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ESG와 미래 성장성 모두를 잡는 'KEDI 혁신 ESG30' 지수가 나왔다. / 한경DB
ESG와 미래 성장성 모두를 잡는 'KEDI 혁신 ESG30' 지수가 나왔다. / 한경DB
올해 들어 전 세계 증시가 큰 조정을 받았다. 2020년과 지난해 상승장에서 처음 주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 것. 국내 증시가 다시 ‘박스권’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투자자로서는 어떤 기업이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안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경제신문은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돕고자 국내시장을 대표할 혁신기업을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혁신기업을 모아놓은 주가지수인 KEDI혁신기업ESG30(KEDI30)이 탄생한 배경이다. ‘사회적 책임감이 강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점수도 반영했다.

KEDI30 지수의 최근 3년간 상승률은 120%, 5년간 상승률은 190%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2년 2월 8일 KEDI30을 기초자산으로 한 ‘TIGER KEDI혁신기업ESG30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CEO들이 직접 뽑은 혁신기업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대한민국의 혁신기업은 어디입니까”라고 직접 묻는 방식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30곳을 골랐다. 지수 개발에 CEO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것이 KEDI30과 기존 주가지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경과 시장조사 전문업체 입소스는 혁신산업을 대표하는 CEO 100명과 증권·자산운용사 CEO 30명 등 총 130여 명을 대상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설문조사를 토대로 혁신기업 50곳을 뽑은 뒤 연세대 경영대학원, IBS컨설팅과 함께 개발한 ESG 평가 모델을 적용해 30곳을 최종 선정한다. 아무리 혁신 점수가 높아도 ESG 점수가 낮으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KEDI30 지수는 매년 구성 종목 리밸런싱(조정)을 한다. 9월 구성 종목을 선정하고, 이듬해 3월 시장 상황을 반영해 미세 조정을 거친다. 경영 일선에 있는 CEO들이 뽑은 혁신적 기업만 지수에 포함되기에 시장의 평가를 정확하고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혁신기업 중 ESG 경영을 잘하는 곳을 고르기에 미래 성장성과 ESG 테마에 모두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며 “지수 개발자나 펀드매니저가 만드는 기존 지수와 달리 현업에 있는 CEO들이 설문에 참여하기에 현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KEDI30 구성 종목은 크게 정보기술(IT), 플랫폼, 미래기술, 바이오 등 4개 혁신 분야로 나뉜다.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인터넷·모바일, 미래 이동수단, 친환경, 우주, 가상세계, 게임, 로봇, 빅데이터, 핀테크, 미디어 기업이 포함된다. 현재 구성 종목은 삼성전자, 네이버, 현대차, SK바이오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고켐바이오, 리노공업, LG이노텍, 효성첨단소재, 더존비즈온, 솔브레인 등이다. 이들 30개 종목을 균등하게 나눠 지수를 산출한다. 지수 구성 종목과 움직임은 한경닷컴 홈페이지 데이터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ESG 문제 생기면 퇴출

한경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혁신기업에 주목한 이유는 이들이 다른 기업에 비해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통계 때문이다. KEDI30 지수에 포함된 전체 기업의 평균 주가는 작년 말 기준으로 과거 3년간 119.99% 올랐다. 관찰 기간을 5년으로 늘리면 증가율이 190.09%에 달한다. 코스피지수는 3년간 45.89%, 5년간 46.94% 상승하는 데 그쳤다.

5년 전 KEDI30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가 출시됐고, 여기에 1000만원을 넣었다고 가정하면 2900만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는 얘기다.

KEDI30에 포함된 기업의 2020년 평균 매출 증가율은 10.7%였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기업은 이 기간 평균 매출이 0.6% 감소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EDI30 구성 종목 30개의 올해 매출 전망치 합계는 총 806조894억원으로, 지난해 전망치보다 20.5% 많다. 같은 기간 증권사 전망치 평균이 있는 국내 상장사 274개의 올해 매출 전망치 증가율(13.2%)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KEDI30 종목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 증가율도 38.2%로, 상장사 평균(22.4%)을 압도한다.

