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내년 주식비중 확대 필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미국 블랙록이 내년부터 연간 2~3% 수준의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수 있다며 주식 비중 확대를 주문했다. 다만 정부의 정책적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며 채권 투자 전망은 하향 조정했다.

블랙록은 7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2021년 글로벌 시장 전망’ 자료를 발표했다. 블랙록의 투자 의견은 글로벌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달부터 외국인 자금이 아시아 신흥국으로 몰렸는데 당시에도 블랙록은 신흥국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확대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블랙록은 이 자료에서 “인플레이션이 내년부터 시작돼 중기적으로 이어질 예정인데 이는 투자 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단기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누리다가 마침내 채권 수익률 상승을 동반하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 금리도 함께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내년부터 시작될 인플레이션에서는 예외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국고채 금리를 낮게 유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수요 회복이 아닌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어서 금리 상승 압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리 정해놓은 범위 이상으로 올라가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국고채를 매입해 금리를 떨어뜨리는 수익률곡선제어(YCC)도 예상된다.

블랙록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됨에 따라 기업의 제품 생산 비용은 증가하고, 기업은 마진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기업의 비용 절감이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겠지만 결국에는 연 2.5~3.0%의 완만한 물가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랙록은 이어 “(최근 진행된) 정책적 혁명은 과거 어떤 시기보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 저금리 기조가 정책적으로 유지되는 점도 위험 자산의 투자 매력도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전술적 관점(tactical view)’에 따른 주식투자 비중을 중립에서 확대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전술적 투자는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투자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킨 뒤 장기 보유하는 ‘전략적 관점(strategic view)’과 다르다. 전술적 관점에서 신용 위험(리스크)에 대한 투자 의견도 중립에서 확대로 한 단계 올렸다. 저신용 기업에게까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된다는 뜻이다. 경제 재개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관련 리스크를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신흥국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확대로 올렸다. 반면 유럽, 일본에 대한 투자 의견은 중립에서 축소로 내렸다. 블랙록은 “미국의 기술주와 헬스케어주가 구조적으로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소형주는 내년에 경기순환(시클리컬) 측면에서 상승 타이밍을 맞을 전망”이라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는 기술력과 구조적 성장세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