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했던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공급망 장애, 고금리, 보호무역주의에 가로막혀 침체기를 맞았다. 2년 전만 해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의 경제성과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그린 프리미엄’을 누렸지만 현재는 ‘그린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신재생에너지 상장사로 구성된 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는 지난 1년간 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증시가 11%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다. 미국 최대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넥스트에라의 가치는 이날 1204억달러(약 158조원)로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4059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기업은 2년 전만 해도 태양광 및 풍력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엑슨모빌 시가총액을 앞지르고 에너지 업종 1위를 차지했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지만 2년 전과 달리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전망은 어둡다. 금리 상승과 공급망 장애, 인허가 지연 등으로 사업 비용이 급증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중국 공급망 문제로 2020년 ㎏당 10달러에서 작년 35달러로 치솟았다.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베팅하던 유틸리티 업체와 브룩필드, 맥쿼리 등 인프라 투자자도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한 발씩 물러서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업체인 덴마크 오르스테드는 미국 뉴저지 연안에서 추진하던 대형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40억달러(약 5조2400억원)를 상각 처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고, 사업 초기 판매 가격을 장기로 고정해놓은 탓에 금리 상승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