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가 지난 8월 미국에서 비농업 고용자 수가 전월 대비 23만5000명 증가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72만 명)를 크게 밑돌았고, 6월(85만 명)과 7월(94만3000명) 대비 대폭 감소했다. 고용지표가 주춤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8월 美 고용 '델타쇼크'…테이퍼링 연말로 미뤄질 듯
월스트리트저널(WJS)은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 델타 변이 여파로 지난달 고용자 수가 크게 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면이 중요한 서비스업의 고용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레스토랑·술집 고용자는 4만2000명 감소했고, 소매업·건설업·의료서비스업과 공공 일자리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CNBC는 “커다란 실망”이라고 논평했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고용이 갑자기 저속 기어로 전환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을 우려한 서비스 기업들이 고용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또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 때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않으려는 실업자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6월 1만~2만 명 수준에서 지난달 최대 19만 명으로 급증했다.

소비자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게 줄었다. 예컨대 온라인 식당 예약 서비스 업체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당 이용객 수는 올여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에 근무일정 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홈베이스에 따르면 접객업과 엔터테인먼트 부문 근무자는 지난 한 달간 각각 35%, 20% 급감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8월 고용지표는 Fed의 테이퍼링 일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당초 Fed가 이르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내놓고, 11월께 본격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정도로 물가가 급상승하고, 6∼7월 일자리 증가폭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고용 실적이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친 만큼 테이퍼링 시작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CNBC는 전망했다. 이안 세퍼드슨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델타 변이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비농업 고용자 수가 월 최대 10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제는 정말 어려운 일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테이퍼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비농업 고용자 수와 함께 발표된 실업률은 5.2%로 전월(5.4%)보다 소폭 내려갔고, 경제활동 참가율은 61.7%로 전월과 동일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