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정부 공식 트위터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정부 공식 트위터
"이것은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 아니라 지금 당신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런 글과 함께 한 컷의 풍자 만화가 올라왔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뺨을 어루만지는 모습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직접 올린 이 만평은 '전범'인 히틀러와 푸틴이 '닮은 꼴'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히틀러와 푸틴은 전쟁을 일으킨 방식이 닮아있다는 분석이 많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 독일인이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1938년 9월 26일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텐 지역 문제와 관련해 내 인내심은 이제 끝났음을 선언한다"며 "독일인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자유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흘 후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독일과 함께 뮌헨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 지역을 독일에 넘겨주는 데 동의했다. 더 이상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였다. 히틀러 역시 "이것이 유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영토 주장"이라며 침략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약 6개월 후 체코슬로바키아의 나머지 지역을 점령했고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공격하면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푸틴도 마찬가지다. 그는 24일 새벽 5시 50분께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승인한다는 긴급 연설을 하며 "이번 목표는 지난 8년간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롱과 대량학살 피해를 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인들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뜻이다.

돈바스 지역에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해 수립한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선 주민 약 350만 명 가운데 70%가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러시아계는 38%에 달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센터의 도브 자크하임 선임 고문은 워싱턴포스트에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학대하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히틀러가 주장한 내용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히틀러는 유럽 전체를 장악하길 원했고 푸틴은 러시아 제국의 재건을 바라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던 핀란드, 폴란드, 발트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에 위협이 된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블랭크 필라델피아 외교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푸틴은 히틀러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며 "이번엔 뮌헨 회의 없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투입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