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역대 최대인 3조원대 벌금을 부과받았다. 중국은 사회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를 견제하기 위해 반독점 감독과 금융업 규제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알리바바 "당국 조치 수용"

신화통신은 10일 중국 반독점 규제기구인 시장감독총국이 알리바바에 온라인 유통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182억2800만위안(약 3조11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매출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5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퀄컴에 부과했던 역대 최고액인 60억8800만위안(약 1조400억원)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독점법을 주로 퀄컴 같은 외국 기업 을 제재하는 수단으로 써온 중국이 자국 기업에 거액의 벌금을 때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시장감독총국은 지난해 12월 알리바바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알리바바는 2015년부터 타오바오 등 자사 플랫폼 내 입점업체들에 '양자 택일'을 강요했다. 알리바바 내에서 물건을 팔려면 다른 플랫폼에서는 장사하지 말라고 강제했다는 얘기다. 알리바바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 맞춤형 가격 정책을 세운 뒤 입점업체들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요구했다.

시장감독총국은 "알리바바는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자유로운 유통을 방해하며, 상인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침해하는 등 반독점법 17조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알리바바에 벌금과 함께 행정지도서를 보내 경영진의 책임 이행, 내부 통제 강화, 입점업체와 소비자 권익 보호 방안 개선 등을 요구했다.

알리바바 측은 "성실히 수용하고 결연히 수용한다"며 "법에 따른 경영을 강화하고 혁신발전에 입각해 사회적 책임을 더욱 잘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과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알리바바의 주가는 최근 석달 간 20% 가까이 빠졌다.

다음 타깃은?

시장 일각에선 수개월 간 당국의 타깃이 된 알리바바가 거액의 벌금 처분을 받으면서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빅테크 규제 강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알리바바가 '본보기'가 됐다는 점에서 알리바바가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설립한 후판 경영대학원은 지난달 말 시작할 예정이었던 올해 신입생 모집을 당국의 제지로 중단했다. 한때 하버드 경영대학원만큼 들어가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던 명문대가 통제 대상에 오른 것은 중국 공산당의 알리바바에 대한 압박이 더욱 확대되는 징후라고 FT는 분석했다.

알리바바와 비슷한 독점 조사를 받고 있는 텐센트나 메이퇀뎬핑, 징둥 등 다른 빅테크들에도 강력한 조치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은 그동안 외국 빅테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국 기업의 독점 문제를 묵인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플랫폼 경제분야 반독점 지침'을 고시하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메이퇀뎬핑 등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전면적 규제 강화에 착수했다. 양자택일과 같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격 조작, 소액대출 연계 등도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고 중국 당국은 보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빅테크의 주요 수익원인 소액대출 등 금융업의 고삐도 죄고 있다. 소액대출 사업에서 대출금의 3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빅테크들은 소비자들이 자사 플랫폼에 적립금을 쌓도록 유도한 뒤 이 적립금으로 대출 사업을 벌여왔다. 또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대출 상품을 제시하기도 한다.

중국은 또 빅테크들이 각종 플랫폼에서 수집한 소비자 정보를 통합 관리·감독하는 민관 합작기업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 정보를 개방하면 각 기업들의 경쟁 우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