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투자 트렌드
대만 먀오리현에 있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포모사. 사진=AP 연합뉴스
대만 먀오리현에 있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포모사. 사진=AP 연합뉴스
폭우에 이은 폭염 등 이상기후에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촌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 지난달부터 남유럽과 미국 남부에선 40℃가 넘는 폭염이 일상이 됐다. 역대 최고기온을 넘나드는 기상이변에 여러 국가가 동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경우 지난 7월 낮 최고기온이 53.3℃나 됐다. 캐나다는 사상 최악의 산불에 시달렸다. 이미 7월 중순까지 약 900건의 산불이 발생하며 통제 불능 상태에 접어들었다. 아시아도 상황은 비슷했다. 중국에서는 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저지대 기온이 52.2℃에 달하는 등 중국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연이은 폭염에 전력 수요 역시 사상 최고치다. 펄펄 끓는 고온에 맞서 에어컨 등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탈리아 로마에선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폭염 대피소로 방공호를 개방한 중국의 경우 5개 성에 전력을 공급하는 중국남방전력망 전체 네트워크의 통합 부하가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곳곳에서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셧다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이유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역대급 전력난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매년 강도를 높여 반복되는 이상기후 여파로 성장하는 산업이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커지는 경고음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

덩치 커지는 풍력, 30% 폭풍 성장 예고

이미 유럽 국가들은 신재생에너지에 ‘올인’하고 있다. 거대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데다 전력망 위기에 맞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서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사용량의 45%를 수소·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확보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지난 2021년 기준 22%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가파르게 높이는 셈이다. 업계에선 이를 위해 EU가 매년 100GW 규모의 태양광·풍력발전 시설을 새로 지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럽만의 얘기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에너지 연구 기관 로키마운틴연구소(RMI)는 전 세계 전력 생산량 중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기존 12%에서 오는 2030년 33%까지 확대될 것으로 봤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풍력발전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NEF, ACP(American Clean Power) 등 주요 청정에너지 연구 기관은 IRA 시행으로 미국의 신규 풍력발전 설치량이 2023년 8GW 수준에서 2027년에는 20GW 수준으로 연평균 약 27%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부른 전력난…풍력발전에 주목하라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관리 정책에 따라 풍력발전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를 이끄는 애플·MS·구글 등 기업이 202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로 하는 한편, 이들은 공급망 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을 촉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들 기업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업은 RE100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자 하나, 이들 국가는 전력공급 조달 옵션이 제한적이라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장 어려운 곳으로 평가받고 있어 대만·한국 정부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단지 개발을 해법으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만 정부는 ‘2025 에너지전환’이라는 정책 목표로 전체 풍력발전의 80%를 해상풍력발전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한국 정부도 지난 3월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현재 국내 풍력발전설비 누적 설치량(1.8GW) 대비 10.7배 확대한 19.3GW를 확보할 계획을 공개했다”며 “해상풍력발전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외 기업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에 진출하는 동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7년까지 300M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며, 한화는 우이도 남동측 해역에 400MW급 해상풍력 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다만 풍력을 테마로 한 투자상품의 성과는 여전히 부진하다. 대표 풍력 상장지수펀드(ETF)인 FAN(First Trust Global Wind Energy) ETF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2.3%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고금리·고물가 환경이 풍력 프로젝트의 지연을 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ESG 투자에 나선 투자자라면 지지부진한 풍력 테마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후환경, 정책 호재가 관련 기업의 실적 성장을 받쳐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안으로 떠오른 원전 투자법은

‘원전’도 전력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꼽히는 에너지원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름철 무더위로 국내에서도 대형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탈원전 기조의 변화도 원전 투자를 뒷받침하는 이유로 꼽힌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전에 대한 정책기조가 유화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이 아니다”라며 “유럽의 많은 나라가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폴란드·체코·루마니아·영국 등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며, 원전 강국 프랑스에서는 원전 6기를 2035년까지 새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또 “독일 등 예외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세계 원전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폭염이 부른 전력난…풍력발전에 주목하라


그러면서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혹은 최소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저탄소·고효율 에너지원이라는 특징 때문”이라며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3차 신재생에너지 지침(RED III)에서 전략적 용도에 한해 원자력을 녹색에너지원으로 승인한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원자력 관련 주식과 상품에 투자하는 각종 ETF는 이미 자금 순유입과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핵에너지와 관련한 VanEck Uranium+Nuclear Energy ETF(NLR)의 경우 최근 3개월간 8.91%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밖에도 연초 이후 10% 넘는 수익을 내고 있는 Global × Uranium ETF(URA), Sprott Uranium Miners ETF(URNM) 등의 수급과 수익률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