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관련 정보 공시는 유럽에서 선도적으로 추진돼 왔다. 2014년 유럽연합(EU)은 비재무정보 공시에 관한 유럽의회·이사회지침(NFRD)을 공표했다. 대상이 되는 글로벌 기업은 2017년 이후 인적자본을 포함한 비재무정보 공시가 의무화됐다.2021년에는 유럽위원회(EC)가 인권, 인적자본 등 무형자산의 정보 공시 규정을 담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EU 각국에서는 인적자본 공시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적자본만을 다룬 별도 보고서를 내는 기업도 늘고 있다.EC는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을 위해 환경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준거해 각 산업과 기업에 엄격한 구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별 인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유럽 내 인재 재배치도 준비 중이다. 또 기업에 인재의 리스킬(직무 능력 향상)과 업스킬(새로운 능력 교육)을 반강제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등 산업 대전환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한발 앞서 국제적 룰을 마련해 새로운 시대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미국, 투자에서 인적자본 정보 중시2020년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에 대한 공시 규제(Regulation S-K)를 개정했다. SEC는 ‘레귤레이션 S-K’(비재무정보)의 공시 항목을 변경하고, 미국 상장기업에 대해 ‘폼 10-K’(유가증권보고서에 해당)에서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만들었다. 또 2021년 6월에는 인적자본 8개 항목의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제정했다.그동안 SEC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개 규정에 따라 직원 수 공개는 의무화했지만, 실질적 인적자본 정보 공시는 요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적자본 경영연합회는 SEC에 강제력을 지닌 정보 공시 규정을 수립할 것을 요구해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투자자도 최근 기업가치 제공에서 인적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이전에는 강제력 있는 실질적 정보 공시 구조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국제표준화기구(ISO)를 비롯한 임의의 정보 공시 프레임워크가 먼저 수립됐다. 그러나 인적자본 경영연합회의 압력으로 2020년 8월 SEC가 인적자본 정보에 대한 공시 규제를 도입하면서 미국 내 모든 상장기업은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가 개혁에 인적자본 넣은 일본2020년부터 일본은 인적자본 경영을 국가의 최고 아젠다로 설정하고 있다. 이토 구니오 히토쓰바시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인적자본 경영연구회는 2020년 ‘인재판 이토 리포트’에 이어 2022년 5월 ‘인재판 이토 리포트 2.0’을 발표했다. 인적자본 경영을 논의한 결과는 통칭 ‘인재판 이토 리포트’로 발간하며, 이를 근거로 인적자본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2021년 6월에 정리한 ‘성장전략점검’에서는 ‘인적자본 경영과 정보 공시’가 총리의 직할 안건이 됐고, 경제산업 외에도 투자자와 증권거래소를 감독하는 금융청이 정책 수립에 관여하게 됐다. 이에 따라 총리가 주도하는 ‘새 자본주의 그랜드디자인 실행계획위원회’에서 인적자본을 중심으로 한 비재무정보 공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해 8월 내각부는 ‘인적자본 가시화 지침’을 수립하고 대응 방향과 구체적 지표 등을 제시했다.2022년 8월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32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는 인적자본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경제산업성과 금융청의 지원을 받아 설립 총회에 많은 경영자가 참여했다. 이는 2023년부터 인적자본 정보 공시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한 영향도 있지만, 기업 경영자 스스로 주도적으로 인적자본 아젠다를 새로운 경영 과제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일본의 인적자본 공시 규정을 심의하는 금융심의회의 자료에 따르면 유가증권 보고서에는 인적자본과 다양성 정보를 충실히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는 일본의 모든 상장기업이 인적자본 정보 공시에 나서고 있다. ○인적자본 정보 공시 툴 ‘ISO 30414’이런 세계적 흐름에 따라 ISO는 글로벌 기준에 맞춘 인적자본 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것이 ‘ISO 30414’다. ISO 30414 규정 작업에 참여한 미국 HCMI의 CEO 제프 히긴스는 “인적자본 공시를 위해 ISO 30414는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즉 ISO-30414에 따라 공시를 준비하면 각국에서 요구하는 인적자본 공시에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ISO 30414는 권장하는 인적자본의 정량적 측정 지표를 세트로 제공할 뿐 아니라 구체적 계산 방법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도 용이하다.미 의회는 기업의 직원에 대한 투자 공시를 의무화하는 ‘노동력 투자공시법’을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ISO 30414를 대체하는 새로운 규정을 수립하지 않는 한 ISO 30414에 준거해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오랜 심의 기간을 거쳐 2021년 6월 17일 하원을 통과했다.자금과 매출, 이익 등은 재무정보다. 아이디어나 기술혁신을 창출할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고 영입하는지는 비재무정보에 속하며, 그중에서도 인적자본 항목에 들어간다. 많은 기업이 외부에 공시하는 각종 보고서나 경영 계획에서 인재 전략을 설명하고, 어떻게 기업가치를 높여갈 것인지 언급하고 있다. 또 홈페이지에서 기업의 미션, 비전, 핵심 가치(MVC)를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각자 방식으로 인적자본 정보를 공개해왔다. 하지만 ISO 30414가 등장하면서 인적자본 정보 공시가 표준화, 정량화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ISO 30414를 토대로 인사 데이터를 정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소장
