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의 추락…日 최고 부자도 바꿨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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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日증시 10대 뉴스 총정리
소니·리크루트 뜨고 소뱅·유니클로 지고
최고 상승종목은 450% 오른 도쿄기계
'기시다 쇼크 시즌1~2'에 지수 급락
애널 100명, 닛케이지수 27,501~32,840 예상
소니·리크루트 뜨고 소뱅·유니클로 지고
최고 상승종목은 450% 오른 도쿄기계
'기시다 쇼크 시즌1~2'에 지수 급락
애널 100명, 닛케이지수 27,501~32,840 예상
지난해 일본증시의 주요 뉴스를 파악하면 올해 시장 판도도 예측이 가능하다. 2021년 일본증시 10대 뉴스를 살펴본다.
1. 소프트뱅크와 유니클로의 콧대 납작..日 최고부자도 바뀌다
잘나가던 일본 기업의 대명사였던 소프트뱅크그룹과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이 추락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중국 때문에 운 한 해였다. 시가총액이 2020년말 16조700억엔(약 166조원)에서 지난 12월27일 8조9900억엔으로 반토막났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4조9879억엔의 순익을 기록했다. 쿠팡의 미국증시 상장 등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투자차익이 급증한 덕분이었다.
지난해 8100엔으로 시작한 주가가 3월8일 1만635엔까지 올랐다. 하지만 7~9월에만 3979억엔의 순손실을 내는 등 중국 관련 투자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주가가 12월27일 5220엔까지 내려앉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1조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도요타에 이어 일본증시 시가총액 2위를 지키던 시총 순위도 7위까지 내려앉았다.
2020년말 일본 6위였던 패스트리테일링의 시가총액 순위도 16위로 주저앉았다. 9만1730엔으로 시작한 주가가 6만6360엔까지 빠진 탓이다. 시가총액도 9조1600억엔에서 7조400억엔으로 줄었다. 캐주얼 의류 전문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코로나 수혜주로 분류됐다.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정장의 시대가 끝나고 캐주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원재료값이 급증하면서 가격을 인상하는 바람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품질도 디자인도 괜찮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유니클로의 최대 강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니클로의 추락은 일본 부자순위도 바꿔놨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일본 최고 부자로도 유명하다.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최고 부자 자리를 다키자키 다케미츠 키엔즈 명예회장에게 넘겨줬다. 2. 2021년 日증시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추락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코로나의 시대에 가치가 크게 뛰어오른 종목도 많았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매력을 모두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자동차는 1년새 시가총액이 34조3900조엔으로 10조엔 가까이 늘었다. 2020년 2위였던 소프트뱅크그룹과 시총이 4배 가량 벌어지면서 일본증시 절대 강자의 위치를 굳혔다. 소니의 부활도 눈에 띈다. 적극적인 사업재편에 '집콕수요'까지 겹치면서 시가총액이 18조1200억엔으로 5조5000억엔 이상 늘었다. 시총 순위도 4위에서 2위로 올랐다.
시총 상위권 기업 가운데는 리크루트홀딩스와 도쿄일렉트론도 급부상했다. 리크루트는 시가총액이 7조1000억엔에서 11조7400억엔으로 늘면서 12위였던 순위가 4위로 올랐다. 어느새 일본 대표기업 반열에 올랐다. 리크루트는 인재중개 뿐 아니라 인적자원에 관한 모든 사업을 벌인다. 코로나 시대에 딱 맞는 기업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도쿄일렉트론의 시총도 5조7200억엔에서 10조3100억엔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순위는 21위에서 6위까지 점프했다. 세계적인 반도체난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작년 3월1일 한일 국민메신저 라인과 통합한 Z홀딩스의 시가총액도 7조6600억엔으로 3배 가까이 뛰면서 순위가 45위에서 29위로 올랐다. 지난해 일본증시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도쿄기계제작소였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아시아개발캐피털과 적대적 M&A 공방을 벌이면서 주가가 1년 만에 4.5배, 450% 올랐다. 2위는 '캠핑·레저 업계의 에르메스' 스노피크로 주가가 4배 올랐다.
