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든이 중동 확전 안 시킨다"…머쓱해진 유가 상승세 [오늘의 유가]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습에도 국제 유가가 90달러선을 밑돌고 있다. 공습 직후 반짝 상승세도 소폭에 그쳤다. 두 국가간 교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지난 19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41달러(0.50%) 상승한 배럴당 8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21일엔 글로벌 벤치마크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0.21% 상승한 배럴당 87.29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는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으나 직전주 대비로 주간 변동폭은 WTI가 2.94% 떨어지는 등 하락한 채 마감했다.
"美바이든이 중동 확전 안 시킨다"…머쓱해진 유가 상승세 [오늘의 유가]
이후 21일에도 WTI는 배럴당 83.26달러로 오르는 데 그쳤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87.03달러로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 유가는 지난 13일 이란의 드론, 미사일 공격 이전 수준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이란의 시리아 주재 영사관을 공격한 후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 본토에 드론 공습 등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이스라엘은 다시 보복을 위해 전일 이란 영토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추가적인 군사적 충돌 여부를 관망하고 있다. 두 나라의 갈등이 원유 공급을 저해할 정도의 중동 전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 상승폭도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미국 CNN방송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지 않았다며 이번 공격이 제한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원유 거래자들은 또한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이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그가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피하려 하는 만큼 미국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중동 위기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EB의 수석 원자재 애널리스트인 비야른 쉴드롭은 "이번 사태가 완전히 폭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는 데 (미국 대선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희망은 보복 공격의 규모가 줄어들다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美바이든이 중동 확전 안 시킨다"…머쓱해진 유가 상승세 [오늘의 유가]
트레이더들은 또한 2022년부터 자발적 감산을 시행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유를 더 많이 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에너지 리서치 회사인 리스타드의 한 전문가는 "현재 시장에 형성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프리미엄을 제외하면 브렌트유의 기본 가격은 배럴당 83달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주 초 미국 원유 재고가 작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데이터 역시 유가 상승 시 시장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중동에서 또 다시 군사적 공격이 나타나면 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FXTM의 루크먼 오투누가 시장 분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유가격 변동이 글로벌 공급의 3분의 1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강조한다"며 "지정학적 불안이 시장에서 지속될 수 있으며, 이는 유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