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의 공격에도 천연가스 가격 평온한 까닭 [원자재 포커스]
2022년 에너지 위기 때와 상황 달라
중국 수요 둔화…亞 공급 상황도 충분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이 글로벌 천연가스 보안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따뜻한 겨울, 중국 경제 둔화 등에 따른 천연가스 수요 감소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2022년과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동북아시아의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하고 중국 경제는 더 차갑다”며 “이에 따른 한 가지 결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아마도 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운 및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중단으로 유럽이 에너지 위기에 처했던 2022년과 달리 올해는 상당 수준의 재고와 아시아 수요 감소로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이다.

신문은 “최근 미국과 영국군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으로 홍해의 긴장이 고조돼 전 세계 해운을 방해하고 있다”면서도 결론은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앞서 주요 LNG 공급국 중 하나인 카타르는 홍해를 피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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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데이터 제공 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 두 달 동안 아시아 가격은 MMBtu(가스 열량 단위) 당 9.41달러로 40% 이상 하락했다. 지난 1년 동안 절반 이상 떨어졌다. 유럽 LNG 가격은 후티 반군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급등했지만, 이후엔 다시 지난해 여름 수준인 MMBtu당 약 9달러로 후퇴했다.

온화한 겨울과 상당 수준의 LNG 재고 외 올해 LNG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은 또 있다. 중국의 에너지 집약적 중공업의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도 LNG 가격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 최대의 LNG 수입국이다.

카타르의 LNG가 유럽에 도달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미국이 주요 LNG 수출국이 되고 유럽의 재고가 여전히 충분해 과거에 비해 문제가 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스타드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의 LNG 저장 수준은 78%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의 저장 수준은 5년 범위의 상단에 가깝다. 작년 말까지 예상보다 높은 겨울 기온으로 인해 일본, 한국, 중국 등 주요 수입국의 재고 감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료=레피니티브
자료=레피니티브
원자력도 LNG 수요 억제 요인이다. 아르거스 미디어의 아시아 LNG 책임자인 아누 아가왈에 따르면 원전 가동률 상승으로 올겨울 일본과 한국에서 필요한 현물 LNG의 양은 더욱 제한됐다. 아시아의 장기적인 공급 상황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2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을 때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LNG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