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7.5% 물가에 무너진 시장…Fed, 2월 금리 인상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7.3%)보다 낮게 나올 것이란 희망은 무너졌습니다. 10일(현지시간) 노동부가 발표한 1월 CPI는 7.5%까지 치솟았고 물가 압력은 전방위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3월에 50bp(1bp=0.01%포인트) 올릴 것이란 관측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를, 2년물은 1.5%를 돌파했습니다.

1월 CPI에서 나온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겠습니다.

① 너무 뜨겁다…정점은 아직

1월 인플레이션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뜨거웠습니다. 헤드라인 수치가 7.5%로 월가 컨센서스(7.3%)를 넘었고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수치도 6.0%(예상 5.9%)로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전월 대비 수치가 헤드라인, 근원 각각 0.6%나 올라 예상(0.4%)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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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전월 대비로는 0.4%만 증가해 전달의 0.6 증가보다 조금 둔화하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12월과 똑같이 0.6% 오른 것으로 나타난 것이죠. Fed가 중시하는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4개월 연속으로 0.6% 부근에 달하고 있습니다.

② 서비스도 꿈틀…물가 앙등 전방위

전년 대비 상승 폭 7.5%를 나눠보면 서비스와 상품이 각각 2.4%포인트씩 차지했고 식료품이 1.0%, 에너지가 1.7%를 더했습니다. 물가 상승이 모든 영역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미국의 물가는 가구 가전 등 상품(내구재) 중심으로 올랐습니다. 공급망 혼란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상품은 1월에 전년 대비 12.3%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서비스 물가도 눈에 띄게 오르고 있습니다. 전년 대비 4.6%나 상승,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건강보험료는 12월보다 2.7% 증가해 사상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주거비 중 렌트(임대료)는 2001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0.5%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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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경제가 정상화되면 미국인들이 레스토랑, 호텔 등 서비스 산업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상품 지출을 줄이면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라며 "그런 주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는 항만 혼잡 등 물류를 해결하면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죠.

게다가 주거비, 임금 등은 매우 '끈적끈적한' 요인입니다. 한번 오르면 상당 기간 지속해서 오릅니다. 주거비,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집주인의 등가임대료(OER)는 이번에도 전월 대비 0.4%(전년 대비 4.1%) 올랐습니다. 석 달 연속입니다. 피터 부크바 부크바어드바이저리의 설립자는 "지난해 렌트가 18% 오른 것을 고려하면 계약 갱신과 함께 당분간 8~10%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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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손튼의 다이앤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불타고 있다. 광범위하고 번지면서 서비스 부문에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공급망 혼란이 풀려간다 해도 인플레이션은 지속해서 경제에 잔류하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③ 자동차에서 찾은 희망

하나 희망적인 건 자동차 가격입니다. 그동안 CPI 상승의 3분의 1 이상은 자동차에서 발생했습니다. CPI 구성 요소 중 비중은 10% 정도지만 워낙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난 속에 자동차 공급이 줄어든 탓입니다. 이날 발표된 1월 CPI에서 중고차는 1년 전보다 40.5%, 신차는 12.2%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전월 대비로는 중고차가 1.5% 올라 12월(3.3%)보다 낮아졌고, 신차는 0%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면 CPI를 끌어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하나 좋은 뉴스는 8개월 연속 매달 1% 이상 상승했던 신차 가격이 상승세를 멈춘 것이다. 이건 중대한 발전이다. 우리는 신차 가격이 다음 몇 달간 크게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공급이 개선되면서 올해 말까지 자동차 가격이 순차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습니다. JP모간은 "수요 문제는 Fed가 조율할 수 있지만, 공급망 문제는 그렇지 않다. 그런 공급망 문제가 완화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 CPI 발표 직후 채권 금리는 순간 급등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은 연 2%를 넘었고, 2년물은 1.5%를 돌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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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나온 게 바로 3월 기준금리 50bp(1bp=1%포인트) 인상론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서는 3월에 50bp를 올릴 가능성이 발표 전 24%에서 발표 뒤 순간적으로 50%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 1982년 인플레이션이 7.6%였을 때 기준금리는 11.5%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은 0~0.25%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7.5%인데 정책금리는 0%에 미 중앙은행(Fed)은 채권을 계속 사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말했습니다.

