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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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이 커진 미국 국채시장의 거래 방식 개편을 두고 규제기관과 시장 참여자간 논쟁이 뜨겁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국채시장의 오작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청산 의무화, 헤지펀드들의 베이시스 거래 규제 강화 등을 제안했지만 시장에선 급진적인 개편은 위험할 뿐 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변동성 커진 美국채규제당국 거래방식 개선 나서

이코노미스트는 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인들이 부채 상한선을 넘긴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을 기술적 디폴트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의 근간이 되는 미국 국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수익률은 모든 자산 가격의 기준이 되는 '무위험' 금리로 통하지만 최근 수익률 변동성이 극도로 커졌고, 유동성도 악화되고 있어서다.

금리 상승과 무분별한 정부 지출로 2013년 12조 2000억 달러(GDP의 71%)였던 미국 부채의 총액은 현재 26조 6000억 달러(GDP의 96%)까지 불어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긴축을 통해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발행을 늘리면서 투자자들은 더 많은 국채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4년 '플래시 크래시(미국채 10년물 금리 폭락)'와 2019년 국채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금리 급등이 처음으로 국채 시장에 이같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2020년 장기 투자자들이 국채를 투매하면서 시장 혼란이 야기됐고, 지난달 중국공상은행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미 국채 결제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규제 당국은 추가 사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작동하는 국채 시장의 문제 범위와 원인을 규명하고, 규제당국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 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 국채 시장은 모든 금융기관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국채를 현물 매수하는 것보다 현금이 덜 필요한 국채 선물 매수를 선호한다. 이때 현물 대비 선물이 고평가돼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한다. 이들은 레포 거래로 자금을 조달한 뒤 더 많은 차익거래로 수익을 확보한다. 헤지펀드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데 일부는 50배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규제당국은 이같은 헤지펀드들이 늘어난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시장충격이 발생했을 때 헤지펀드들이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극도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SEC 제안에 규제당국·투자자 의견 엇갈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앙 청산을 의무화해 국채 및 레포 시장에서 양자 간 거래가 아닌 중앙 거래 상대방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시장 포지션이 투명해지고, 거래 상대방의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SEC는 국채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헤지펀드들은 브로커딜러로 지정해 단순한 공시 요건 대신 더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헤지펀드가 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은 이같은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대표는 "베이시스 거래가 유동성과 가격 신뢰성을 높여 오히려 선물 시장의 수요가 현물 시장의 가격을 끌어내려 재무부의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해준다"고 주장했다.

SEC와 재무부간 의견도 엇갈린다. 최근 미 재무부 차관 넬리 리앙은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구조적 문제보다는 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무부는 국채 시장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유동성이 낮은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이 높은 10년 만기 국채로 교환하는 '바이백 정책'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