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美 물가 7%까지 치솟나…바이든 "믿지 마"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전반적으로 관망세를 보였습니다.

개장 전 중국에서는 마침내 헝다가 공식적인 부도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헝다를 ‘제한적 디폴트(채무불이행)’ 등급으로 강등했습니다. 지난 6일 이뤄졌어야 할 채권 이자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입니다.

또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선 일본에서 감염력이 델타 변이의 4.2배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감염자가 2.5일마다 두 배로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S&P500 지수는 이번 주에만 4% 올라 전날 다시 4701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 지수는 지난 한 달 동안 다섯 번 4700 이상에서 마감됐었지만 4705보다 높은 적은 없었습니다. 기술적으로 강력한 저항선이 4700과 4705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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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내일 아침 8시 30분(한국시간 10일 밤 10시 30분)에는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되고, 다음 주 14~15일에는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립니다. 만약 CPI가 월가 예상(6.7%)을 넘어 7%에 달하면 그렇지않아도 매파적으로 변한 Fed가 더 강력한 긴축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아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 내일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대한 데이터가 수집된 후 몇 주 동안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다"라면서 "내일 발표되는 정보는 오늘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며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예상되는 가격 하락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휘발유 가격은 이미 전국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이번 주 천연가스 가격은 11월 평균보다 25% 이상 내렸다. 최근 몇 주 동안 우리는 중고차 가격의 하락을 보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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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높은 물가가 신경이 쓰이면 미리 이런 설명을 내놓았을까요? 하지만 시장에선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가을에 하락했던 중고차, 목재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향후 몇 개월 동안 급등하는 차량 가격과 항공료 반등, 임대료 인상 등 탓에 근원 소비자물가가 7%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높은 물가는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인 테이퍼링의 가속화를 넘어서 조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도록 Fed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날 CPI가 전년 대비 2.3% 상승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예상(2.5%)보다 낮았습니다. 미국의 CPI도 예상보다 적게 나온다면 어떨까요? 바이털 날리지는 "CPI가 낮게 나온다고 해도 굉장히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Fed의 전망은 충분히 매파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는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월가는 Fed의 결정에 미칠 요인이 있을지 찾았습니다. 미국 경제가 (Fed가 긴축할 정도로) 아주 좋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기 때문일 겁니다.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된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4일)는 전주보다 4만3000건이나 감소해 18만4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1969년 이후 최저치 기록입니다. 월가 예상치는 21만 건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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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월가는 흥분하지 않았습니다. 구인란으로 해고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또 고용 상황이 이렇게 좋다는 건 Fed가 긴축해도 괜찮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CNBC의 스티브 리스먼 기자는 "낮은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고용시장이 매우 빡빡하다는 뜻이고 좋은 것이긴 하지만,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다는 얘기이기도 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10월 미국의 도매 재고도 2.3% 증가해 월가 예상(2.2%)을 넘었습니다. 이번 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긍정적인 지표입니다. 역시 Fed가 긴축할 수 있는 환경임을 나타냅니다.

Fed는 이날 3분기 자금흐름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 가계의 순 자산은 2조3620억 달러(1.7%)가 증가해 144조70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팬데믹 초기인 작년 1분기 말 110조5800억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정확히 1년 반 만에 34조 달러가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부채는 16조6000억 달러에서 18조 달러로 많이 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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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증가 요인은 Fed와 연방정부가 팬데믹 지원을 위해 공짜 돈을 뿌려대다 보니 주식과 주택 가격이 폭등한 겁니다. 지난 3분기에도 주식 가치는 헝다 사태 등으로 인해 3000억 달러 감소했지만, 집값이 1조4000억 달러가 늘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렇게 가계의 부가 증가하니 일할 사람이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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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자산 가격 상승이 부의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보니 자산을 많이 가진 부유층이 가계 부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한 겁니다. 상위 1%는 46조74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했지만, 하위 50%는 2조3000억 달러만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공짜 돈 살포로 인한 부의 증가 혜택은 그다지 누리지 못하였지만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어려움은 많이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하위층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지요. 바이든 대통령이 미리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전전긍긍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시장 관심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Fed가 어떻게 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Fed가 다음 주 테이퍼링 속도를 높여 내년 3월로 자산매입을 끝내는 건 이제 기정사실입니다. 핵심은 통화정책 성명서와 별도로 내놓을 경제전망(SEP)과 점도표에서 얼마나 높은 기준금리 전망치를 제시하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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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전망을 통해 Fed가 더 큰 결의를 내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월가에서 꿋꿋이 Fed가 2023년에 처음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주장하던 모건스탠리는 전날 Fed가 내년 9월, 12월 두 번에 이어 2023년에도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을 바꿨습니다.