3. 기시다 쇼크 시즌1~2
작년 하반기 일본증시는 '기시다 쇼크 시즌1'과 '시즌2'에 벌벌 떨었다. 12월1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회에서 "지속가능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위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당과 함께 상장사들의 주요한 주주환원 수단인 자사주 매입을 규제할 수 있다는 총리의 발언에 닛케이225지수는 이틀 동안 1000포인트 폭락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기시다 쇼크 시즌2'로 묘사했다. 총리에 취임한 작년 10월 금융소득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주가에 충격을 준게 '기시다쇼크 시즌1'이었다.
기시다 총리가 민간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규제하려는 것은 임금인상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내부유보금을 자사주 매입에 쓰지 말고 임금인상에 투입하라는 것이다. 기시다 내각은 근로자 임금을 올려 분배를 강화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야 소비가 늘고 기업의 실적이 개선돼 다시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일본증시 전문가들은 기시다 쇼크 시즌2가 주식시장에 주는 충격이 시즌1 이상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요 투자가들의 외면을 받는 일본시장에서 마지막 남은 큰손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일본 기업이기 때문이다.
4. 30년 최고치 찍은 日증시에 삼존불 출현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가 취임하기 직전인 2012년 하반기 8,000대까지 떨어졌던 닛케이225지수가 31년만에 3만선을 돌파했다. 작년 2월 30,018로 처음 3만선을 넘어섰고, 9월에는 30,500선까지 오르며 3만선에 안착하는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버블(거품)경제 막바지인 1989년 12월말 기록한 사상 최고치 38,915도 아주 멀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지수는 다시 급락해 11월29일에는 28,029로 올해 시초가를 밑돌았다. 2021년말 닛케이225지수는 28,791로 올초 28,139와 큰 차이가 없다.
2월과 9월, 11월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하면서 시장 전문가들은 2021년 시장을 '삼존불 장세'로 묘사한다. 3차례 급등락한 차트 움직임이 절의 삼존불을 닮았다는 것이다. 2021년 닛케이225지수는 아무리 급락하더라도 27,000선의 지지선은 굳건히 지켜냈다. 이 때문에 올해 '삼존불 지지선' 27,000선이 무너지면 지난 10년 동안의 오름세가 끝나고 장기 하락장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2022년 6월말 닛케이지수가 32,000까지 오른 뒤 12월말 31,000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전문 주간지 다이아몬드의 조사결과 주식 애널리스트 100명은 올해 닛케이225지수가 27,501~32,840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5. 일본 대표기업이 사라진다?..도시바 1년 내내 풍파
1년 내내 일본증시에서 화제가 된 기업이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도시바다. 지난 4월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털이 도시바를 2조3000억엔(약 23조6348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선언해 시장을 놀래켰다.
1875년 창업한 도시바는 1960년 일본 최초의 컬러TV, 1985년 세계 최초의 노트북 등을 개발한 회사다. 일본인의 생활은 물론 세계인의 생활을 바꿔놓은 기업이다. 일본 대표 기업을 통으로 사겠다는 PEF의 제안에 일본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일본 대표기업을 해외 PE에 팔려는 계획은 역풍을 맞아 구루마다니 노부아키 사장이 사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11월에는 도시바를 3개 회사로 분할한다는 핵폭탄급 선언을 했다. 도시바를 인프라서비스와 디바이스, 남은 도시바 그룹(도시바 반도체) 등 3개 회사로 나누는 것이 분할안의 핵심이다. 고질병인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6. 연못 속의 고래가 사라졌다..2%룰 어디로
일본 공적연금(GPIF)과 일본은행은 일본증시의 양대 큰손이다. 두 기관이 보유한 주식이 전체 시총의 13%로 추산된다. '연못 속의 두마리 고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증시를 떠받치던 두마리 고래가 사라졌다.
GPIF는 2014년부터 일본주식 운용자산 비중을 12%에서 25%로 대폭 늘렸다. 그동안 일본증시가 크게 오른 것은 GPIF의 매수세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 중반 GPIF의 25% 한도는 다 찼다. 일본주식을 더 늘리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일본은행은 작년 3월 연간 6조엔어치의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한다는 목표를 삭제했다. ETF 매입이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은행은 4월 이후 지금까지 ETF를 2800억엔밖에 사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일본 주식을 사줄 세력이 사라진 것이다.
