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굴기의 상징으로 불리던 칭화유니그룹이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가운데 중국 본토기업 최대 메모리반도체업체인 창장메모리가 핵심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십조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년간 5000억위안 더 들 듯

베이징법원이 칭화유니 구조조정에 참여하려는 전략적투자자(FI)들의 신청 기한이 지난 5일로 마감됐다. 칭화유니의 주요 채권자 중 하나인 휘상은행은 지난 7월 법원에 파산구조조정 신청을 냈고, 총 14개 기업이 FI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후 실사 과정에서 FI 후보는 5곳으로 추려졌다. 광둥성정부 산하 광둥헝지엔투자, 베이징정부의 베이징전자, 베이징지안광투자, 우시산업발전그룹,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이다.

FI 후보들은 오는 25일까지 구조조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또 채권단은 오는 10월8일까지 칭화유니 자산에 대한 청구서를 내야 한다. 중국 파산법에 따라 칭화유니와 FI, 채권단은 내년 4월까지 구조조정안을 협의해 확정하게 된다.

칭화유니는 작년 6월말 기준 자산 2966억위안(약 53조원), 부채 2029억위안(약 36조원)을 갖고 있다. 향후 1년 내에 800억위안 규모 채무의 만기가 돌아온다. 실사 과정에서 밝혀질 숨겨진 채무도 골칫거리로 꼽힌다.

하지만 FI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메모리반도체 창장메모리를 부활시키는 문제다. 창장메모리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가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2016년 자본금 386억위안(약 7조원)으로 후베이성 우한에서 출범한 이 회사는 칭화유니그룹이 지분 51%를 갖고 있으며, 중국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 후베이성정부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창장메모리는 반도체 중에서도 중국이 특히 취약한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대부분을 수입 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지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 창장메모리는 2019년 중국 최초로 64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생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 128단 3D 낸드를 개발했고 올해부터 생산에 착수했다.

창장메모리는 당초 2020년말 월 30만개의 칩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한이 코로나19로 수개월 간 봉쇄되면서 공사가 지연됐다. 모기업인 칭화유니가 자금난에 닥치자 주요 투자자인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도 추가 투자를 미뤘다.

전문가들은 창장메모리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원쥔 IC와이즈 수석연구원은 "창장메모리가 적어도 3년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10년 간 5000억위안(약 9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도한 확장에 발목

칭화유니는 1993년 설립됐다.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대의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51%, 창업자인 자오웨이궈 회장이 49%를 보유하고 있다. 칭화유니는 2012년부터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을 대거 인수하고 합자회사를 설립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자오 회장이 회사 지분을 모두 잃게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가 회사 경영에서는 물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칭화유니는 2013년 162억위안을 들여 미국 상장 중국 반도체업체 스프레드럼커뮤니케이션즈와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이 두 회사를 합병해 중국 본토 최대 휴대폰 칩 기업인 유티SOC를 설립했다.

2015년 칭화유니는 25억달러를 투입해 HP로부터 디지털 솔루션 제공업체 H3C 지분 51%를 인수했다. 2018년에는 프랑스 링센스 인수에 23억위안을 썼다.

전 칭화유니 직원은 "투자금은 대부분 은행 단기 차입과 회사채 발행에 의존했는데 새로 인수한 기업들이 충분히 수익을 내지 못해 유동성이 고갈됐다"고 말했다.

칭화유니는 반도체 외에도 온라인 복권 사이트, 보험사업, 천연가스사업, 교육사업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자산은 2015년 1054억위안에서 2019년 2978억위안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부채도 2017년 1290억위안에서 2019년 2187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최대주주인 칭화대의 지원도 끊겼다. 칭화홀딩스는 2018년 중앙정부의 대학 사업 개편 계획에 따라 칭화유니 지분 매각 방침을 세웠다. 최대주주의 보증이 사라지자 칭화유니는 2019년 3월부터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 잇따라 매각

칭화유니는 현금 흐름이 악화되자 자산 매각에 나섰다. 2020년 5월 유니SOC 지분 13.39%를 74억위안에 매각했다. 4개월 후 클라우드 사업 부문인 칭화유니스플렌더(선전증시 상장사. 종목코드 000938)의 지분 5.68%도 47억위안에 팔았다.

칭화유니는 2020년 6월말 현재 286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일부 자회사는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칭화유니스플렌더, 보안 칩 제조업체 쯔광궈신(선전. 002049), 스마트폰용 칩 제조업체 유니SOC, 창장메모리 등은 각 산업에서 선두주자로 꼽힌다. 유니SOC는 지난 4월 53억위안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가 600억위안으로 평가됐으며 현재 상장 작업도 진행 중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