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에 투자하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CSI300 지수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상하이와 선전에 상장된 주요 종목들로 구성된 지수고요. 한국의 코스피200이나 미국의 S&P500처럼 중국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주로 참고하는 지수입니다. CSI는 중국증권지수라는 회사의 약칭이고요, 이 회사는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가 출자해 설립한 합자회사로 국유기업입니다.

대표지수인 CSI300은 지난 석 달 동안 3%정도 빠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민간 부문을 전방위로 규제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규제 홍수 속에서도 오를 종목들은 올랐다고 볼 수도 있을 거고요.

오늘 살펴볼 신에너지주식들로 구성된 CSI 뉴에너지 인덱스가 대표적입니다. 이건 석달 동안 45% 정도 올랐습니다. 구성 종목은 상하이와 선전에 상장된 신에너지 관련 80개입니다.

중국 주식 투자 규모 확대

중국 정부가 최근에 하루가 멀다하고 민간 부문에 대한 규제를 내놓으면서 중국 주식 투자에 회의를 갖게 되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를 중국 주식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 최근에 보도를 해드렸는데, 작년에 미국 주식 열풍이 분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에도 관심을 더욱 늘려가고 있습니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중국과 홍콩 주식 순매수가 누적 1조8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작년 전체 순매수가 4800억원이었으니까 벌써 세 배가 넘었습니다. 반중 감정도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수익 창출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 주식에서 옥석 가리기를 해보시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신에너지를 주목하는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중국의 2060년 탄소중립 선언을 들 수 있습니다. 이걸 말 뿐인 선언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적어도 앞으로 몇 년 간은 실제 행동이 뒷받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국이 그나마 G2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하면서 처음으로 내놓은 정책이 파리기후변화협정 재가입이었고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보다 전인 작년 9월 유엔총회에서 탄소중립 선언을 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그 안에 담긴 계산과 속내가 다를 수는 있습니다. 중국은 국제사회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도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내놔야 하고요, 또 서방 국가들에게 중국을 견제하는 또다른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2030년부터 탄소 배출 줄인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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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에서 신에너지는 정부 규제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수 년 간 투자가 집중될 수 있는 영역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 전에 2030년 탄소정점, 그러니까 2030년을 기점으로 매년 전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줄여간다는 목표도 내놨습니다. 10년도 안 남은 상황이어서 발전이나 자동차 같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에 큰 변화가 나타날 전망입니다.

그런데 신에너지라고 하면 범위가 다소 넓긴 합니다. 차이나스톡에서 자주 소개해 드린 전기차와 2차전지도 신에너지에 들어가고요. 배터리 원료인 리튬 기업들도 있습니다. 발전 부문에선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CSI 뉴에너지 인덱스 구성종목들을 좀 보겠습니다.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룽지뤼넝커지, 룽지그린에너지테크라는 종목입니다. 영어로는 longi라고 쓰기 때문에 롱기나 롱이로 읽는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 한국식으로 읽으면 융기고요. 이 회사는 세계 최대 태양광 기업으로 꼽힙니다.

그 다음으로는 배터리업체 CATL, 태양광발전설비업체 썬그로우, 세계 최대 리튬업체 중 하나인 간펑리튬 같은 종목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태양광 ETF도 등장

CSI 뉴에너지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들도 상하이거래소에 4개, 선전거래소에 1개 상장돼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ETF가 지난 1월에 설정됐을 정도로 역사는 짧고요. 이 가장 오래된 ETF 이름은 남방증권신에너지ETF이고 순자산도 1800만위안, 약 32억원으로 가장 큽니다. 다만 한국에선 중국 본토 상장 ETF를 아직 살 수 없고요, 양국 금융당국 간 맺은 협약에 따라 빠르면 올해 말부터 중국 본토증시 상장 ETF에 투자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ETF 투자를 고려하는 건 개별종목보다 안정적인 ETF의 특징도 있고, 또 중국 개별 종목들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 본토주식 가운데는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막아놓은 종목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홍콩에 상장된 ETF 투자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중국 신에너지주를 담으면서 홍콩에 상장된 ETF로는 글로벌X 차이나 클린에너지 ETF가 있습니다. 종목코드 2809는 홍콩달러, 9809는 미국달러로 표시됩니다. 독일 지수회사인 솔랙티브가 산출하는 지수를 추종하고요,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8%입니다.

글로벌X는 미래에셋이 갖고 있는 글로벌 ETF 전문 운용사고요. 미래에셋은 이 클로벌X 차이나 클린에너지 ETF와 같은 구조의 TIGER 차이나클린에너지 ETF를 한국거래소에도 최근 상장했습니다.

저가 경쟁에서 살아남은 중국 태양광 업체들

중국 에너지국이 지난 6월 지방정부들을 대상으로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한다고 공고했습니다. 중국에 31개 성시가 있는데 이 중에 25곳이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중국은 이번 시범사업으로 500여개 프로젝트를 가동해 100기가와트 규모 용량의 발전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글로벌 태양광 1위라고 하는 룽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상하이증시 상장사고 종목코드는 601012입니다. 주가는 지난 3월 연중 최저점인 50위안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90위안대로 회복했습니다. 시가총액은 4600억위안, 약 83조원으로 중국 본토증시 종목들 가운데 20위에 올라있습니다.

태양전지 산업 흐름을 간단히 보면 먼저 규소같은 원재료로 만드는 폴리실리콘에서 시작합니다. 폴리실리콘을 얇게 잘라서 웨이퍼로 가공하고요, 여기까지는 반도체와 비슷합니다. 이 웨이퍼가 빛을 받으면 전기를 생산합니다.

