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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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반토막 났는데 CEO는 DJ 파티
당신이 몰랐던 골드만삭스의 속사정
당신이 몰랐던 골드만삭스의 속사정
!["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17924.1.jpg)
요즘 골드만삭스는 다릅니다. 월가의 쟁쟁한 투자은행들 사이에서 유독 이익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자들은 잘 나가는데, 골드만삭스는 실적도 망가지고 주가도 부진하고, CEO인 데이비드 솔로몬도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월가의 황제, 대체할 수 없는 1위 자리만 차지하던 골드만삭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요?
골드만 삭스의 화려했던 위상
!["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17929.1.jpg)
금융 뿐만 아니라 정계에 대한 영향력도 대단했죠. 1960년대 헨리 파울러 전 재무장관을 비롯해 빌 클린턴 시절의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 조지 부시 시절의 재무장관이었던 헨리 폴슨, 트럼프 정부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브 므누신까지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고문인 스티브 배넌, 트럼프 사단의 실세로 불렸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미국 밖에서는 리시 수낙 영국 총리도 골드만삭스 출신입니다.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경제 정책을 주무른다는 의미에서 '거버먼트 삭스(goverment sachs)'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실적이나 외형면으로 볼 때도 골드만삭스는 항상 1위였습니다. 골드만삭스 CEO는 월스트리트 연봉 1위를 차지했고, 2000년대 골드만삭스의 ROE는 연간 40%를 웃돌아 경쟁사보다 2배나 높았습니다. 당시 골드만삭스의 임직원 수는 2만2000명정도로 모건스탠리나 메릴린치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러니 임직원 1인당 벌어들이는 돈이 경쟁사보다 두 배 씩은 많았고 그만큼 연봉도 비교할 수 없게 높았습니다. 월가의 모든 뱅커들이 선망하는 직장이었죠.
!["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17933.1.jpg)
예전의 위상을 잃어버린 골드만삭스
그런데 지금 골드만삭스에 쏟아지는 비판은 예전과는 색깔이 사뭇 다릅니다. 예전에는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모습, 너무 잘 나가는 것에 대한 견제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골드만삭스는 왜 이렇게 비틀대는거야? 돈 냄새 하나는 기가막히게 맡았는데, 왜 이제는 돈을 못 벌고 있는거지? 라는 의심어린 시선에 더 가깝습니다.!["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17938.1.jpg)
!["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17940.1.jpg)
물론 변명은 있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기업공개(IPO)도 많이 안하고, 인수합병(M&A) 건수도 적어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건 다른 월가 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월가에서 보는 골드만삭스의 문제는 야심차게 진출했던 소비자 금융 부문에서 실패했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2016년 개인 소비자 금융부문을 강화하려고 설립자인 마커스 골드만의 이름을 딴 '마커스'라는 플랫폼을 출범합니다. 2000년 체이스 은행과 합병한 JP모건이 소매금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골드만삭스도 소매금융 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어 2018년 데이비드 솔로몬 CEO가 취임하면서 가계 부문 대출을 많이 늘렸습니다. 2019년에는 애플과 손잡고 애플카드를 출시해 신용카드 사업을 늘렸고, 같은 해 대부 전문 업체인 유나이티드 캐피털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금리가 오르면서 이렇게 늘린 대출들에 부실이 쌓였다는겁니다. 가계 대출 부문을 빠르게 늘리려다보니 위험관리 노하우가 부족했고, 그러다보니 고객들의 연체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 골드만삭스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3%에 육박해 미국 대형 카드발급사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17941.1.jpg)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매금융 부문에서 빠르게 손을 떼고 있습니다. 올 초에는 '마커스'를 통한 개인 대출을 중단하고 매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대부전문 업체 유나이티드 캐피털을 팔았고, 소매금융 확장을 위해 인수했던 그린스카이도 매각하려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함께 만든 애플카드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 넘기려는 중입니다. 한 마디로 소매 부문의 실패를 인정하고 원래 잘하는 고액자산가 관리나 M&A IPO같은 딜 업무로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내부에서부터 흔들리는 골드만삭스
!["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17942.1.jpg)
직원 이탈도 많이 생깁니다. 올 8월에만 골드만삭스 파트너 세 명이 사직서를 내고 다른 곳으로 이직했습니다.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31만2000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실적이 부진하다보니 전년 대비해서 25% 가까이 깎인거에요. 게다가 올해 2분기까지 실적 나오는 것 보니 올해도 임금이 오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성격나쁜 건 인정해도 돈 못 버는 건 인정 못하는 골드만삭스 직원들은 이직 행렬에 나서고 있습니다. 월가 헤드헌터들 사이에서는 "골드만삭스 고위직들은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데, 헤트헌터의 연락에 이렇게 호의적으로 반응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까지 있다"고 놀라워하는 수준입니다.
위기에 처한 솔로몬 CEO, 골드만 반전시킬 수 있을까
!["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17943.1.jpg)
여기에 올해 2월에 골드만삭스가 어닝쇼크 수준의 실망스러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직원들도 대거 자르겠다고 말한 뒤에 솔로몬은 바하마로 향하는 제트기를 타고 베이커스 베이라는 호화 리조트로 향했거든요. 주주들은 속 터지는데 자기는 호화롭게 놀아서 문제냐? 물론 그것도 미웠을 수 있어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솔로몬이 이 리조트에 투자하고 있거든요. 골드만삭스의 CEO를 하면서도 다른 기업의 운영에 참여하는 셈입니다. 이해관계 충돌이 있을 수 있는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골드만삭스의 공식 입장은 솔로몬이 리조트를 운영하는 기업에 한자릿수 수백만달러. 즉 우리 돈으로 몇십억에서 몇백억원정도 투자하고 있을 뿐이며 연간 8시간 이하정도만 리조트 사업에 신경을 쓴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 직원이나 투자자 입장에선 곱게 보이지는 않을 해명입니다.
!["연봉 깎이는 건 못 참지" 줄퇴사…잘나가던 회사에 무슨 일이 [나수지의 뉴욕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17944.1.jpg)
애널리스트들은 골드만삭스의 '태세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간 손해를 많이 보던 사업을 접었으니 실적이 개선되고, 골드만삭스가 소매금융부문 매각을 통해 얻은 현금으로 주주 환원을 늘릴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습니다. 사업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많은 변화를 꾀하고있는 데이비드 솔로몬은 수렁에 빠진 자신과 골드만삭스를 구할 수 있을까요? 골드만삭스의 영광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