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17일(미 현지시간) 발표한 1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BofA는 수십 년째 매달 이런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대상도 많고 이들의 자산 규모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공신력 있는 조사로 월가에 회자되는데요.
지난 11월6일부터 12일까지 운용자산 5260억 달러 규모인 매니저 216명이 참여한 11월 설문에서 나타난 사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확 늘어난 주식 비중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은 지난 1월18일 이후 최고 수준인 46%로 치솟았습니다. 한 달 새 19%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는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통상 이 조사에서 '최고의 강세장'이 나타날 때 50% 수준에 달합니다.
헤지 펀드들의 주식 투자 비중도 41%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② 줄어든 현금 비중
반면 현금 비중은 지난달 4.4%에서 11월 4.1%로 낮아졌습니다. 이는 2015년 4월 이후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1월에는 4.2%였습니다.
③ 강한 경기 개선 기대 이들이 주식을 대거 편입한 이유는 경기 전망을 좋게 보기 때문입니다. 향후 1년 동안 경제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펀드매니저 비중은 91%로, 전달에 비해 9%포인트 높아졌습니다. 2002년 이후 거의 20년래 최고 수준입니다. 66%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침체 중에 있는 게 아니라 경기 확장기 초기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경기가 V자 반등할 것이란 응답은 지난 달 19%에서 이 달 23%로, W자 반등도 30%에서 39%로 늘었습니다. 반면 느린 회복을 뜻하는 U자 반등을 내다보는 사람은 29%에서 24%로 줄었습니다. ④ 기업 실적 개선 기대
84%는 향후 12개월 동안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역시 지난달보다 20%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2002년 2월 이후 20년래 최고 수준입니다. ⑤ '리커버리 트레이드' 확산 24%는 향후 가치주가 성장주의 수익률을 상회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응답은 2019년 2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또 21%는 소형주가 대형주의 수익률을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⑥ 2021년 이머징 마켓을 사라 투자자들은 현재 가장 붐비는 거래로 7개월 연속 '기술주 매수'를 꼽았습니다. 하지만 2021년에 가장 유망할 것 같은 투자 자산으로는 1) 이머징 마켓 매수 2) S&P 500 매수 3) 원유 매수라고 답했습니다.
실제 펀드매니저의 36%는 이머징 마켓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24%포인트 높아진 것입니다.
반면 채권에 대한 비중을 축소한 펀드매니저는 50%에 달했습니다.
BofA는 "현금, 채권, 필수 소비재 비중을 낮추고 이머징마켓, 소형주, 가치주, 은행주로 뚜렷한 자금이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⑦ 달러는 떨어질 것
달러가 과대평가됐다고 본 투자자는 42%로, 최근 6개월 동안 가장 많았습니다. 전달보다 15%포인트나 높아졌으며, 지난 3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반면 이머징 마켓 통화는 저평가되어 있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대해 BofA는 "11월 조사에서 2002년 이후 가장 강한 강세론이 나타났다. 긍정적 백신 뉴스, 예상보다 명확한 미 대선 결과가 이런 낙관론에 기여했다"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조언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BofA의 마이클 하넷 수석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백신 및 경제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며 "4분기에도 '리오프닝 로테이션'이 이어질 수 있지만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간 '백신 소식이 나오면 팔라'"고 조언했습니다. 즉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내 주식 비중이나, 수익 전망 등을 보면 '강세장의 정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증시가 좀 앞서가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드러납니다.
CNN에서 집계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71에 달해 투자자들의 탐욕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와있음을 나타냅니다. S&P 500 주식을 공매도할 때 빌리는 값인 공매도 이자율도 1.7%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6월엔 2.2%에 달했습니다. 스마트머니 지수(SMI)도 매도 쪽으로 기울에 있습니다. 경기가 실제 개선되고 있으면 이런 낙관론에 대한 불안감이 덜할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 재창궐로 미국 곳곳에선 봉쇄 강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백신이 풀리는 내년 2분기까지 앞으로 약 6개월을 어떻게 버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16일에도 16만6000명의 확진자가 새로 나왔습니다. 2주째 하루 10만 명을 넘긴 겁니다. 입원 환자도 7만3014명으로 사상 최고에 달해 넘치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망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초 코로나로 인한 경기 하강은 이번 4분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봤는데,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코로나 환자수가 언제쯤 정점을 치고 내려올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경기 회복세가 힘을 잃어간다는 건 오늘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이날 발표된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달인 9월의 1.3%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경기 회복세가 시작된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가 경제 활동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장 개시 전 발표된 월마트, 홈디포 등 대형 유통업체의 실적은 예상보다 더 좋았습니다. 월마트는 지난 10월30일로 끝난 3분기 동일 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6.4% 증가했습니다. 홈디포는 11월1일로 끝난 분기에서 동일 점포 판매가 무려 24% 상승했습니다. 다만 이건 지난 8~9월 실적이 포함된 것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한 포럼에서 코로나 확산세와 관련, "사람들이 팬데믹 통제에 자신감을 잃고 감염 위험이 있는 활동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앞으로 몇 달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BofA 설문에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하나 흥미로운 건 은행주에 대한 접근입니다. 현재 포지션을 묻는 질문에 '은행주 매수'가 다섯 번째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가장 붐비는 거래가 뭐냐는 질문에는 기술주 매수에 이어 두 번째로 은행주 매도를 꼽았습니다. 은행주는 경기민감주죠. 리커버리 트레이드의 핵심업종으로 꼽히는 데 펀드매니저들 간에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사실 어제 3분기 펀드들의 보유주식 공시가 있었는데 벅셔헤서웨이가 JP모간 웰스파고 등 은행주를 계속 매도하는 것을 놓고 월가에 말이 많았습니다. "워런 버핏이 경기 하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게 아니냐" 뭐 그런 얘기였지요.
현재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를 주장하는 사람 중에도 은행주의 경우 향후 금리가 더 많이 오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됩니다. 은행은 예대금리차이로 먹고 사는 데 Fed가 채권매입 확대 등으로 계속 금리를 짓누를 것으로 관측되니까요.
실제 이날 신용평가사 S&P는 은행들이 내년에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지원하던 각종 부양책이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S&P는 "2023년이나 그 이후까지 은행 수익이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술주에 대해서도 약간 다른 견해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너무 오른 만큼 향후 상대적 수익률에서 뒤처질 것이란 관측이 강합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의 기술주 매도세는 내년 자본이득세 인상(민주당 추진)을 앞두고 이미 많은 수익을 낸 기술주를 팔아 미리 수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기술주의 모멘텀이 사그라들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술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시장 등 세계 곳곳에서 성장의 동인으로 확고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5G 기술 도입과 함께 혁신기술 사용이 증가하고,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또 구독형으로 발전되면서 기술기업의 성장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