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원피스' 도에이애니메이션 사상 최고가에 팬주주도 환희
'드래곤볼'이나 '원피스'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도에이애니메이션(4816)이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애니메이션 극장판 사업은 부진하지만, 슬램덩크 모바일게임이 인기를 끄는 등 애니메이션 판권사업이 호조를 보인 덕이다. 주주한정판 굿즈를 노리고 주식을 매수한 애니메이션 팬들도 주가 상승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27일 도에이애니메이션은 전날 대비 0.06% 오른 1만6300엔에 장을 마쳤다. 전날에 이어 사상최고가를 다시 썼다. 도에이애니메이션은 올 들어서만 101.48%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계속해서 경신 중이다. 지난해 코로나 저점 이후 연말까지 122% 오른데 이어 올해도 급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결은 해외판권사업이다. 슬램덩크나 드래곤볼, 원피스 등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도에이애니메이션은 해당 작품에 대한 판권을 가진다. 피규어를 만들거나 캐릭터로 게임을 만들면 판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애니메이션의 영화판 제작사업은 암초에 부딪쳤지만 판권사업만큼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슬램덩크 모바일게임 등이 코로나 이후 '집콕' 수요로 인기를 끈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 4~6월 도에이애니메이션의 매출은 131억8700만엔, 영업이익은 42억4500만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 6.5% 증가한 규모였다. 부문별로 보면 영화제작·판매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지만, 판권사업 매출이 21.3%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판권매출의 62%를 해외가 차지하는 등 일본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의 수요가 더 높은 것도 장점이다. 도에이애니메이션 측은 "드래곤볼 시리즈의 게임화 판권매출이나 슬램덩크의 모바일게임에 더해 디지몬어드벤쳐, 원피스 시리즈의 상품화에 대한 해외 판권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도에이애니메이션의 주가 상승에 애니메이션팬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에이애니메이션의 경우 매년 주주에게 주주 한정 캐릭터카드를 선물로 주고 '주주통신'이라는 잡지를 발송한다. 잡지엔 보통 제작자들이 어떤 의도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지 등의 비화가 실린다. 주주우대혜택이 매력적이기에 일부 팬들은 차익은 큰 기대를 않고 주식을 매수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주가까지 오르니 기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도에이애니메이션에 남은 과제다. 친자(親子)상장 해소와 거래소 재편 문제가 그것이다. 현재 도에이애니메이션의 시가총액(6846억엔)은 모기업인 도에이(2881억엔)의 두 배가 넘는다. 코로나 이후 영화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도에이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탓에 격차는 더 벌어져가고만 있다. 이에 도에이 주주 입장에선 도에이애니메이션을 완전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폐지 시키는 것이 자회사의 소수주주만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닌, 모회사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 보고 있다. 도에이애니메이션 상장 이후 매출이 5배 증가했다는 것도 도에이 주주 입장에선 완전자회사로 만들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단 주식공개매수(TOB)에 드는 비용은 4000억엔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도쿄증권거래소가 내년 4월 시장을 재편하는 것도 변수다. 재편될 거래소 제도상 상장을 유지하려면 유동주식비율이 25%를 넘겨야 하는데 도에이애니메이션은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3월말 기준 도에이(34.17%), 테레비아사히(20%) 등 대주주가 가진 주식 비중이 88.57%나 된다. 도에이 측은 "확실한 방향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도에이애니메이션은 중요한 자회사로 향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에이애니메이션이 완전자회사가 되어 상장폐지 될지 대주주가 주식을 시장에 풀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