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달러는 바닥을 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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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의 증시평론가 마이크 산톨리의 진단입니다. 시장 금리가 단기에 급등한 것치고는 뉴욕 증시가 편안한 상태라는 겁니다.
12일(미 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한 때 연 1.188%까지 치솟았지만 뉴욕 증시는 조용히 이를 소화했습니다. 다우는 0.19% 상승했고, S&P 500 0.04%, 나스닥은 0.28% 올랐습니다. 전날 소폭 내린 정도를 회복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6일 민주당이 조지아 주 결선투표에서 상원의원 두 석을 확보하면서 '블루 웨이브'를 이뤄낸 뒤 금리가 단기에 2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했지만 증시엔 눈에 띄는 불안감이나 큰 폭의 흔들림은 나타지 않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당초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증시 밸류에이션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이 정도라면 시장이 잘 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투자자들은 향후 방향성을 탐색하면서 금리 인상, 경기 회복 흐름에 맞춰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에 취약한 기술주를 팔고,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수혜를 누리는 은행주와 경기 회복시 주가수익률이 높은 에너지주 산업주 등을 사들이는 흐름입니다.
이날 페이스북은 2.24% 추가 하락했고, 애플 0.14%, 알파벳 1.07% 내렸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53달러로 작년 2월 말 이후 최고로 오르면서 엑슨모빌이 2.22% 상승하는 등 에너지주가 높이 날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9%,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8% 상승하는 등 금융주도 크게 올랐습니다. 경기에 민감한 소형주가 약진하면서 러셀2000 지수는 1.77%나 급등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4일로 끝난 주에 고객들이 24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는데, 이중 기술주를 21억 달러 규모나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제프리스는 향후 경기 회복과 함께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에 민감한 소형 기술주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도 비슷합니다. 이날 금리는 오전 한 때 연 1.188%까지 올랐습니다. 단기 급등으로 금리가 오르자 매수 수요가 일부 살아났습니다. 이날 오후 1시 실시된 38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은 2.47배에 달하는 높은 응찰률 속에 금리 1.164%에 발행됐습니다. 이에 유통시장의 10년물 금리도 1.13% 수준까지 떨어져 마감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단기에 금리가 급등한 덕분에 채권 수요가 몰렸다"면서도 "당분간 이 대역에 머무를 수 있지만 전반적인 금리 상승 추세가 바뀐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트레이더들이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지금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낮은 수준에서는 금리가 좀 올라도 별다른 부담은 없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명목금리가 올라도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에 경기 회복 흐름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경기 회복을 가정하면 장기 금리의 적정선은 성장률과 인플레를 더한 2% 후반대는 되어야하는 게 정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돈이 풀리고 경기가 살아난다면 물가와 함께 금리 상승은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또 Fed의 목표는 2% 수준의 물가 상승 아닙니까.
금리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거나, 2% 이상으로 솟구쳐 경기 회복세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Fed도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실제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의 최근 상승은 경제 전망에 있어 고무적인 신호"라고 밝혔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는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일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 할 수 있다"면서도 "통화 정책이 한동안 완화적 상태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말 경제가 강해도 통화정책을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계속되는 백신 보급과 이에 따른 경기 회복, 그리고 물가가 예상 수준으로 상승하는 추세라면 Fed의 다음 행보는 테이퍼링이 되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월가가 금리 상승을 잘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달라지고 있는 건 달러화입니다.
9개월째 약세를 지속하던 달러화 가치는 바닥을 다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 89.1까지 낮아졌던 ICE 달러인덱스는 이날 90대 안팎으로 회복됐습니다. 역시 높아지는 금리(금리가 높아지면 해외 수요가 살아남)와 커지는 미국 경제의 회복 기대가 그 바탕입니다. 월가는 민주당의 '블루 웨이브'로 경기 정상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더 많은 부양책과 인프라딜 추진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블루 웨이브'가 확정된 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5.9%에서 6.4%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예상대로 미국 경제가 급속히 살아난다면 달러화 가치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블루웨이브' 영향은 이미 달러 가치에 반영됐을 것"이라며 "더 많은 재정 지출을 기반으로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경우 달러화가 더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9일 "재정 정책 전망, 통화 정책 전망, 성장 및 인플레이션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이 시점에서 달러 약세에 포지셔닝하는 것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달러에 대해 '중립' 입장을 밝혔습니다. 블루 웨이브로 인한 재정 부양 확대와 함께 빠르면 6월께 시작될 수 있는 Fed의 테이퍼링 가능성을 반영한 겁니다. 웰스파고도 "달러 약세가 지나쳤다. 약세 흐름의 단기 반전이 임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HSBC는 이날 "지금은 위험 선호 심리가 글로벌 외환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요인이지만 곧 미 국채 수익률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요인도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제한 듯 보였던 중국은 최근 허베이성 등지에서 몇몇 도시를 봉쇄했습니다. 이는 홀로 승승장구해온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위안화 약세 요인입니다. 위안화와 연동되어 강세를 보여온 원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다면 세계 경제와 증시 흐름도 바뀔 수 있습니다. 통상 달러 가치가 오를 때면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강했고, 달러가 약세일 때면 글로벌 경제와 증시가 상대적으로 더 빨리 성장해왔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