역사를 보면 경기 침체가 발생했을 경우 증시 저점으로부터 이후 2년간 발생한 이익을 분석해보면 그 이익의 75%가 침체가 끝나기 전에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리숌은 "좋은 소식을 기다리다가는 대부분 이익을 놓치게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이미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에 주가를 조정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숌은 "내가 본 데이터에서 이미 많은 것이 주가에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 중앙은행(Fed) 금리 인상 중단→연착륙 확률 상승'을 테마로 급등해온 시장은 오늘은 기업 실적에 집중했습니다. 오늘은 4분기 어닝시즌에서 지난 13일 은행들이 실적을 쏟아낸 이후 가장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10여 개가 넘는 주요 기업이 아침부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GE, 핼리버튼, 존슨앤드존슨, 다나허, 레이시온 등은 긍정적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3M과 록히드마틴, 유니언퍼시픽, 마그나 인터내셔널 등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버라이즌과 DR호튼은 긍정과 부정이 섞인 결과를 내놓았고요. 시장 관심이 집중된 건 3M이었습니다. 4분기 매출은 80억 8000만 달러로 예상(80억 4000만 달러)을 살짝 넘었지만 주당순이익(EPS)은 2.28달러에 그쳐 예상(2.36달러)을 밑돌았습니다. 게다가 3M은 가이던스를 통해 2023년 매출이 2~6% 감소하고 EPS는 8.5~9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추정(3.0% 감소, 10.14달러)보다 더 나쁜 것이죠. 그러면서 2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3M은 "예상보다 느린 성장은 코로나 관련 중국의 상당한 수요 둔화 및 12월에 가속화된 소비자 시장의 급격한 감소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긴축 효과가 미치는 영향이 산업별로 다르고 소비 지출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기업 실적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크로스마크 글로벌의 빅토리아 페르난데즈 전략가는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 속에 시장은 지난 이틀간 정말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아침 본 기업 실적은 정말 엇갈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개장 초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맥도널드 버라이즌 나이키 AT&T 등 200여 개 주식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술적 문제로 거래가 20분 가까이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오전 9시 45분 S&P글로벌의 1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됐습니다. 제조업 지수는 46.7을 기록해 전월(46.2)이나 예상(46.0)보다 좋았습니다. 서비스업도 46.6으로 집계되어 12월(44.7)보다 상승했고 예상(45.0)보다 좋았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더한 합성 PMI는 46.6으로 역시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세 지수 모두 여전히 위축 영역에 머물렀습니다. S&P 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내림세는 12월보다 완만하지만, 감소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가파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리치먼드 연방은행의 제조업 지수는 -11로 발표되어 전월(1.0)이나 예상(-5.0)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리치먼드 연은은 "신규수주와 배송, 고용 등 3대 세부지수가 모두 하락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예상보다 나은 PMI 발표 직후 주가는 상승했지만, 리치먼드 제조업 지수가 나쁘게 나오자 뚝 떨어졌습니다. 이게 오늘 저점이었습니다. 'Fed의 금리 인상 중지'를 믿는 시장은 강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보합 선으로 올라서더니 끊임없이 상승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한때 모든 지수가 플러스 전환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결국, 다우는 0.31% 상승했지만, S&P500 지수는 -0.07% 약보합세를 보였고 나스닥은 0.27%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 4016.95로 거래를 마쳐 이틀째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입니다. 다만 마이크 산톨리 CNBC 주식평론가는 "S&P 500이 유명한 추세선 위로 부상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자체로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국채 금리도 PMI 발표 이후 치솟았다가, 제조업 지수가 나온 뒤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 국채 2년물 입찰 결과가 나온 뒤 추가 하락했습니다. 응찰률이 2.94배(이전 2.71배)까지 치솟는 등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금리는 4.139%로 발행 당시의 시장금리(4.152%)보다 1.3bp 낮게 결정됐습니다. 강력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금리가 더 떨어진 것입니다. 오후 4시 40분께 2년물은 1.3bp 내린 4.211%, 10년물은 5.7bp 떨어진 3.464%에 거래됐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이렇게 주가가 오르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금융여건이 작년 2월 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하기 전 상황으로 완화됐다는 것입니다. 모트 캐피털의 마이클 크레이머 설립자는 "금융여건이 작년 2월로 돌아갔는데, 이는 그동안 Fed의 긴축이 현 상황에서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경제 지표는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월 들어 하드 데이터(실물 지수)는 긍정적으로 바뀌었지만 소프트 데이터(심리 지수)는 여전히 경기 위축을 가리키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워낙 긴축의 고삐를 죄다 보니 사람들의 경기 전망은 어두워졌지만, 실제 긴축 효과는 아직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 산톨리 평론가는 "하드 데이터와 소프트 데이터의 차이는 긴축 정책의 지연효과 탓일 것"이라며 "긴축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 문제는 기업 이익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여부"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시장의 신호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는 오늘 매장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4달러로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간당 12~18달러를 벌었는데 앞으로는 14~19달러를 받게 되는 겁니다. 전체 직원 160만 명 기준으로는 약 17달러였던 시간당 평균임금이 최소 17.5달러 이상으로 높아집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8~12월 고용주들이 11만800명의 계약직 근로자를 감원해 2021년 초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WSJ은 "많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더 광범위한 일자리 감소와 고용시장 침체에 대한 경고 신호로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경기 침체 논란도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여부가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과거 연착륙이 발생했을 경우 기업 이익은 증가율이 꺾이긴 했지만,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착륙이 발생하면 이익은 평균 15% 안팎 감소했습니다. 지금 기업 이익이 혼조세를 보이는 건 아마도 아직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아서 일 것입니다. 피델리티의 줄리언 팀버 전략가는 "과거 연착륙 때 기업 이익이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줄어들지 않았던 것을 보면 지금까지의 주가 하락은 모두 밸류에이션을 리셋하는 데에서 발생했고 지금 주가엔 경착륙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착륙이 발생하면 기업 이익이 감소하면서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장 마감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의 4분기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익은 월가 예상보다 많았지만, 매출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성장동력을 대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매출 증가율은 예상을 소폭 웃돌았습니다.
