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넘쳐나는 美기업들, 역대급 자사주 매입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가 늘면서 자사주 매입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벤 실버만 인사이더스코어 리서치 디렉터는 "미국 기업에는 현금이 넘쳐나고, 그들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외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65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전채로는 8760억달러로, 그간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의 8060억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몇주간 트위터, 엑슨모빌, 랄프로렌, 펜 내셔널 게이밍, 풀티 그룹 등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메타는 지난해 4분기 310달러에서 350달러 사이에 거래되던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200억 달러를 썼다. 이 주식은 실적 발표후 30% 가까이 급락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CNBC는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선언하지만 동시에 임원들에게 공격적인 스톡옵션을 준다"며 "이는 단순히 기업 임원들이 행사하고 있는 신주와 옛 주식을 순환 매수 하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이 늘어나려면 주식수가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2018년 이후 S&P500 상장사가 3조달러에 가까운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지만 유통 주식후는 2018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것도 이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시장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오르면서 많은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처분했고, 이는 결국 주식 수를 증가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은 계속 되고 있다. CNBC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계속해서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며 "이는 다시 살 수 있는 주식 양을 줄이고, 기업이 언제 자사주를 매입하는지 둔감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