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까지 배당 증가 폭도 2012년 이후 가장 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상 최대 현금을 확보해온 미국 기업들이 향후에도 주주환원에 적극 나선다면 뉴욕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미국 기업들이 5040억달러(약 57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2년 만의 최대치다. 지난달 애플이 900억달러 규모,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50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 사례다.

배당도 증가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1분기 배당금 증가액은 203억달러(연간 환산 기준)로 집계됐다. 2012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미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는 것은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S&P500 기업들은 지난해 말 기준 1조8900억달러(약 2144조원) 이상의 현금을 들고 있다. 2019년 말보다 25%가량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기업들이 이익을 유보하거나 초저금리를 활용해 채권을 찍으며 현금을 확보해둔 결과로 분석된다.

주주환원 확대가 미국 증시 강세장을 예고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S&P500 기업 중 자사주 매입 실적이 상위권인 100개 기업으로 구성된 S&P500 바이백 지수는 올 들어 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11%)보다 10%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로 증시 조정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주주환원 확대가 주가 부양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게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더 높일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