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가 올해 대선(11월 3일)에서 ‘블루 웨이브’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투자자들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싹쓸이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블루 웨이브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푸른색 물결(민주당 압승)을 뜻한다.
월가는 이미 '블루 웨이브' 올라탔다…美 국채·바이든株 '베팅'
UBS글로벌자산관리의 솔리타 마르셀리 미국담당 수석투자책임자는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몇 달 전만 해도 블루 웨이브는 ‘더 많은 법인세와 더 많은 규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증시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2주간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면서 선거의 불확실성이 감소했다”며 “선거 결과가 늦게 나오거나 승패를 알기 힘든 상황이 블루 웨이브보다 더 불안하다”고 했다. 올해 미 대선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우편투표 확대로 투표 당일 결과를 알기 힘든 ‘깜깜이 선거’가 예상된다. 게다가 박빙 승부가 이어져 트럼프와 바이든이 서로 승리를 주장하면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불확실성보다는 ‘민주당 압승’이 투자자로선 낫다는 의미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며 총 435명을 다시 뽑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과반’이 확실시되고 있다. 상원은 100석 중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이며 이번에 35석을 새로 뽑는다. 정치전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는 선거 이후 민주당이 51석, 공화당이 49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서치 전문 스트레이트거스의 포트폴리오 자료를 토대로 ‘블루 웨이브’ 관련주가 올 들어 18% 오른 반면 ‘레드 웨이브(공화당 싹쓸이)’ 관련주는 14% 떨어졌다고 전했다. 바이든 수혜주로 꼽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태양광업체 선런은 올 들어 주가가 각각 400%와 300% 이상 올랐다. 바이든은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2조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로이터통신도 최근 태양광, 전기차, 인프라, 관세전쟁 완화 관련주를 ‘바이든 바스켓(포트폴리오)’으로 묶었다. 바이든이 친환경 에너지,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을 지지하고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 반대하는 걸 반영한 투자전략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테마주로는 방위산업, 화석연료 관련 기업과 감세·규제완화 혜택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주(웰스파고, 씨티그룹) 및 AT&T(통신), 타깃(소매)을 꼽았다.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무게중심이 ‘블루 웨이브’로 이동하고 있다. WSJ는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3일 연 0.726%를 기록해 9월 29일 1차 대선 TV토론 전 연 0.644%보다 급등했다며 “선거가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이 국채 금리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채 금리 상승(국채 가격 하락)은 대선 이후 연방정부와 의회가 대규모 추가 부양책을 처리해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채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다.

현재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 공화당은 3000억~5000억달러, 트럼프 행정부는 1조8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주장하면서 부양책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블루 웨이브가 현실화되면 민주당 방침이 관철될 확률이 높다.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버먼의 타노스 바르다스 글로벌투자부문 공동책임자는 “민주당 싹쓸이가 나타나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1.3%까지 쉽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도 블루 웨이브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 바이든의 확실한 대선 승리 가능성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전으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투자자에게 ‘달러 매도’ 의견을 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