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최근들어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행보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세실리아 마리오티 애널리스트는 2일(현지시간) 공개한 투자노트에서 “Fed의 통화 정책 전환 및 ‘얕은 침체’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너무 빨리 가격에 반영했다”며 향후 증시를 어둡게 내다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Fed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침체가 시장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증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주식에 대해 아직 ‘매도’ 의견을 유지한다고 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창업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인플레이션이 최대 문제인데 Fed는 아직 충분히 긴축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채용 공고가 9개월만의 최저치였다. 고용 시장도 조금씩 둔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노동부 제공
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채용 공고가 9개월만의 최저치였다. 고용 시장도 조금씩 둔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노동부 제공
애크먼 창업자는 “향후 12~18개월간 Fed는 기준금리를 연 4% 이상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 정도의 금리 인상을 가격(증시)에 반영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의 말을 들어보면 소비자들의 연체율이 역대 최저”라며 “미 경제는 여전히 탄탄한 것 같다”고 했다. 경제가 견조하기 때문에 Fed가 추가적인 긴축에 나서는 데 걸림돌이 없다는 얘기다.

짐 리드 도이치뱅크 전략책임자는 “미 경제에 침체가 진짜로 닥치면 주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라며 “연내 닥치느냐 아니면 내년 상반기에 올 것이냐의 문제일 뿐 침체는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톰 리 펀드스트랫 창업자는 “증시는 이미 6월에 바닥을 쳤다”고 단언했다. 하반기에 주가가 더 뛸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헤지(회피)할 수 있는 종목이나 경기 순환주는 이제 답이 아니다”며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술주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세일즈포스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예로 들었다.

리 창업자는 “지금 저가 매수에 나서면 반드시 큰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올 들어 줄곧 떨어지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왔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올 들어 줄곧 떨어지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왔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 수석전략가도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떨어졌고 투자심리도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 반등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쁜 뉴스가 호재라는 심리가 대두되고 있다”며 “Fed의 (매파적) 정책과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경기 둔화 조짐이 분명히 있지만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기조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둔화하는 수치를 보여줄 것”이라며 “8월 말의 잭슨홀 미팅에서 Fed가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로 전환하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