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의 주식 자산 재조정이 연말 미국 증시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이달들어 미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주식 자산 비중이 확대된 연금 및 연기금 운용사들이 연말에 채권과 주식의 자산배분 비중을 맞추기 위해 최대 3000억달러(약 333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대거 매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8일 골드만삭스는 월간 보고서를 통해 이달말 연금운용사들이 주식시장에 주식자산 약 360억달러어치를 매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들어 S&P500지수가 8.79% 오르는 등 증시가 급등한 가운데 채권 수익률은 부진한 결과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 물량은 연금의 2000년 이후 최대이자 역대 네번째 매도규모다. 대규모 매도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이후 순항하던 미국 증시의 조정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다른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JP모간은 보다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JP모간은 7조 규모에 달하는 미국 자산배분형 펀드 및 전세계 주요 기관들이 최대 3000억달러에 달하는 주식자산 비중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간 연금제도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고용자들이 민간 확정급여형 펀드에 연금자산을 투자한다. 닉 파니거초글루 JP모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자산배분형 펀드들은 일반적으로 월 단위로 투자자산의 리밸런싱을 진행한다”며 “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채권 60%, 주식 40%의 배분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장 이달 말에 1600억 달러어치를 팔아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간은 자산배분형 펀드들이 10월말에 비중을 성공적으로 축소하지 못했을 경우 매도 규모는 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들은 미국 주요 자산배분형 펀드의 시장 수익률 대비 평균 수익률이 11월 초에 급등한 점을 주목하며, 이달들어 해당 펀드들이 주식비중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11월말, 그리고 12월의 매도물량은 시장에 보다 큰 부담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분기말이 다가올수록 상황은 악화한다. 보고서는 골드만삭스가 주목한 민간 펀드뿐 아니라,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일본 공적연금 등 기타 거대 기관투자가들의 존재를 조명했다. 노르웨이 국부연금과 일본 공적연금은 각각 1조2000억다럴, 1조500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한다. 미국 민간 연금 운용사들의 분기말 매도자금 1100억달러에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일본 공적연금들이 각각 150억, 250억 달러를 매도하면 이달말부터 연말까지 한달에 걸쳐 총 3000억달러의 매도 물량이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미국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우려가 조금씩 시장 분위기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파니거초글루 연구원은 “기관 리밸런싱 자금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과의 대황에서 반복되고 있다”며 “연금 투자자들의 자산 규모와 매도 물량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