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방위산업주는 투자자에게 안정적이지만 ‘재미없는’ 주식으로 통했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산업 특성상 성장성이 낮고, 주가 변동 폭도 크지 않아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갑자기 무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방산업체 주가가 유례없는 상승세를 탔다.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방산주가 최근 최대 관심종목 중 하나로 떠오른 이유다.

증권업계에선 방산주 강세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데다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의 갈등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도 경기 방어주로서 방산주의 투자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 = 허라미 기자
그래픽 = 허라미 기자

신고가 경신하는 방산주

우크라 포성 멎어도…미국 방산株 포효는 계속된다
미국 방산업체 대부분은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보잉, 록히드마틴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기업도 있지만 노스럽그루먼, 레이테온테크놀로지스 등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업체도 꽤 있다. 이들 기업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세를 타고 있다.

록히드마틴 주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지난 7일까지 17.6% 급등했다. 같은 기간 노스럽그루먼(19%), 제너럴다이내믹스(11.5%),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14.2%)도 강세를 보였다. 군사용 드론업체인 에어로바이런먼트 주가는 66.9% 폭등했다.

주가가 뛴 이유는 각국의 군비 경쟁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이었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재무장을 선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내년도 국방부 예산을 전년 대비 8.1% 늘린 7730억달러로 책정했다. 유럽에선 F-35 전투기 등 미국의 첨단무기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7개 유망 방산주 주목

최근 미국 경제매체 키플링거는 7개 유망 방산주를 꼽았다. 선정 기준은 증권사로부터 평균 투자의견 ‘매수’ 또는 ‘강력 매수’를 받은 종목이다. 보잉, 레이테온테크놀로지스 등 대형 방산주를 비롯해 벡트러스, 텍스트론, 무그, AAR, 듀코먼 등 시가총액 1조원 내외의 중소형주가 포함됐다.

미국 4대 방산업체로 꼽히는 레이테온테크놀로지스는 미사일과 항공기 엔진을 생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세를 역전시켰다고 평가받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록히드마틴과 공동 생산한다. 텍스트론은 군용 헬기와 소형 민항기를 생산한다. 텍스트론은 미군으로부터 차세대 헬기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증권은 “차세대 헬기 사업은 주가를 현재보다 주당 20달러 올릴 만한 대형 호재”라고 평가했다.

목표주가 뛰어넘은 록히드마틴

전투기 제조사 ‘빅2’로 꼽히는 록히드마틴과 노스럽그루먼은 단기 급등세를 타며 목표주가를 이미 넘어섰다. 록히드마틴 주가는 465달러로, 모닝스타가 추산한 적정 주가(419달러)를 훌쩍 넘었다. 노스럽그루먼 주가(470달러)도 목표가(329달러)를 40% 이상 뛰어넘은 상태다.

두 종목은 미국을 대표하는 방산업체다.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록히드마틴은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22 랩터와 F-35 시리즈를 생산한다. 노스럽그루먼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B-2 스텔스 전투기와 글로벌호크 무인기를 만든다.

제너럴다이내믹스는 미국 주력 전차인 M1에이브럼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건조한다. 오시코시는 군용 트럭과 차세대 전술차량을 만든다. 에어로바이런먼트는 미군 중소형 드론의 90%를 독점 공급한다.

방산 관련 ETF도 유망

굵직한 방산주 가운데 보잉은 최근 상승장을 타지 못한 유일한 종목으로 꼽힌다. 올 들어 주가가 11.6%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 737맥스 기종 운행 중단에 따른 민항기 부문의 실적 악화 탓이다. 보잉은 방위산업 매출 비중이 2020년 기준 45%에 달한다. 국방 예산 증가에 따른 꾸준한 성장이 점쳐지는 이유다. 키플링거에 따르면 미국 23개 증권사 가운데 12개사가 보잉에 대해 ‘강력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방산주 개별 종목 투자가 어렵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 방산주 ETF는 iShares US Aerospace & Defense ETF(티커명 ITA)와 SPDR S&P Aerospace & Defense ETF(XAR) 등이 있다. ITA ETF는 레이테온테크놀로지스, 보잉 등 대형주를 주로 담고 있다. XAR ETF는 중소형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