CNBC의 릭 산텔리 채권 평론가는 "Fed는 인플레이션 곡선 뒤에 너무나 뒤처져 있다. 기준금리는 지금도 0~0.25%이고 지금도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지금은 시장을 앞서야 할 때다. 가이던스를 주지 않고 3월에 50bp를 올려야 한다. 예상만큼 올리지 않고 더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장에 충격을 줘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치솟는 걸 차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도이치뱅크는 "1월 CPI를 보면 가격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고 주거비 등 지속적인 분야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우리는 Fed가 3월 50bp를 올릴 것으로 예상을 바꿨다. 또 올해 모두 175bp(7회)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홀로 7회 인상을 주장해온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합류한 것입니다. 씨티그룹도 "이제 Fed가 3월에 50bp의 금리를 올린 후 5월, 6월, 9월, 12월에 4번의 25bp씩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총 150bp 인상될 것이란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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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명자산운용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가 3월에 50bp 올릴 가능성을 75%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시장은 벌써 50bp 인상 가능성을 수용하고 있다. 3월까지 높은 CPI가 유지된다면 시장은 Fed가 과연 인플레이션과 싸울 수 있을지 신뢰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크게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뉴욕생명은 이날 "시장은 3월 50bp 금리 인상의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Fed는 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50bp를 올리지 않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Fed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 그리고 3월에 25bp를 올리든 50bp를 올리든 가장 좋은 조치는 올해 모든 회의에서 긴축 조치(금리 인상 or 대차대조표 감축)를 취하는 것이다. 현재 정책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 가능성을 높이려면 올해 내내 일관된 조치를 해야 한다. 연말께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내리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일시 중단하고 재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계속 긴축하는 게 최선"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윤 CIO는 "Fed는 시장에 뒤처져 있고 시장과 정치인들로부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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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당)은 성명을 내고 "인플레이션이 미국인들이 힘들게 번 임금을 줄이고 더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일으키고 있다"라면서 "Fed가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이미 지났고, 의회와 행정부는 이미 불붙은 경제에 기름을 붓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Fed를 비판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빌드백배터(BBB)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 것입니다. 팻 투미 상원의원(공화당)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고, 매우 골치 아파졌다. Fed는 확실히 뒤처져 있고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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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발표 직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7~1.7%가량 급락한 채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거래가 시작되자 하락 폭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금리 상승 수혜주인 금융, 인플레 수혜주인 원자재 주식 등이 오르기 시작했고, 기술주까지 동참하면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오전 1040분께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높은 헤드라인 수치보다 신차 가격 상승세가 중단된 것을 공급망 혼란이 풀려가는 신호로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닝시즌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밝힌 치폴레 등에 이어 전날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코카콜라, 디즈니 등도 월가 예상을 넘는 이익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에 처해서도 기업들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습니다. 또 디즈니, 우버, 로열캐러비안크루즈 등은 경제 재개가 본격화되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희망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12시 40분께 증시는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매파'로 유명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가 또다시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것입니다. 그는 CPI 수치가 발표된 뒤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나는 이미 더 매파적이었지만, (CPI를 보고) FOMC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 극적으로 높였다”라면서 3월 50bp(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오는 7월 1일까지 100bp를 확실히 올리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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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FOMC 투표권자인 그는 지난 1일 "50bp 인상으로 시작하는 게 뭘 성취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부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CPI 수치를 보더니 열흘 만에 입장을 확 바꾼 것입니다. 오는 7월 1일까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세 번(3, 5, 6월) 예정되어 있습니다. 3월에 50bp를 올린 뒤 5, 6월에 25bp씩 인상할 경우 7월 초까지 기준금리를 1.0~1.25%로 높일 수 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또 정례 FOMC가 아닌 긴급회의(inter-meeting)를 열어 금리를 올리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대차대조표 축소는 2분기에 시작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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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드 총재의 인터뷰가 보도된 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3월 50bp 인상 가능성이 95.6%로 치솟았습니다. 나머지 4.4%는 75bp 상승을 점치고 있습니다. 전날까지는 50bp 올릴 확률이 24%에 그쳤었습니다. 또 6월 FOMC 때까지 기준금리가 1~1.25% 이상으로 인상될 가능성은 97.3%로 책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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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2.057%까지 뛰었고, 2년물은 1.640%까지 치솟았습니다. 결국, 10년물은 전날보다 12.6bp 오른 2.050%로, 2년물은 26.1bp 급등한 1.619%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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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는 확연히 시장에 쫓기는 형국입니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부터 Fed 내 여론은 파월 의장이 아니라 불러드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불러드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가장 먼저 주장했고, 월러 이사는 대차대조표 조기 축소를 가장 먼저 언급했지요.

SGH매크로의 팀 듀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는 인플레이션 곡선에 매우 크게 뒤처져 있다. 당장 내일이나 금요일, 월요일에 긴급회의(inter-meeting)를 열고 움직여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건 미친 듯이 공격적이라는 건 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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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오후 1시에 끝난 23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30년물 입찰은 엉망으로 끝났습니다. 응찰률은 지난달과 비슷한 2.302배였지만 낙찰금리는 발행 당시 시장금리보다 1.1bp나 높은 연 2.340%에 결정됐습니다. 전날 큰 성공을 거뒀던 10년물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습니다. CPI 발표 이후 채권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진 게 반영된 겁니다.

금리가 치솟자 주식 투자자들도 겁을 먹었습니다. 웰스파고의 마이클 슈마허 거시경제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10년물 수익률이 2% 이상이 되면 더 초저금리 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10년물 수익률은 2019년 말보다 현재 더 높다. 이는 사람들이 금리가 얼마나 높을 수 있는지 가정을 재평가하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Fed가 갑자기 긴급 FOMC를 열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는 불안감을 자극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47%, S&P500 지수는 1.81% 급락했고 나스닥은 2.1%나 떨어졌습니다. 전날 상승 폭 이상을 모두 되돌린 것입니다. S&P500 지수는 다시 1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애플(-2.36%) 마이크로소프트(-2.84%) 알파벳(-2.1%) 테슬라(-2.94%) 등 빅테크를 포함해 기술주들, 엔비디아(-3.30%) 퀄컴(-5.37%) 등 반도체주도 큰 폭 하락했습니다. 금리에 민감한 KB홈(-5.62%) 등 주택관련주도 크게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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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2월 금리 인상설이 제기될 정도로 긴축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기 금리가 훨씬 큰 폭으로 오르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은 대폭 평평해졌습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고문은 "수익률 곡선이 매우 평평해지고 있다"라며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심각하게 뒤처진 Fed가 급하게 따라잡기에 나서 공격적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 침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침체는 하락장을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과거 Fed의 금리 인상 주기에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긴축이 시작되면 미국 경제는 2년 차에 성장이 완만해졌지만, 일반적으로 느린 긴축 사이클 때는 무시할 만했다. 하지만 빠른 사이클 때는 2년 차에 하락 폭이 컸다"라고 밝혔습니다. 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금리를 올리는 경우를 빠른 사이클, 그 외의 경우 느린 사이클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금리 인상은 과연 어떤 사이클이 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