KEDI30이 혁신성만 본 것이 아니라 ESG 점수까지 반영한 데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반영됐다. KEDI30에 포함된 기업은 매년 9월 구성 종목 정기 변경 시기 때 바뀐다. 하지만 한경은 ESG에 문제가 발생한 기업은 그 외 기간에도 특별 변경 절차를 통해 지수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1월 24일 KEDI30에서 제외된 LG화학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물적분할 후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함으로써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KEDI 지수위원회(위원장 조성일 중앙대 명예교수)는 LG화학이 회사 분할과 신설 법인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배구조 문제’를 발생시켜 지수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지수위원회는 기존 후보 가운데 차순위인 포스코케미칼을 지수 구성 종목에 신규 편입했다.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 핵심 소재 기업으로 KEDI30 미래 기술 분야에 포함된다. 음극재 생산공정에 대해 처음으로 환경부 인증을 받는 등 ESG 점수도 높다. 지수위원회는 “혁신과 ESG를 동시에 평가한다는 취지에 맞게 종목을 바꾸는 특별 변경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EDI 시리즈 계속 나온다

2016년 말 256개였던 국내 상장 ETF 숫자는 지난해 말 533개로 5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순자산총액(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25조원에서 74조원으로, 약 3배 불어났다. 하루 평균 ETF 거래대금 규모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자산운용사에 지수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한정적이다. 국내 주식 부문 지수 사업자는 한국거래소, 에프앤가이드, NH투자증권 등이 전부다. 이 중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의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르고, 나머지는 해외 지수 사업자 몫이다.

한경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지수 산출기관으로 공식 인정받으며 주식 부문에선 네 번째 사업자가 됐다. 지수 사업자 중 유일한 언론사다.

한경이 첫 번째 지수로 혁신기업을 다룬 것은 그동안 혁신기업만을 담은 지수와 ETF가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혁신기업을 선별해 투자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다.

한경은 앞으로 언론사만의 시각과 장점을 담은 ‘KEDI 시리즈’를 연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은 팽창하는데 지수 사업자가 많지 않다 보니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창의적이면서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지수가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해외 경제 매체는 다양한 지수 산출

해외에서는 언론이 다양한 주가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산출하는 다우존스산업 평균지수다. 줄여서 다우존스지수라 부르는 이 지수는 WSJ 창립자 찰스 다우가 1884년 만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주가지수다. 다우지수는 미국 시장의 대표 우량주 30종목만 편입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나스닥지수를 통해 기술주 동향을 살펴본다면, 다우지수를 통해선 우량주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의 대표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 역시 지수 사업자로 유명하다.

일본에서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산출하는 닛케이225지수가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로 쓰인다. 닛케이225지수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225개 종목을 수정주가평균 방식으로 표시한 지수다. 이 지수는 1950년 9월 도쿄증권거래소가 산출하기 시작했으나 1970년 도쿄증권거래소가 토픽스(TOPIX·시가총액 가중방식)라는 새로운 지수를 개발하면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어받아 현재까지 산출하고 있다.

영국 증시를 대표하는 FTSE100 지수는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합작 투자한 FTSE그룹이 산출한다. 영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수이며 이 지수에 속한 100개 기업은 런던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81%를 차지한다.

가상자산 지수도 개발 완료

한경은 KEDI30뿐 아니라 15개 암호화폐의 가격 움직임을 보여주는 가상자산 지수 개발도 완료했다. 핀테크 기업 웨이브릿지와 공동 개발한 ‘KEDI-웨이브릿지 한국 가상자산15 지수(KOVAX15)’는 지난해 11일부터 공식 산출을 시작했다.

KOVAX15는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거래되는 15개 주요 암호화폐 가격 움직임을 모두 반영한다. 기존에도 거래소 운영사 등이 만든 암호화폐 지수가 있었지만, 자사 거래소 가격만을 기준으로 해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수에 포함된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코인, 솔라나, 에이다, 리플 등이다. 편입 종목은 시가총액을 기초로 거래 안정성 등을 감안해 선정한다.

금융당국은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 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에선 가상자산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판매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ETF가 거래되고 있다.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전략 ETF(BITO)’, ‘발키리 비트코인 전략 ETF(BTF)’, ‘반에크 비트코인 전략 ETF(XBTF)’, ‘글로벌X 블록체인 앤드 비트코인 전략 ETF(BITS)’ 등이 대표적이다.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볼트 크립토 인더스트리 레볼루션 앤드 테크 ETF(BTCR)’도 상장했다. 가상자산 신봉자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 암호화폐 채굴 기업인 마라톤디지털 등에 투자한다.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하는 ETF가 나오지 않았지만, 캐나다·독일·스웨덴 등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이 없다.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도 부정적이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주요 투자 자산군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머지않아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ETF 등이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가상자산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도입되면 투자자로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도 암호화폐에 관심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거래 안정성이 떨어지기에 투자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가상자산 ETF가 도입될 경우 한 종목만 담는 게 아니라 KOVAX15처럼 다양한 암호화폐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할 가능성이 높다. 종합지수는 특정 종목의 움직임에 비해 등락률이 크지 않아 장기투자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태훈 한국경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