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실무안에는 2030년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이 담겨 있다. 또 환경부가 지난 9월 20일에 공개한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 초안에는 원전이 ‘녹색 에너지’로 포함됐다. 연합뉴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실무안에는 2030년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이 담겨 있다. 또 환경부가 지난 9월 20일에 공개한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 초안에는 원전이 ‘녹색 에너지’로 포함됐다. 연합뉴스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가 2030년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 원전 비중을 전 문재인 정부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보다 8.9%포인트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8.7%포인트 낮추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지난 8월 말 공개됐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 전체 전력설비와 전원 구성에 대한 15년 단위 중장기 계획으로 2년마다 수립된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관계 부처 협의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말 최종 확정된다.

원전 수명 연장하고 6기 새로 건설

실무안은 2030년 원전 비중을 32.8%,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5%로 제시했다. 전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1월 ‘2030 NDC’에서 원전 비중을 23.9%, 신재생에너지는 30.2%로 확정했는데 현 윤석열 정부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원전은 수명연장을 통해 12기를 계속 운전하고 6기는 새로 건설한다.

석탄발전은 감축 기조를 유지했다. NDC에서 21.8%를 제시했는데, 10차 기본계획에서는 21.2%로 더 낮췄다. 2036년까지 가동 후 30년이 지나 수명이 다하는 발전소 26기(13.7GW)는 기존 계획대로 폐쇄하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대체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LNG발전소 5기(4.3GW)를 새로 짓기로 했다.

총괄분과위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전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전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 감축안은 이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는 지나치게 빨리 확대될 경우 전력망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데다 막대한 설비투자비가 드는 만큼 축소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석탄발전과 LNG발전 가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무탄소 연료(수소, 암모니아)를 통한 발전으로 일부 상쇄할 계획이다.

2036년 전력 수요는 117.3GW로 전망했다. 올해부터 연평균 1.4%씩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고 가정했다. 목표 설비용량은 예비율 22%를 반영한 143.1GW다. 현재 확정된 설비용량이 142.0GW인 점을 감안할 때 1.1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하다. 총괄분과위는 또 10차 기본계획안에서 태양광발전 증가에 대응해 수요 전망 체계를 전력거래시장 밖에서 거래되는 자가용 태양광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10차 기본계획안에는 전력시장을 다원화하는 여러 방안도 포함됐다. 전력시장에서 시장원리에 기반해 가격 기능이 작동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단계적 전력가 입찰 제도를 도입해 발전사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첫 번째 방안이다. 전력거래소가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일부 탈피하기 위한 조치다. 수요 입찰과 관련해서는 전력 판매사인 한국전력 등이 참여하는 양방향 입찰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별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만들어 전력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재생에너지 직접구매계약(PPA)’도 허용 범위 등 제약을 풀어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미리 정한 가격에 전력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선도 계약 시장을 개설해 수소 등의 분야에 더 많은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담겼다.

[돋보기] 원전 ‘녹색에너지’ 못 박아...고준위 방폐장은 숙제

정부가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못 박았다. 대신 기존 원전의 경우 2031년부터, 신규 원전은 가동 시점부터 안전성이 높은 사고저항성핵연료(ATF)를 사용해야 하고,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방폐장 부지 선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최대 숙제로 떠올랐다.

환경부는 지난 9월 20일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 초안을 공개했다.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한 것이 핵심이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녹색 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기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녹색 분류체계를 발표하면서 원전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정권 교체와 함께 9개월 만에 입장을 바꿨다. 유럽연합(EU)이 지난 7월 EU 녹색 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는 이번 초안에서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녹색 부문(탄소중립과 직결된 활동)에, 원전 신규 건설과 계속 운전을 전환 부문(탄소중립으로 가는 과도기 활동)에 포함했다. 원자력 핵심기술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핵융합 등 미래 원자력 기술 확보와 ATF 사용, 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이 포함됐다.

대신 원전 신규 건설과 계속 운전은 환경 피해 방지와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2045년까지 관련 허가를 받도록 했다. 원전 신규 건설 땐 ATF를 사용해야 하고, 기존 원전 계속 운전 땐 2031년부터 ATF를 적용하도록 했다. EU가 계속 운전 원전은 2025년부터 ATF를 적용하도록 한 것에 비해 6년 더 여유를 준 것이다. 조 과장은 “주요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국내에서는 2031년이 상용화가 가능한 가장 이른 시기로 판단된다”고 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도 마련하도록 했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을 언제까지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EU가 2050년까지 방폐장에 대한 국가 계획과 소요 비용,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도록 명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환경부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이미 있는 만큼 별도 시점을 녹색 분류체계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기본계획에는 ‘부지 선정 절차에 착수하고, 20년 안에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며, 37년 이내에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한다’는 방침이 담겨 있다.

하지만 언제 부지 선정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비중 높이는 정부…2030년 32.8%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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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한국경제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