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바뀐 KT&G…출범도 전에 위기
KT&G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1대주주(6.93%)인 기업은행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사장 후보(사진)에게 사실상 ‘반대’하는 의사를 밝혀서다. 2대주주(6.31%)인 국민연금도 민영화된 옛 공기업의 지배구조에 의문을 품고 있는 터라 KT&G 신임 사장 후보에 대한 치열한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공시된 KT&G의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따르면 이달 28일 주총의 핵심 의제는 ‘이사 2명 선임의 건’이다.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내정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과 사외이사인 임민규 이사회 의장이 대상이다.

순조로울 것 같던 이사회 구성에 중요 변수로 등장한 것은 기업은행이다. 6년 만에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했다. 기업은행은 2018년 백복인 사장 연임에 반대할 때도 사외이사 후보를 내기 위해 주주제안을 했다. 하지만 당시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중립’으로 한발 물러서며 불발에 그쳤다.

이번 기업은행의 주주제안은 6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KT&G 이사회가 행동주의 펀드 FCP의 요구 사항인 집중투표제를 수용하면서 불가측성이 높아졌다. 집중투표제는 말 그대로 다수의 이사직에 대해 주주가 그 자릿수만큼 복수의 투표권을 특정 이사에게 몰표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KT&G는 집중투표제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묶어서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같은 집중투표제는 전례 없는 일이다.

기업은행은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에게 지분율만큼의 몰표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사장 후보인 방 수석부사장은 기업은행으로부터 단 한표도 받을 수 없다. 외국계 투자자들 역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FCP의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1, 2대주주와 외국계 투자자까지 방 수석부사장이 아니라 주주제안으로 오른 사외이사에게 표를 집중시킬 경우 신임 사장안이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로부터 절반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행동주의 펀드와 무관하게 KT&G의 장기적인 경영 성과를 위해 주주제안을 했다”며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와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