웨이퍼를 포장해서 태양전지를 만들고, 태양전지를 수십개 수백개씩 판에다 모아서 모듈이 됩니다. 이 모듈을 넓은 땅에 깔아서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요. 전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인버터나 과잉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 주는 대용량저장장치들도 필요합니다.

룽지는 웨이퍼 부문에서 세계 1위, 모듈에서 세계 2위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태양광 모듈 가격은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로 내려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사라져갔는데, 룽지는 그동안 꾸준히 살아남아서 결국 승자독식 단계에 들어간 기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작년 실적은 매출 545억위안에 순이익 81억원을 했습니다. 2019년에 비하면 매출은 65%, 순이익은 61% 늘었습니다. 올 1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졌고요. 매출에서 시장별 비중은 중국 본토가 60%, 아메리카대륙이 16%, 아시아태평양 13%, 유럽 10% 순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습니다.

수소산업과 연계

룽지에서 최근 의미있는 소식으로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태양광 발전산업의 리스크 요인이라면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는 부분이 크고요. 날씨가 흐리면 발전량이 떨어지고, 날씨가 좋은데 전력 소비가 적으면 낭비되는 전력이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출렁임을 방지하기 위해서 많이 쓰이는 게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 ESS입니다.

룽지는 중국 정부가 밀고 있는 수소에너지로 눈을 돌렸습니다. 수소를 연료전지에서 반응시키면 전기와 물이 나오기 때문에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서 중점적으로 육성할 6대 미래산업 가운데 하나로 수소산업을 꼽을 정도로 탄소중립에서 수소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활용되는 수소는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가 대부분입니다. 룽지는 태양광발전 과정에서 남는 전기를 활용해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시키고요, 수소를 저장해서 수소차나 수소발전에 쓰도록 한다는 전략입니다. ESS에 비해서 비용은 비싸지만 보관이나 운송 같은 효율성에선 수소가 우위에 있고요, 비용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단결정 웨이퍼가 대세

세계 시장 휩쓰는 중국 태양광, 대표 종목은?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올해 두 배 정도 오른 신에너지 주식 중 하나로 중환반도체가 있습니다. 선전증시 상장사고 종목코드는 002129입니다. 주가는 올해 초 25위안에서 최근 50위안을 넘었다가 조금 조정을 받았습니다. 이름은 반도체인데 매출 90% 이상이 태양전지 웨이퍼에서 나오는 회사입니다.

태양전지 웨이퍼는 크게 다결정하고 단결정으로 나누는데요, 이건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순도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다결정은 효율이 낮은 대신 가격이 싸고, 단결정은 반대로 효율이 높고 가격이 비쌉니다. 전세계 태양광 시장은 제조 가격이 내려가면서 단결정으로 옮겨가는 추세고요.

중환반도체는 단결정 부문에서 룽지에 이어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76억위안, 약 3조2000억원이었는데 작년 상반기 86억위안보다 두 배 정도 커진 겁니다. 순이익은 세 배 늘어난 15억위안이었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컴백하는 중국 태양광 기업들

좀전에 룽지가 웨이퍼 1위, 모듈 2위라고 말씀드렸는데, 모듈 부문 1위 기업은 진코솔라라는 회사입니다. 중국식으로 읽으면 징커고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고요, 종목코드는 JKS입니다. 진코솔라의 자회사 중에 태양광발전을 하는 진코파워가 상하이증시에 종목코드 601778로 상장돼 있고요, 이 종목도 CSI 뉴에너지 인덱스에 포함돼 있습니다.

진코솔라만큼 크진 않지만 커네이디언솔라라는 회사가 세계 태양광 모듈 5위권에 있는데요. 본사는 캐나다에 있고 나스닥 상장사인데, 중국계 캐나다인인 숀 취가 창업해서 종종 중국 회사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CSI솔라라고 불리고요.

이렇게 진코솔라와 CSI솔라가 상하이증시에 2차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진코는 60억위안, 약 1조원, CSI는 40억위안, 약 7000억원을 조달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렇게 태양광업체들이 중국에 2차상장을 하는 건 미국보다 중국 증시에서 태양광업체들이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코의 미국 시가총액은 20억달러, 약 2조300억원 수준인데요. 경쟁사인 룽지가 시가총액 80조원이 넘는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2019년에는 JA솔라, 작년에는 톈허솔라가 미국 상장을 폐지하고 중국 본토증시로 컴백했습니다.

미중 갈등은 리스크

중국 태양광주식들의 리스크도 좀 보겠습니다. 대표적인 변수는 미중 갈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 비중이 너무 커지다보니 미국은 트럼프발 미중 갈등이 시작된 2018년 이전부터 중국산 태양광 셀이나 모듈에 관세를 때려왔습니다. 그러자 중국 업체들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로를 써왔고요.

최근에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 관련 제재가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조할 때 역설적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데요, 실리콘 업체들은 전기료가 싼 신장 지역에 공장을 많이 지어놨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신장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강제노동에 동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신장산 실리콘을 쓴 태양광 셀과 모듈 수입 금지 조치를 하고 다커에너지같은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제까지는 진코나 커네디언같이 미국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는 별다른 제제가 없었는데, 최근 태양광업계에서 미국이 중국 기업이 만든 태양광 제품을 전면 수입 금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통관 과정에서 신장산을 썼는지 검사한다면서 하역이 중단된 사례도 있고요. 이 때문에 최근 중국 태양광업체들 주가가 좀 조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