-매출 527억 4700만 달러 vs 예상 529억 3000만 달러
-EPS 2.31달러 vs 예상 2.30달러
-클라우드 매출 271억 달러 vs 예상 267억 달러
-인텔리전스 클라우드(애저) 매출 215억 달러 vs 예상 214억 달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입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187억7000만 달러에서 164억3000만 달러로 12%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가이던스에서 이번 분기 매출을 505억~515억 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월가 추정(524억3000만 달러)보다 크게 적습니다. 게다가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애저’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 추세가 이번 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애저의 매출 증가율이 지난 4분기 31%에서 올 상반기 내 4~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것입니다.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조직들은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2년은 기술산업에 아마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팬데믹 기간 가속화됐던 수요가 정상화되고 있는 데다 거기에 더해 세계의 많은 부분은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한때 5% 이상 오르기도 했지만, 콘퍼런스콜이 끝난 뒤에는 하락세로 바뀌었습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경우 매출(46억7000만 달러 vs 예상 46억1000만 달러)과 EPS(2.13달러 vs 예상 1.98달러)가 예상보다 좋았고, 1분기 매출이 41억7000만~45억3000만 달러 사이일 것으로 추정해 월가 예상(44억1000달러)에 부합했습니다. 다만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매출도 전년 대비로는 2020년 이래 처음 감소했고, 컨퍼런스콜에선 이번 분기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술주는 작년 말부터 랠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폭락했던 메타의 주가는 저점에서 50% 넘게 올랐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금리가 하락하면 기술주가 부활할 것이란 기대가 몰리고 있는 것이죠. JP모건은 "Fed가 올해 완화로 전환하게 된다면 기술주에 대한 강력하고 긍정적인 매수 충동이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4분기 실적은 기술주 중심의 랠리를 지속시킬 수 있을까요?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었다"라면서 "다음주 애플과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 핵심 기술주 발표가 끝나야 랠리가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한 번의 베어마켓 랠리로 드러날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유명 투자자인 제레미 그랜섬(비관론자)은 보고서를 내고 단기 랠리는 4월까지도 이어질 수 있지만, S&P500 지수는 연말 3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거품의 첫 번째이자 가장 쉬운 단계의 붕괴가 완료됐다. 시장 상승을 이끈 가장 투기적인 성장주는 무너졌고, 1년 전에 예상했던 시장 손실의 상당 부분이 이미 발생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제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가장 극단적 거품은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높다. 과거에는 펀더멘탈이 악화하면서 일반적으로 지수가 추세 아래로 과도하게 조정되었다. 그런 게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은 여기에서 다음 단계의 하락 시기와 범위에 대해 확신하면 안된다. 실제 다양한 요인(중간선거 다음해 긍정적 수익률, 노동시장의 지속적 강세, 중국 경제 재개)이 하락세의 일시 중지 또는 지연 가능성을 가리킨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 펀더멘털이 얼마나 심각하게 악화할 것인지가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모든 것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 원자재 부족,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증가 등이 성장 전망에 큰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피델리티의 데니스 크리숌 퀀트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매수를 시작할 좋은 소식을 기다리면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를 피했다는 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은 유혹을 느끼겠지만, 침체 논쟁보다는 밸류에이션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크리숌은 "지금까지 많은 나쁜 소식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장 주기의 이런 단계에서 문제는 종종 나쁜 소식이 투자를 위한 역발상 지표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역사를 보면 경기 침체가 발생했을 경우 증시 저점으로부터 이후 2년간 발생한 이익을 분석해보면 그 이익의 75%가 침체가 끝나기 전에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리숌은 "좋은 소식을 기다리다가는 대부분 이익을 놓치게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이미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에 주가를 조정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숌은 "내가 본 데이터에서 이미 많은 것이 주가에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