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등과 공생하는 '애그리게이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란 아마존과 같은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있는 유망 브랜드를 발굴해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업체를 일컫는다. 최근 들어 이들끼리 브랜드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그리게이터에 자금을 대려는 투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 애그리게이터 조사업체인 마켓플레이스 펄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2020년 4월 이후 60개 이상의 애그리게이터 업체가 60억달러(약 6조868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급증하자 아마존 등의 인기 브랜드를 사모으는 애그리게이터 시장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 등은 입점 사업체들에 제조와 판매를 뺀 나머지 물류서비스를 종합 대행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제공해주고 있지만, 애그리게이터들은 아예 이를 사들여 함께 브랜드의 성장을 모색하고 수익을 창출한다. 대표적인 애그리게이터들로는 파운드리, GOJA, 쓰라지오(Thrasio) 등이 있다. 이 업체의 공식사이트에는 '당신의 아마존 사업을 파십시오' '우리는 아마존 사업을 삽니다' 같은 캐치프레이즈 문구가 적혀 있다.

이날 애그리게이터 파운드리는 로스엔젤레스 소재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이트베이캐피털, 모노그램캐피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억달러 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 측은 투자유치 소식을 전하면서 "아마존과 월마트의 임원직을 각각 역임한 스테판 헤니와 헬렌 바이드가 합류해 설립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마존의 인기 브랜드들에 구애할 때 전자상거래기업 출신 핵심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측은 또 "아마존 판매사업자들이 아마존을 넘어 전세계 다른 온라인시장으로 확장하고 오프라인 상점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어필하고 있다. 파운드리 최고경영자(CEO)인 바이드는 "아마존이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운드리는 최근 전직 교사인 리사 애벨이 론칭한 '모티베이션 위드아웃 보더스(MWB)'라는 교육용 포스터 브랜드를 인수했다.

MWB는 코로나19 이후 자녀들의 홈스쿨링을 지도하는 부모들을 위해 미국 및 전세계 지도를 만들어 판매해왔다. 애벨은 현재 파운드리에 합류해 제품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애벨은 "혼자 브랜드를 운영할 때는 각종 골칫거리로 산만해지고는 했었는데, 이제 여러 도움을 받고 있다"며 "아마존의 모든 판매사업자들은 이런 전환점에 맞닥뜨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또 다른 애그리게이터인 GOJA는 아마존에서 풋케어 제품을 판매한 러브로리를 235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Thrasio
Thrasio
애그리게이터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들은 보통 소수 인원이 창업한 브랜드 가운데 누적 판매액이 100만달러를 돌파한 브랜드 위주로 물색하고 있다. 인기도뿐만 아니라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장성 등을 검토한다. 그러나 아마존에서 활동하는 판매 사업자들만 연간 200만명에 달하는 데다, 그들 중 기준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추려내는 게 쉽지 않아 특정 브랜드에만 돈이 쏠리고 있다. 애그리게이터와 아마존 입점브랜드 간 거래를 중개하는 콰이어트라이트의 마크 다우스트는 "지난해 300만달러에 팔렸던 한 아마존 브랜드는 최근 몸값이 5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애그리게이터들 간 경쟁은 이번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프로스퍼 쇼에서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프로스퍼 쇼는 아마존 판매사업자들이 모여 거래 팁을 공유하고, 소프트웨어 및 마케팅 기업들이 참여해 아마존 판매사업자들에게 판촉행사를 벌이는 연례행사다. 블룸버그는 "올해는 애그리게이터들을 위한 별도의 부스와 행사가 새롭게 마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