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칼럼
[칼럼] 자발적 탄소시장, 어디로 가고 있나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원래 탄소시장은 1997년 교토의정서를 기점으로 출발해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같은 규제시장(CCM)이 주축이었다. 규제시장은 배출 감축이 주요 목표였는데, 현재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는 있어도 추가적 감축에는 한계가 있었다. 추가적 온실가스배출 감축을 위해 자발적 탄소시장이 탄생했다.

1997년 영국 NGO인 퓨처 포레스트의 나무 심기를 시작으로 활성화된 자발적 탄소시장은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에서 나온 감축량을 크레디트로 가치화해 거래하는 곳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데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고, 2021년에는 20억 달러로 급증했다. 맥킨지는 2030년 자발적 거래시장이 50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런데 2023년 1월 독일 주간지 <디 자이트>에 따르면, 현재 탄소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플랫폼인 베라가 인증한 크레디트의 90% 이상이 실제 배출 감소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과학 잡지 <사이언스> 8월호에서는 산림 상쇄 프로그램이 상당히 과대평가되었다고 진단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플랫폼이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자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구매를 철회하고 무더기로 소송에 나섰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표준화된 계약이 거의 없어 크레디트에 대한 신뢰 문제가 계속 제기된 상태였다. 프로젝트 개발자, 인증자 및 구매자 사이에 대규모 정보 비대칭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투명성 문제도 제기되었다. 이에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자발적 탄소시장 크레디트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6개 크레디트 플랫폼은 인증제도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또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2021년 자발적 탄소시장 발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SVCM), 자발적 탄소시장 청렴위원회(ICVCM), 2023년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를 만들어 진화에 나섰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탄소시장은 단기적으로 신뢰를 회복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5월에 발표한 국제전략연구센터(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제적 흐름은 탄소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민간 자발적 시장을 정부가 설계하고 조정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은 신뢰가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자발적 탄소시장 사례에서 다시 보여주고 있다.

김영우 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