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초콜릿 재료인 코코아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장중 1만달러를 돌파했다. 서아프리카 작황 악화로 코코아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다.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코코아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5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 가격은 장중 전 거래일 보다 4.5% 상승한 t당 1만80달러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치다. 이후 코코아 가격은 소폭 하락해 이날 t당 9622달러에 마감했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세 배 이상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129% 급등했다.

코코아 가격이 오른 건 주요 생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 악천후와 작물 질병 등으로 수확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의 약 60%를 차지한다. CNBC는 "전 세계는 60년 만에 최악의 코코아 공급 부족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 투자자들까지 최근 시장에 뛰어들면서 코코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다만 투기에 따른 가격 급등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O)는 2023~2024년 코코아 공급량이 37만4000톤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년 전 7만 4000톤 부족했던 것과 비교해 405% 증가한 수치다.

폴 줄스 라보뱅크 원자재 분석가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며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코코아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줄스 분석가는 그동안 대형 초콜릿 제조사들이 다양한 방식의 ‘헤징(hedging)’을 통해 제품 가격 상승을 제한해왔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칫하면 식품 제조사들이 가격을 그대로 두면서 크기와 중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초콜릿 업계는 오는 31일 부활절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미국 내 제과점들은 초콜릿 바 크기를 줄이거나, 다른 재료로 만든 ‘이스터 에그(부활절 달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웰스파고의 농업·식품 담당 매니저인 데이비드 브랜치는 “지난 한 해 동안 코코아 가격과 기타 제조 비용이 꾸준히 상승한 만큼 이번 부활절에 초콜릿 제품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