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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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관심 밖이었던 바이오 업계에 바이오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원한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상장 7일만에 시가총액 400억원을 넘겨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지속적인 매도세에 억눌렸던 수급에도 간만에 숨통이 트였습니다. 지난달 바이오액티브 ETF의 상장이 기사화되면서 발 빠르게 매수에 가담했던 자금까지 감안하면 최근 한 달간 바이오 수급과 지수 상승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의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가 주식시장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상품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상품은 바이오 헬스케어 주식을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ETF로 일종의 펀드입니다. 먼저 액티브라는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다음으로 상품의 형태가 ETF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액티브하게 운용한다는 점이 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을까요? 액티브 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대말인 패시브 운용의 의미를 알면 쉽습니다. 패시브 운용은 미리 설정된 지수를 충실히 추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를 매수했다면 코스피200을 매수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됩니다.

반면 액티브 운용은 사전에 설정된 지수보다 높은 수익율을 얻기 위해 특정 종목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등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우드가 운용하는 'ARKG ETF'가 대표적인 바이오액티브 ETF입니다. 이 상품은 참조하는 지수 없이 바톰업(Bottom-up·개별 종목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캐시우드의 종목 선정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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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도 운용역이 선정한 주요 종목의 편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운용성과의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을 일률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데요.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ETF에 편입된 종목 중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바이오텍이 많지 않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운용역이 성장성 높은 바이오 산업 중에서 될 만한 종목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운용해 주기를 원합니다. 톱10 종목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의 '액티브'한 운용 전략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죠.

액티브 ETF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건 'ETF'라는 포장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바이오라는 설설 끊는 해장국을 튼튼하고 커다란 ETF 솥에 담아냈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바이오주는 신약 개발이라는 높은 변동성과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 ETF는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 낮은 변동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일종의 펀드입니다. 취급위험 물질처럼 여겨온 바이오 주식을 ETF로 단단히 포장해 투자자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 겁니다.

바이오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컨센서스(의견합치)가 형성돼야 하는데, 아직도 미국 금리 정책당국은 금리 인상 폭을 두고 논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고점 부근이라는 인식은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 지수는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다만 과거와 달리 투자자들은 싼 주식을 무조건 담기보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 과정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약 개발의 낮은 성공확률과 높은 변동성을 이해하는 투자자라면 바이오 투자는 반드시 포트폴리오로 대응해야 합니다. 또 단기적인 변동성을 이겨낼 수 있는 장기적 투자 관점이 요구됩니다. 모든 성공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몇 번의 경영 위기를 경험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전략은 빛을 발하기 마련입니다.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는 이런 점에서 바이오 시장의 흐름과 투자자의 마음을 꿰뚫어 본 상품으로 평가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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