작년 초까지 일본증시에는 '2%룰'이 있었다. 닛케이225지수가 오전장에서 2% 이상 하락하면 일본은행이 ETF 매집하기 시작한다는 불문율이다. 2021년 중반부터는 이 불문율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7. 1조 안되면 명함도 못내밀어..시총 1조 기업 사상 최대
지난해 시가총액 1조엔이 넘는 일본 상장기업의 숫자가 145개사로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보다 7곳이 늘었다. 지금까지 기록은 2017년의 144곳이었다.
교무슈퍼로 일본의 유통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고베물산이 처음 1조클럽에 진입하는 등 19개 회사가 새로 진입했다. Z홀딩스의 자회사인 일본 최대 온라인 의류쇼핑몰 조조타운도 1조엔 클럽에 재가입했다. 반면 일본의 간판 대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17년만에 1조클럽에서 쫓겨났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민간 제트여객기 사업에서 철수한데다 수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화력발전 터빈과 같은 에너지사업이 탈석탄화 여파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1조클럽에도 코로나19와 디지털화의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 AGC(옛 아사히글라스) 등은 소재와 에너지주가 각광을 받으면서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겼다. 반면 게이오전철, 오다큐전철 등은 코로나19 이후 출퇴근 이용자가 줄면서 시총이 30~40%씩 감소했다.
다이세이건설, 가지마 등 건설 대기업과 미쓰비시자동차, 샤프 등 대형 제조업체가 지고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레이저테크, 시스템 통합(SI) 기업 오빅, 온라인 자재 사무용품 전문회사모노타로 등 디지털화의 물결에 올라탄 기업들이 1조클럽에 새로 가입했다.
8. 체면이냐 실리냐..도쿄증시 재편
일본 기업은 '도쿄증시 1부시장 상장사'라는 점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1부시장은 곧 우량 상장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인의 자부심이자 선망의 대상인 도쿄증시 1부시장이 오는 4월1일부터 사라진다.
1부, 2부, 마더스, 자스닥 4개로 구성돼 있는 시장이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도쿄거래소는 2013년 7월 도쿄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를 통합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두 거래소의 기존 시장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도쿄증시 1부 상장사는 2184개지만 나머지 3개 시장의 상장사는 1500개에 불과한 기형적인 구조가 되고 말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시장재편이다. 최상위 시장인 프라임시장에 들어가려면 이사회의 1/3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고 유통주식의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유통주식수 비율 35% 이상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이 때문에 1부 상장사의 10%에 달하는 255개사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는 대신 하위 시장인 스탠더드시장을 선택했다.
9.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M&A 자문사 레코프에 따르면 2021년 일본기업의 M&A 건수는 4280건으로 1985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기록한 4088건을 2년 만에 넘어섰다. 코로나 이후 기업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면서 M&A가 늘어난 건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의 경우 도쿄증시 사업재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까다로운 상장 조건을 맞추느니 잔여 주식을 몽땅 사서 상장폐지시키거나 다른 회사에 팔아버리는 기업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10. 주식과 환율 이별하다
지금 일본은 '나쁜 엔저'로 난리다. 지난해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연초 103엔대에서 114엔대까지 치솟았다.(엔화 가치 하락) 1년 기준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진건 2015년 이후 6년 만이다. 하락폭은 터키리라와 태국바트를 제외하고 가장 컸다. 미국은 올해 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고했는데 일본은 최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내년에도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한 영향이다. 작년 11월 실질실효환율(통화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환율)은 67.79엔으로 5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달러/엔 환율이 120엔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출제조업의 비중이 큰 일본에서 적어도 주식시장은 엔저를 반겼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제조업 실적이 좋아져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엔저=주가 상승'이 공식처럼 사용됐다. 작년에는 환율과 주가가 따로 놀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일본대지진 당시 엔화 가치 급등에 고생한 일본 제조업체들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겼기 때문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타격을 받는 비제조업과 IT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등 산업구조도 바뀌었다.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35%에서 2010년대 20%대로 하락했다. 수출기업이 누리는 혜택은 줄고, 수입 기업의 타격은 커진 것이다.
2021년 6~8월 소매, 외식 등 소비 관련 산업 가운데 실적이 전년보다 줄었거나 적자로 돌아선 상장사가 70%를 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