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자율주행기술 자회사 모빌아이가 26일(현지시간) 나스닥에 데뷔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38% 상승했다.

모빌아이의 공모가는 전날 저녁 주당 21달러로 결정됐다. 이는 공모가 밴드인 주당 18~20달러를 웃도는 가격이다. 올해 IPO 시장 대어 가운데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며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참여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모가 기준으로 모빌아이의 기업가치는 17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날 시초가 26.71달러에서 시작한 모빌아이 주가는 37.95% 급등한 28.9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모빌아이의 상장은 최근 '빙하기'를 맞은 IPO시장의 흐름을 반영한다. 199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설립된 모빌아이는 아우디, 폭스바겐, BMW, GM, 포드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의 아이Q 카메라,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운전 보조 시스템과 차선유지 기능을 개발하며 성장해왔다.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50억달러로 이스라엘 기업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7년 인텔은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에 인수하며 상장폐지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흑자전환할 것이고 이후 기업가치가 크게 뛸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던 가격이었다. 작년말 인텔이 모빌아이를 분사해 상장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기업가치는 50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 중앙은행(Fed)가 기준금리를 빠르게 큰 폭으로 올리면서 기술주의 기업가치는 하락했고,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현실화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 걸리면서 모빌아이의 기업가치는 인텔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의 영향이 본격화할 내년보다는 올해 IPO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인텔의 지난 5년 투자수익률은 공모가 기준 11.1%에 그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텔에서 분사한 모빌아이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시노뷰스트러스트의 다니엘 모건 선인포트폴리오매니저는 "알파벳의 웨이모 등과 같은 든든한 자금을 확보한 자율주행 업체들과 비교해 모빌아이의 미래가 회의적"이라며 "수익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회사(모빌아이)를 평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빌아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100만달러에서 700만달러로 3분의 1로 줄었다. 모빌아이는 50개 완성차 업체의 800개 모델에 자사의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모빌아이의 IPO로 8억61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 자금을 활용해 회사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인텔은 IPO 서류를 제출하면서 자본집약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이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인텔은 IPO 이후에도 모빌아이 A주를 4626만주 보유하게 되며 추가로 주식을 더 매입할 수 있는 옵션도 갖고 있다. 또한 A주보다 10배의 의결권을 갖고 있는 B주 7억5000만주를 확보해 경영권 분쟁에도 대비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