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만 해도 '5월에 팔고 떠나라'라는 증시 격언이 크게 들렸는데 시장은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다우는 이달 들어 이날까지 1.3% 올랐고 S&P 500 지수는 0.2% 상승했습니다. 나스닥만 2.2% 하락한 상태입니다.

이 때문인지 이날 대부분 주식이 보합권에 머물렀지만 항공 크루즈 등 경제 재개주들은 약진했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달 들어 국내 여행용 항공권 매출이 2019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힌 뒤 1.5% 상승했습니다. 보잉도 1.4% 올랐습니다. 노르웨이지안크루즈와 로얄캐리비안크루즈도 각각 3% 이상 뛰었습니다.
틸먼 퍼티타 골든너겟 호텔&카지노 회장은 이날 CNBC에 출연해 "라스베이거스 골든너겟 카지노는 이달 지난 75년 역사를 통 들어 가장 좋은 달을 맞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그동안 많이 오른 에너지 금융 소재 업종 등이 내림세를 주도했고, 기술주는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S&P 500 지수는 지난 6주 동안 4050~4200 사이 박스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어제도 장 막판 4200을 넘자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습니다. 오늘도 이런 상황이 이어지며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폭을 키워 4188에 마감했습니다. 4월 마지막 거래일인 4월30일 지수가 4181이었으니 한 달 간 박스권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집값은 Fed가 테이퍼링에 나서야할 이유 중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3월 주택가격지수는 연율로 13.2% 올라 전달의 12%보다 높아졌습니다. 이는 200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다만 4월 신규 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5.9% 줄어든 연율 86만3000채에 그쳤습니다. 주택 경기가 차가워서가 아니라 매물이 없는 탓입니다. 뜨거운 집값은 백악관에서도 이슈가 됐습니다. 이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재의 집값 상승은 주택 비용과 주택시장 접근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택시장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월가 관계자는 "이렇게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왜 Fed가 계속 월 400억 달러씩 모기지 증권을 사고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집값이 안정적으로 오른다면 경기에 좋지만 버블이 만들어진다면 경기에 찬물을 부을 수 있다는 점에서 Fed는 모기지 증권 매입을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Fed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다가오는 회의(FOMC)에서 그럴 시간이 올 것이다. 우리는 자산구매 속도를 축소하는 것에 대해 논의 할 수 있는 그런 시점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점은) 우리가 얻는 데이터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재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테이퍼링 논의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논의에 대한 논의는 상당기간 길어질 것"(We are talking about talking about tapering. And will be talking about talking about for a long time)이라고 말한 겁니다. 이는 제롬 파월 의장이 작년 6월 "금리 인상은 생각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not even thinking about thinking' about rate hikes)고 말해 유행이 됐던 것을 빗대어 말한 겁니다.

실제로 '돈을 빼지는 않으면서, 뜨거워진 투자 심리를 누르는 건' Fed의 의도한 작전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면 현재의 유동성을 계속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적은 자산 버블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CNN이 집계하는 공포와 욕심 지수는 이날 33까지 낮아졌습니다. 지난 2월 초만 해도 90을 넘었었는데 투자 심리가 굉장히 차분해진 것입니다. 이는 변동성 지수(VIX)에서도 드러납니다. VIX는 다시 18까지 떨어졌습니다.

뜨거웠던 원자재도 차분해졌습니다. 이날 옥수수 선물은 6% 급락했습니다. 구리와 철강 등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전날 일론 머스크가 '북미 채굴자 협의회'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다시 4만 달러 안팎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이날 3만7000~3만8000 달러 수준에서 거래됐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별별 얘기가 많습니다. 이날은 '비트코인 가격과 전세계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가 상관관계가 높다'는 분석(다니엘라 디마티노 부스 머니스트롱 설립자)이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각국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부패한 '화폐의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겠지요. 또 시장에 돈이 넘치면 비트코인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마이너스 국채 규모는 지난해 12월 18조 달러에서 최근 13조 달러까지 낮아졌습니다. 세계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서 일부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캐나다처럼 테이퍼링을 하는 곳이 나타나면서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의 연설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비트코인 등 민간 주도의 암호화폐를 Fed의 디지털 달러로 완전 대체하겠다는 뜻이 읽힙니다. 그것도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밝혔습니다. 일종의 '선전포고'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난 21일 중국 국무원은 류허 부총리 주재로 금융안정발전위원회를 열고 비트코인의 거래와 채굴을 모두 '타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맞서지 말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이 비트코인 등을 막아야할 이유는 명확하며, 중국 정부는 이렇게 원하는 것은 과거 어떤 식으로든 얻어냈다는 겁니다.
WSJ은 중국이 금융시장의 확대되는 레버리지와 그에 따른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다는 점, 시진핑 주석이 작년 9월 유엔총회에서 '중국의 탄소배출량이 2030년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점, 그리고 2014년 이후 역외 자본유출을 지속적으로 막아왔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이 지속적으로 암호화폐 생태계를 규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부터 중국에서 급성장하던 P2P 대출 시장을 박살낸 사례를 들었습니다. 이 시장은 2018년 1조위완 규모에 달했지만 중국 당국이 개입하기 시작하자 급격히 축소됐습니다. 중국 당국은 작년 말 P2P대출 시장이 사라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올 들어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량이 전체 채굴량의 4.5%까지 늘었다는 통계가 나옵니다. 이란도, 미국도 이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그런 상태입니다.
WSJ은 또 다른 기사에서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가 되거나 사회에 생산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질타했습니다. 암호화폐가 제대로 사용된 사례가 없고 지불수단으로서 은행 송금보다 더 느리고 환경오염도 심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연속극, 스마트폰 게임 등 인생의 많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쓸모없는 자산이 가치가 반드시 가치가 없어야하는 건 아니다. 쓸모없지만 반드시 쓸모없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할 수도 있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