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반도체 업계에서 정설로 여겨졌던 ‘무어의 법칙’을 부정했다.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신규 그래픽처리장치(GPU) 가격도 최대 29% 상향했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선 타개책을 내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무어의 법칙은 완전히 끝났다”며 “비슷한 비용으로 2배의 성능을 기대하는 건 업계에서 옛일이 됐다”고 21일(현지시간) 말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칩의 소자 집적도가 2년 주기로 2배씩 향상된다는 가설이다. 1965년 당시 인텔 최고경영자(CEO)였던 고든 무어가 주장한 이래로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법칙으로 통용됐다.

황 CEO의 이 같은 발언은 새 제품의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엔비디아는 지난 20일 차세대 GPU인 RTX4090과 RTX4080의 가격을 각각 1599달러, 899달러로 공개했다. 이전 제품인 RTX3090(1499달러), RTX3080(699달러)보다 가격이 각각 7%, 29% 올랐다. 반도체에 쓰이는 12인치 웨이퍼 가격이 급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엔비디아의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존페들리서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 기준 세계 GPU 시장에서 점유율 79%를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가격 책정에 따라 고가 PC들의 가격이 출렁거린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규제로 막힌 중국 수출에 대해선 대체품을 내놓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일 엔비디아의 AI용 칩 제품 두 종류에 새 라이선스 획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출 중단을 명령했다. 황 CEO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호환되면서도 라이선스가 필요 없는 제품들을 공급하겠다”며 “중국 고객들을 위해 최고 사양 제품에 대해선 미국 정부에서 라이선스를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중국은 미국산 제품의 큰 소비자이자 세계 공급망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과 “삼성은 큰 기술력과 규모를 가진 회사로 공급망 호환 측면에서 협업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는 관계”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