물론 시장 전반적으로는 Fed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다수입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금리 전략가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Fed가 긴축에 대해 온건한 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오미크론 변이 출현으로 인한 불확실성, 중국 경제의 둔화 징후, 시장 변동성 증가로 인해 Fed는 정책을 너무 빨리 바꾸는 걸 주저할 것이다. 또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많은 기본 상품의 도매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재 재고가 회복되고 있으며 올해 (높았던) 물가 상승과 비교하면 실제 약간 하락할 수 있다. 또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현재 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다. Fed의 경제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추정치는 현재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더 높게 수정되어야 하지만, 장기 전망은 아마도 더 낮게 돌아와야 할 것이다. Fed가 2022년 하반기에 1~2회의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3 수준의 약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Fed의 정책과 금리 등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시간이 갈수록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0% 보합세로 마감했지만, S&P500 지수는 0.72%, 나스닥은 무려 1.71%나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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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던 애플은 이날도 꾸준히 플러스를 유지했으나 장 막판 소폭 0.3% 내림세로 전환했습니다. 테슬라가 5% 넘게 떨어져 1000달러 선이 깨질 뻔했습니다. 테슬라뿐 아니라 텔라닥(-6.93%) 로쿠(-8.20%) 코인베이스(-8.2%) 등 아크인베스트가 다량 보유한 고평가 기술주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습니다. 전환 선순위채 발행 의사를 밝힌 루시드는 18.3% 폭락했습니다. 또 게임스톱(-10.30%), AMC(-8.93%) 등 소위 '밈' 주식들도 급락했습니다. 게임스톱이 분기 순손실이 확대됐다고 발표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기업에 큰 변화가 없다면, 군중이 열정을 유지하기에는 1년은 긴 시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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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내내 시장을 상승시켰던 여행 관련 주도 하락했습니다. 카니발과 노르웨이 크루즈 라인의 주가는 약 1.6% 내렸고, 유나이티드항공은 1.7% 떨어졌습니다. 익스피디아와 부킹홀딩스는 각각 1.5%, 1.7% 내렸습니다.

위험자산인 비트코인도 6%가량 떨어진 4만7600 달러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블룸버그는 나티시스자산운용이 글로벌 펀드 매니저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2022년에 가장 큰 조정을 받을 후보'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꼽혔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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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가능성에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35% 오른 96.2를 기록했습니다. ING는 '달러를 다시 사야 할 시간인가'라는 제목의 투자 메모를 내고 "더 달러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다. 시장은 내일 미국 CPI와 다음 주 FOMC를 앞두고 달러 매수에 나설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채권금리도 단기물은 오르고, 장기물은 내리면서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나타났습니다.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움직임입니다. 미 국채 2년물은 1.5bp(1bp=0.01%포인트) 올라 연 0.694%를 기록했고, 10년물은 1.2bp 내려 1.499%를 기록했습니다. 30년물의 경우 이날 오후 재무부가 실시한 220억 달러 규모의 입찰에서 수요가 저조해 낙찰 금리가 1.895%까지 치솟았습니다.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1.863%보다 5.2bp나 높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시장금리는 잠시 오르더니 다시 하락해서 전날보다 0.1bp 내린 1.874%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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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Fed가 기준금리를 높이려 하는 데 10년 금리가 여전히 1.5% 안팎에 머물고 있는데 의문을 제기합니다. 초단기금리(overnight)인 기준금리를 다섯 번 높이면 비슷해지는,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많은 데다(블랙록), 장기 저성장 흐름 및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반영한 것(구겐하임)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이렇게 낮은 수준이 유지된다면 기술주가 크게 약세를 보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월가 금융사들은 작년부터 올해 말 10년물이 연 2%에 달하리라 전망해왔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2%가 넘을 것이라고 다시 관측하고 있습니다. JP모간은 전날 발간한 2020년 전망에서 10년물 수익률이 내년 말 2.2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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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찰스 슈왑의 존스 전략가는 "10년물 수익률은 Fed의 첫 금리 인상이 있기 전에 하락하는 패턴을 보여왔다"라고 설명합니다. 단기 금리는 기준금리와 함께 상승하지만, 장기 수익률은 안정되거나 하락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Fed의 긴축 사이클은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를 동반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실제 Fed가 지난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시작을 시사한 뒤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본격화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내년 초에는 10년물 금리가 오를 것으로 관측됩니다. ING는 "부채한도 증가와 함께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량도 내년에 늘어날 것이고, Fed는 내년 3월 말이면 양적 완화를 끝내고 더 국채를 사지 않는다"라면서 "내년 중반 첫 기준금리 인상이 있기 전까지 10년물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