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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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곳곳에서 축포가 터지고 있습니다. 기준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는 제각각이지만 사상 최고치 경신은 거의 동시다발적입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긴축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경기회복 기운도 확산하고 기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증시가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나올 소식은 기준금리 인하입니다. 주요 선진국 중 스위스와 스웨덴이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두 국가의 뒤를 따르려면 디스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가 선행돼야 합니다. 전자가 '스위스 모델'이 후자가 '스웨덴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축 졸업의 대표 유형인 스위스 모델과 스웨덴 모델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70%가 사상 최고치

사진=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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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20대 주요 증시 중 14개가 올 들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거나 이에 근접했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40,003.59로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처음 4만을 넘어섰습니다. S&P500지수는 올 들어서만 24회에 걸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같은날 캐나다 증시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자료=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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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 주요 7개국 증시가 올들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아시아에선 일본, 인도, 대만 증시가 최고 기록을 새로 썼 자원부국인 브라질과 호주 증시도 최고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로인해 17일 MSCI 세계지수(ACWI)도 사상 최고치인 794.957로 마감했습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스위스와 스웨덴 중 어디로

매 먼저 맞은 영국…뒤늦게 아픈 미국 [美증시 주간전망]
선진국 중 기준금리를 가장 먼저 내린 곳은 스위스입니다. 올 3월에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로 인하했습니다. 뒤이어 이달 8일에 스웨덴이 기준금리를 연 4.0%에서 연 3.75%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나 긴축을 종료한 배경은 다릅니다. 스위스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확연했습니다. 3.5%대였던 물가상승률은 올 3월에 1%로 확 낮아졌습니다. 그야말로 물가를 우선시하는 정공법에 해당하는 결정이었습니다.
매 먼저 맞은 영국…뒤늦게 아픈 미국 [美증시 주간전망]
인플레이션 중심의 스위스 모델과 달리 스웨덴은 경기 중심의 판단을 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4%로 여전히 높지만 꼬꾸라진 경기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스웨덴의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전년 동기대비로 1분기 성장률은 -1.1%여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스위스와 스웨덴 모델 중 어느 걸 택할까요. 연내 금리 인하를 시작할텐데 그 명분이 아직은 뚜렷하진 않습니다. 스위스 모델로 가기엔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가 너무 더딥니다. 연내 목표치인 2% 이하로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렇다고 스웨덴 만큼 경기 상황이 나쁘진 않습니다. 노동시장이 식고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지만 미국의 성장률은 탄탄합니다.

몰매 맞은 뒤 회복 중인 영국

매 먼저 맞은 영국…뒤늦게 아픈 미국 [美증시 주간전망]
이런 가운데 영국이 미국보다 먼저 긴축을 졸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악의 시기에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결정하고 미숙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사상 최악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폭풍으로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재원조달 계획 없이 감세 정책을 발표해 영국을 국가 부도 위기 직전까지 몰고 가기도 했습니다.

불운과 실책이 겹치면서 영국은 유럽의 열등생으로 전락했습니다. 2022년에 인플레이션은 41년만에 최고치인 11.1%로 치솟았고 성장률은 197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졌습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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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3년간 몰매를 맞으면서도 영국 경제는 버텼습니다. 국가 신용등급은 강등되지 않고 증시는 최고점을 돌파했습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 급속도로 완화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은 3년여만에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22일 4월 물가상승률을 발표하는데 시장에선 2.1%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장 컨센서스가 적중한다면 전달 3.2%에서 1%포인트 이상 떨어집니다.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5월에도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확인되면 시장에선 6월에 영국중앙은행이 연 5.25%인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영국 국내총생산(GDP)도 회복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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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축포를 터트리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체 인플레이션은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3% 후반대를 기록할 공산이 큽니다. 서비스 물가 상승류은 4%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완화해도 3년간 30%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영국인들의 피로감은 큽니다. 런던 정경대에 따르면 기존엔 물가가 30% 상승하는데 13년 가량 걸렸습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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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악의 인플레이션 기간 영국 내 임금은 물가보다 덜 올라 결과적으로 가처분소득은 줄었습니다. 얇아진 지갑이 굳게 닫혔는데 올해말 총선에서 영국 여당인 보수당에 마음을 열 유권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성장률 회복도 인구 증가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인구가 늘어 GDP가 8분기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1인당 GDP는 여전히 마이너스입니다. 올 1분기 1인당 GDP는 전년 동기대비 0.7% 감소했습니다.

