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달의 책
옷장 속 ‘침묵의 봄’…당신이 입는 옷은 안전한가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올든 위커 지음/김은령 옮김/부키/2만원


1960년대 발표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환경운동에 불을 붙인 선구적 작품이다. 엄청난 독성을 지닌 DDT 살충제, 안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화학 회사, 길가 잡초에 무차별 농약 살포를 허용한 정부 관료를 고발한다. <침묵의 봄>은 지구의 날이 만들어지고 미국 환경보호국이 설립되는 계기가 됐다. 저널리스트이자 지속가능한 패션 전문가인 저자가 쓴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는 옷장 속 ‘침묵의 봄’에 대한 이야기다. ‘24시간 우리 몸을 감싸는 옷은 과연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패션 브랜드와 화학 회사가 말하지 않는 진실을 추적한다.

옷 한 벌에 때로는 5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가며, 그중에는 암과 불임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도 있다. 그러나 옷의 라벨 어디에도 그런 성분 표시는 없다. 화석연료로 만든 합성섬유에서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원단 자체가 아닌, 염료와 마감 처리다. 방수, 방오, 구김 방지 같은 기능에는 대가가 따른다. 합성섬유 염색에 쓰이는 아조 분산염료는 피부 질환과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의 집 먼지를 분석했더니 모든 집에서 아조 분산염료가 발견됐다. 테플론 코팅 팬과 기능성 옷감에 쓰이는 과불화합물은 이미 미국인 99.7%의 혈액 속에 흐른다. 또 우리는 옷에서 떨어져 나와 집 안 곳곳에 존재하는 유독 먼지를 매일 들이마신다.

문제가 있다면 정부나 규제 기관에서 알아서 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많은 나라에서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화학물질 사용에 상대적으로 엄격한 유럽연합(EU)에서조차 규정을 무시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패션 제품에 든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데, 업계에서는 이 빈틈을 이용한다.
옷장 속 ‘침묵의 봄’…당신이 입는 옷은 안전한가
꿀벌은 인간보다 강하다
마르 클레르 프레데릭 지음/류재화 옮김/뮤진트리/2만원


옛날부터 우리에게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한한 미식의 역사가 있었다. 그 가운데 꿀은 모든 음식 중 유일무이한 것으로, 작은 곤충이 무수한 시간을 들여 만든 것이다. 게다가 바로 먹어도 될 정도로 이미 다 준비된 음식이다. 이렇게 완벽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꿀벌 덕분에 우리는 꿀을 따고 애용해왔다. 꿀벌은 언제 어디서나 늘 존중받았다. 심지어 이집트 파라오 시절부터 교황의 시대를 거쳐 나폴레옹 1세에 이르기까지 숱한 군주 사회의 상징적 문양이 되기도 했다. 그런 벌이, 오늘날에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주체가 되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해온 꿀벌의 운명이 어쩌다 이렇게 위태로워졌을까. 이 책은 이제 생태학적 도전의 중심에 서게 된 꿀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았다.
옷장 속 ‘침묵의 봄’…당신이 입는 옷은 안전한가
해냈어요, 멸망
윤태진 지음/메디치미디어/1만6000원


입으로는 환경을 걱정하면서 정반대 행동을 일삼는 지구인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감 가득 일상 에세이. 저자는 멸망을 대하는 인간의 감정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5단계로 따라가면서 디테일하게 살핀다. 지구의 죽음을 앞둔 우리의 상황을 인간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감정 변화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지구 멸망 혹은 인류 멸망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현실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며 분노한다. 가끔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작은 노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뒤에는 어김없이 실패와 좌절이 따라온다. 하지만 저자는 5단계 감정 사이에 은근슬쩍 지구를 살릴 낮은 가능성을 심어두었다. 그가 바라본 인간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내는 ‘대단한’ 존재다. 마음만 먹으면 그 뛰어난 능력을 지구를 지키는 데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