“풍부한 이용자를 바탕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생활화, 일상화를 이끌겠습니다.”육심나 카카오 ESG사업실장(사진)이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 2분기 개인용 ESG 플랫폼인 ‘같이그린’을 선보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이 플랫폼을 내놓기 위해 카카오는 지난해 이용자 환경 기여 지표인 ‘카카오 카본 인덱스(KCI)’를 선보이는 등 친환경 활동을 계량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카카오T에서 전기 택시와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카카오페이, 카카오톡에서 전자문서를 활용하면 친환경 활동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매해도 지표를 올릴 수 있다.이 지표에 개인별 보상을 결합한 것이 같이그린의 핵심이다. 육 실장은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아이템, 할인·기부 쿠폰 등을 ESG 지표 달성 보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력사들과 함께 탄소배출권, 포인트 등의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카카오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친환경 활동을 풀어내기에 적합한 플랫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앱 시장 조사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4102만 명으로 1위였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도 B2C 사업을 하고 있어 소비자 접점이 많다. 육 실장은 “사내에서도 인사 평가 기준 중 하나인 ESG 핵심성과지표(KPI)의 적용 범위를 최고경영자(CEO)에서 임원 대상으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카카오톡의 장점을 살린 또 다른 ESG 사업들도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는 2022년부터 5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DX)을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시장별 카카오톡 채널을 만드는 방법으로 단골 관리와 디지털 마케팅을 돕고 있다.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카카오의 강점은 풍부한 이용자입니다. 카카오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도 이용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을 내놓는다면 사람들의 친환경 활동을 빠르게 지원할 수 있습니다.”육심나 카카오 ESG사업실장이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 2분기 개인용 ESG 플랫폼인 ‘같이그린’을 선보이겠다”고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개인만의 ESG 지표와 친환경 활동 보상을 동시 공급해 누구나 탄소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선보이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카톡처럼 친환경 활동 읽는 시대 온다카카오는 개인별로 친환경 활동을 정량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인 같이그린을 준비하고 있다. 올 2분기 출시가 목표다. 이 플랫폼을 내놓기 위해 카카오는 지난해 이용자 환경 기여 지표인 ‘카카오 카본 인덱스(KCI)’를 선보이고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의 친환경 활동을 계량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카카오T에서 전기택시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 카카오페이나 카카오톡에서 전자문서를 활용하는 경우,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등을 자체 친환경 지표로 산출했다.같이그린은 이 지표에 개인별 보상을 결합한 형태다. 카카오는 전기차·태양열 이용 정도를 플랫폼에 우선 반영한 뒤 다른 친환경 활동으로 영역을 넓히기로 했다. 카카오톡에 같이그린을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육 실장은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에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아이템, 할인·기부 쿠폰 등을 ESG 지표 달성 보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협력사들과 함께 탄소배출권, 포인트 등의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카카오는 기업·소비자간 거래(B2C)로 친환경 활동을 풀어내기에 적합한 플랫폼 자산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앱 시장 조사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102만명으로 1위였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도 B2C 사업을 하고 있어 소비자 접점이 많다.육 실장은 “사내에서도 인사 평가 기준 중 하나인 ESG 핵심성과지표(KPI)의 적용 범위를 최고경영자(CEO)에서 임원 대상으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사내에서도 친환경 활동을 장려하겠다”고 말했다.전통시장과 대학가도 잇는다카카오톡의 장점을 살린 다른 ESG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는 2022년부터 5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DX)을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시장마다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어 단골 관리와 디지털 마케팅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회원(친구) 수 1000명을 넘긴 채널엔 인증패도 준다. 유튜브가 구독자 수에 따라 ‘실버버튼’, ‘골드버튼’ 등을 지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육 실장은 “전국 전통시장 1400여곳 중 111곳에 DX 사업을 했다”며 “올해엔 시장 참가 신청을 한시 모집에서 상시 모집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전통시장과 대학가를 이어주는 일도 시작했다. 카카오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해 16개 대학 학생들의 전통시장의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20대 청년층의 유입을 늘려 장년층 고객 위주인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겠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지난해 DX에 성공한 전통시장들을 우수사례로 정리한 뒤 이를 다른 시장에 알리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정보기술(IT) 개발자들이 직접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테크포임팩트’ 사업도 확장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KAIST, 개발자 커뮤니티인 모두의연구소 등을 지원해 다중 혈당 측정 앱,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용 AI 영상 분석 기술 등을 선보이는 데에 성공했다. 육 실장은 “올해엔 지속 가능성이 높은 지원 프로젝트를 골라 5~10개를 동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