엔비디아 축포 이어지나

매 먼저 맞은 영국…뒤늦게 아픈 미국 [美증시 주간전망]
영국형 불완전한 성장과 인플레이션은 미국에도 일부 적용됩니다. Fed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대로 접어들었지만 시장 영향력이 더 큰 소비자물가지수(CPI) 물가는 여전히 3%대입니다. 특히 근원 소비자물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와 각종 서비스 요금은 떨어지지 않고 요지부동입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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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초기인 2021년에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오판을 했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대처가 늦어졌습니다. 끈적끈적한 서비스 및 주거비 인플레는 뒤늦은 대응의 후폭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박자씩 느린 파월의 템포는 묘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6일 다시 코로나19에 감염돼 19일 조지타운대 연설을 사전 녹화본으로 대체했습니다.
매 먼저 맞은 영국…뒤늦게 아픈 미국 [美증시 주간전망]
인플레이션만 보면 금리 인하는 아직 언감생심이지만 경기가 변수입니다. 고용이 좋다고 하지만 구인 수요는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신규 일자리도 둔화하고 있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이미 1분기에 미국 초과저축은 동이 났습니다. 여기에 노동시장까지 빠르게 식으면 소비도 휘청거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대표주들의 강세는 증시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2일 엔비디아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월가는 엔비디아 목표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한은은 미국 '입 매파'를 어떻게 볼까

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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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Fed 인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일단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각론에서 다소 엇갈립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주류 인사들은 연내 금리를 내릴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반면 매파들은 연내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임명한 Fed 이사인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우만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금리 결정 투표권이 있는 지역 연방은행 인사 중에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이 동조하고 있습니다. 투표권이 없지만 영원한 매파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매파적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수 의견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번 금리 사이클에서 한 번도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금리 결정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입 매파'들의 발언이 이번 주에도 이어집니다. 공개된 Fed 인사들의 연설 행사만 15회 정도에 이릅니다. 특히 월러 이사와 보스틱 총재의 겹치기 출연이 많습니다. 두 사람 모두 20일과 21일에 잇따라 공식석상에 섭니다. 보스틱 총재는 20일과 21일에 이틀 연속 두 차례씩 연단에 오릅니다. 21일엔 메스터 총재도 공개 발언을 해 '매의 날'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매 먼저 맞은 영국…뒤늦게 아픈 미국 [美증시 주간전망]
이들의 속내는 22일에 일부 드러납니다. 5월 FOMC 의사록을 통해서입니다. 일각에선 최근 들어 파월 의장이 다수 의견보다 비둘기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FOMC 의사록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나 "연내 금리 인하 없다"는 발언이 명시적으로 들어갔는 지가 관전포인트입니다. FOMC 의사록이 나온 7시간 후인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에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립니다. 금리 동결을 한 뒤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해 어떤 전망을 내놓을 지가 관심사입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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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지정학 위기입니다. 두 개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주엔 대만 내 새 정부가 들어섭니다. 20일 친미 성향의 라이 칭더 신임 대만 총통 취임식이 열릴 때에 맞춰 중국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이란 대통령이 탄 헬기가 추락한 것도 중동 질서의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요컨대 이번 주엔 디스인플레이션과 지정학 리스크가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Fed 인사들의 발언, 엔비디아 실적이 뉴욕증시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