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잃어버린 30년'…한때 세계 2위 日의 추락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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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美·日 증시 시총
3.1조 vs 2.9조 → 45.5조 vs 7.4조
세계시장 비중, 美 33%→42%…日 31.2%→6.8%
시총상위 1000대 기업, 274개 vs 341개 → 417개 vs 77개
주가상승 과실도 외국인이
日 증시 외국인 비중 4.7%→30.3%
3.1조 vs 2.9조 → 45.5조 vs 7.4조
세계시장 비중, 美 33%→42%…日 31.2%→6.8%
시총상위 1000대 기업, 274개 vs 341개 → 417개 vs 77개
주가상승 과실도 외국인이
日 증시 외국인 비중 4.7%→30.3%
도쿄증시가 30년만에 30,000선을 회복했지만 미국 등 세계시장과 격차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거품경제 붕괴 이후 경제가 정체된 '잃어버린 30년'을 심각하게 앓은 탓이다.
전날(15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 오른 30,084.15로 마감했다. 1990년 8월2일 이후 30년 6개월 만에 30,000선을 넘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증시가 버블 붕괴 이전 수준을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그 사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1989년 12월말 사상 최고치인 38,915를 기록할 때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미국을 추월하려던 기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만해도 일본은 두달 전인 10월19일 뉴욕증시가 22.6% 폭락한 '블랙먼데이'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했다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1990년 도쿄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9000억달러(약 3197조원)로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1.2%를 차지했다. 3조1000억달러(33.0%)의 미국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지난 30년 동안 도쿄증시의 시총은 7조4000억달러로 늘었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쪼그라들었다.
그 사이 미국증시의 시총은 45조5000억달러로 불어났고,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0%로 늘었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로 대표되는 미국 정보기술(IT) 5대 기업의 시총이 도쿄증시 1부 전체를 넘어섰다.
세계 시총 상위 1000대 기업의 숫자도 1990년까지는 일본이 341개사로 274개사의 미국보다 많았지만 현재는 77개사와 417개사로 상황이 바뀌었다. 1990년 '3조1000억달러 vs 6조달러' 구도였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5조1000억달러 vs 21조9000억달러'로 바뀐데서 양국의 위상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차이가 커졌다. 미국 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을 활발하게 진행한 결과 1996년 8000개를 넘었던 미국 증시의 상장사수는 약 4000곳으로 줄었다. 상장사 1곳당 평균 시가총액은 1990년 7억9000만달러에서 48억2000만달러로 6배 커졌다.
반면 도쿄증시 1부 상장사의 숫자는 현재 2200여개로 80% 늘었다. 같은 기간 상장사 1곳당 평균 시가총액은 18억6000만달러로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흥 IT 대기업이 등장하는 등 기업의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미국 상장사의 평균 연령(창업부터 현재까지의 영업년수)이 30년새 66세에서 44세로 젊어진 반면 일본은 56세에서 88세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다.
주가가 30,000선을 돌파한 과실도 일본 기업이나 일본 개인투자가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크지 않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기업과 금융회사, 개인들이 주식을 내다파는 동안 외국인 투자가들이 빈 자리를 채운 탓이다.
일본 개인투자가들은 지난 30년간 일본 주식을 68조엔(약 712조원)어치 순매도했다. 그 결과 개인 투자가들의 보유비중이 20.4%에서 16.5%로 하락했다. 40%에 달했던 일본 금융회사들의 보유비중은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의 보유비중은 4.7%에서 30.3%로 7배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의 회복속도 이상으로 급등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주요국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유발한 과잉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UBS에 따르면 33개 주요국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대책으로 지출한 재정규모는 GDP의 4.8%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1.6%였다. 일본의 재정지출 규모는 GDP의 40%로 독일과 함께 가장 크다.
아쿠쓰 마사시 SMBC닛코증권 수석주식전략가는 "과거의 경제위기와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실적의 악화는 한정적인데도 과잉 수준의 금융완화로 인해 주가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닛케이225지수가 20,000중후반대에서 32,0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닛세이자산운용은 올 여름 주가가 38,000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전날(15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 오른 30,084.15로 마감했다. 1990년 8월2일 이후 30년 6개월 만에 30,000선을 넘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증시가 버블 붕괴 이전 수준을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그 사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1989년 12월말 사상 최고치인 38,915를 기록할 때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미국을 추월하려던 기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만해도 일본은 두달 전인 10월19일 뉴욕증시가 22.6% 폭락한 '블랙먼데이'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했다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1990년 도쿄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9000억달러(약 3197조원)로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1.2%를 차지했다. 3조1000억달러(33.0%)의 미국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지난 30년 동안 도쿄증시의 시총은 7조4000억달러로 늘었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쪼그라들었다.
그 사이 미국증시의 시총은 45조5000억달러로 불어났고,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0%로 늘었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로 대표되는 미국 정보기술(IT) 5대 기업의 시총이 도쿄증시 1부 전체를 넘어섰다.
세계 시총 상위 1000대 기업의 숫자도 1990년까지는 일본이 341개사로 274개사의 미국보다 많았지만 현재는 77개사와 417개사로 상황이 바뀌었다. 1990년 '3조1000억달러 vs 6조달러' 구도였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5조1000억달러 vs 21조9000억달러'로 바뀐데서 양국의 위상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차이가 커졌다. 미국 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을 활발하게 진행한 결과 1996년 8000개를 넘었던 미국 증시의 상장사수는 약 4000곳으로 줄었다. 상장사 1곳당 평균 시가총액은 1990년 7억9000만달러에서 48억2000만달러로 6배 커졌다.
반면 도쿄증시 1부 상장사의 숫자는 현재 2200여개로 80% 늘었다. 같은 기간 상장사 1곳당 평균 시가총액은 18억6000만달러로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흥 IT 대기업이 등장하는 등 기업의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미국 상장사의 평균 연령(창업부터 현재까지의 영업년수)이 30년새 66세에서 44세로 젊어진 반면 일본은 56세에서 88세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다.
주가가 30,000선을 돌파한 과실도 일본 기업이나 일본 개인투자가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크지 않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기업과 금융회사, 개인들이 주식을 내다파는 동안 외국인 투자가들이 빈 자리를 채운 탓이다.
일본 개인투자가들은 지난 30년간 일본 주식을 68조엔(약 712조원)어치 순매도했다. 그 결과 개인 투자가들의 보유비중이 20.4%에서 16.5%로 하락했다. 40%에 달했던 일본 금융회사들의 보유비중은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의 보유비중은 4.7%에서 30.3%로 7배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의 회복속도 이상으로 급등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주요국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유발한 과잉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UBS에 따르면 33개 주요국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대책으로 지출한 재정규모는 GDP의 4.8%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1.6%였다. 일본의 재정지출 규모는 GDP의 40%로 독일과 함께 가장 크다.
아쿠쓰 마사시 SMBC닛코증권 수석주식전략가는 "과거의 경제위기와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실적의 악화는 한정적인데도 과잉 수준의 금융완화로 인해 주가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닛케이225지수가 20,000중후반대에서 32,0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닛세이자산운용은 올 여름 주가가 38,000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