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대한민국 ESG클럽 월례포럼
9월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 클럽 월례포럼’에서 김동수 김앤장 ESG연구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서범세 기자
9월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 클럽 월례포럼’에서 김동수 김앤장 ESG연구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서범세 기자
“지정학적 이슈와 팬데믹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외치는 기업의 목소리는 줄어들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ESG를 진정성 있게 하는 기업과 아닌 기업의 차별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이 지난 9월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클럽 월례포럼’에서 ESG 회의론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ESG 회의론은 러·우전쟁, 팬데믹 장기화 등으로 ESG 성장이 둔화된다는 분석과 함께 등장했다.

지난 5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주주총회 기후 관련 안건 대부분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ESG 경영에 대한 의구심은 가속화됐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문제다. 각국 규제 기관은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공시 의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세계 23개 거래소가 ESG 정보공개를 제도화했으며, 51개 거래소가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표준도 연내 확정될 예정이다.

주의해야 할 그린워싱 4가지 유형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대응해야 할 부분은 ‘연결 기준’의 데이터 확보다. 공시 규제는 연결 기준 정보를 요구하지만, 한국은 아직 연결 기준 공시를 ‘제대로’ 하는 기업이 없다. 김 소장은 “의무 공시 시대와 자율 공시 시대는 구분해야 한다. 의무로 전환되는 순간 공시 불충분은 중대 귀책 사항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시 트렌드 역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현재 ESG 공시에 활용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브랜드 강화 및 이미지 구축에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공시 의무화가 자리 잡는다면 이러한 서사(narrative)식 구성보다는 팩트 중심의 데이터 전달 형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 소장은 “결국 공시 업무는 ESG 정보의 적법 절차(Due Process)를 구축하는 것과 그것을 바탕으로 공시하는 것 등 2가지 프로세스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무 공시 전환에 따라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정책이나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행 수준과 정책 수준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그린워싱이 그것이다. 김 소장은 크게 ESG 워싱, 선택적 공시(Selective Disclosure), 리버스 디커플링(Reverse Decoupling, Brown Washing), 수단-목적(Means-end) 4가지 형태로 ESG 워싱을 분류했다.

첫 번째 ESG 워싱은 대외적으로는 ESG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처럼 하고, 내부적으로는 기존 관행을 고수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선택적 공시는 정보 공시에 유리하고 좋은 부분만 공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버스 디커플링은 실제 성과를 축소·배제한 정보를 공시하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수단-목적 형태 워싱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워싱이 된 사례를 의미한다.

김 소장은 “대부분 워싱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업이 수단-목적 형태에 속한다. 실제로 소비자를 기만하려는 의도를 갖고 워싱을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워싱이 된 것이지만, 이 역시 중요한 워싱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의미 있는 변화 만들어야

탄소중립도 반드시 검토해야 할 기업 과제로 꼽혔다. 탄소국경세는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2050년을 탄소중립 시점으로 설정했고, 2030년은 그 목표의 이행 정도를 평가하는 중간 점검 시기가 될 것이다. 김 소장은 “2050년만 보고 여유롭게 대응할 것이 아니라, 2030년 전후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고 계속 발전해나가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의 예시를 보면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에 대해서는 2가지 포인트를 주목해야 한다. 탄소회계(Carbon Accounting)와 탄소세(Carbon Pricing)는 각각 산업 내, 기업 내 탄소 관리 체계다. 탄소회계의 경우 투자, 대출 시 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분석하는 금융기관의 평가 기준이다. 이미 금융산업 내 탄소회계를 측정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 탄소회계금융협회(PCAF)도 등장했다. 올해까지 267개의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사내탄소세는 기업 내부에 탄소세를 부과, 활용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 예로, 공정(부서, 법인)별로 탄소배출량에 대한 요금을 부과해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구매를 위한 별도 예산으로 쓰이기도 한다. 탄소중립이 기업이나 기관에 대한 의무에서 제품 레벨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클라이밋 뉴트럴(Climate Neutral)은 탄소중립 제품에 라벨을 부착하는 비영리 인증기관이다. 지난해 기준 290여 개 기관 및 기업에서 이 라벨을 받았다.

ESG 지배구조 대응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지배구조는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공격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부문에서 특히 낮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ISS가 발표한 한국 기업 지배구조 평가지표에는 이사회 내 여성 비율, 산하위원회 여성 위원장 수, 독립 이사 비율, 이사회 의장의 독립성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기업은 특정 사외이사가 모든 산하 위원회의 구성원으로 중복 참여하는 등 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의심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소장은 “지배구조 평가는 대부분의 평가기관 항목이 합치를 본 상황이다. 지배구조 점수가 낮다면 이는 기업 대응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ESG 경영활동 사례 발표는 이방실 SK하이닉스 부사장이 맡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ESG 경영 전략인 ‘프리즘(PRISM)’을 처음 공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1·2)을 2030년까지 2020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 절감치는 누적 3000GWh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에 대한 폭발적 수요와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여건을 생각하면 2020년 수준 배출량 유지도 공격적 목표”라며 “스코프 2에서 발생한 이 같은 한계점은 스코프 1에 대한 진정성으로 회복하고자 한다. 공정가스 배출 절대량은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에 필수적인 물관리에도 적극 나선다. 2030년까지 수자원 절감량 누적 6억 톤을 달성하고 취수량 집약도는 2026년까지 3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또 TCFD 보고서를 따로 발간해 TCFD 권고안에 등장한 프레임워크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위험, 기회 요인을 분석하고 재무적 영향과 시나리오를 함께 공개했다.

다음 월례포럼은 ‘글로벌 ESG 포럼 2022 with SDG’로 대체될 예정이다. 글로벌 ESG 포럼은 10월 11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