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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종목탐구
사우디 네옴시티 수소 생산시설 수주
美 ESG 정책 최대 수혜주
네옴시티 순풍 탄 에어프로덕츠, 탈탄소 열풍 타고 순항 [글로벌 종목탐구]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 에어프로덕츠가 사업 영토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나섰다. 산업용 가스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인 수소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의 성과로 한국 투자를 결정하며 아시아 진출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

◇사우디와 메가 딜 체결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에어프로덕츠(종목명 APD)는 전날보다 3.55달러(1.2%) 하락한 292.6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5%가량 떨어졌지만 지난 12개월간 24% 상승했다.

194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설립된 에어프로덕츠는 질소, 수소, 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를 제조한다. 가스 생산 설비를 짓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통합 공급망을 구축해왔다. 현재 50여개국 이상에 750여개 가스 생산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을 접견해 한국에 대한 수소 설비투자를 선언하기도 했다.

월가에선 에어프로덕츠가 장기 투자에 적합한 종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서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순이익률은 13.7%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자본적지출(CAPEX) 비율은 연평균 15.3%를 기록했다.

안정성을 기반으로 수익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어프로덕츠 매출은 2020년 88억달러에서 지난해 127억달러까지 치솟았다. 평균 20년짜리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인프라 산업 특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네옴시티 순풍 탄 에어프로덕츠, 탈탄소 열풍 타고 순항 [글로벌 종목탐구]
네옴시티 순풍 탄 에어프로덕츠, 탈탄소 열풍 타고 순항 [글로벌 종목탐구]
에어프로덕츠가 도약한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세계 최대 가스 생산 단지를 구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람코가 원재료를 제공하면 에어프로덕츠가 이를 가스로 가공해 아람코에 제공하는 식이다. 지난해 완공된 뒤 정상 가동 중이다. 2035년까지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어프로덕츠는 연이어 사우디와 세계 최대 수소 생산단지를 구축하는 계약을 2021년 맺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미래 프로젝트인 ‘네옴 시티’의 일환이다. 총 50억달러를 들여 202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30년간 에어프로덕츠가 이를 운영한다.
2019년 6월 에어프로덕츠가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수소 충전소를 개장했다. 왼쪽부터 사헬 압둘자와드 킹 파드 석유광물대학 총장, 세이피 가세미 에어프로덕츠 최고경영자(CEO),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 사진제공=에어프로덕츠
2019년 6월 에어프로덕츠가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수소 충전소를 개장했다. 왼쪽부터 사헬 압둘자와드 킹 파드 석유광물대학 총장, 세이피 가세미 에어프로덕츠 최고경영자(CEO),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 사진제공=에어프로덕츠
◇美 ESG 정책의 최대 수혜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계약을 기반 삼아 에어프로덕츠는 미국 수소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가스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의 탈(脫)탄소 정책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일 미 투자은행(IB) TD코웬은 ‘올해 최고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종목’ 중 하나로 에어프로덕츠를 꼽았다. 후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경쟁사에 비해 앞선 수소 제조 역량 때문이다. 물을 전기 분해해서 나오는 ‘그린 수소’를 비롯해 화석 연료에서 생산된 ‘블루 수소’ 등 청정에너지 생산 역량이 다른 기업에 비해 탁월하다는 평가다.

TD코웬은 투자자 서한에 “다른 경쟁사에 비해 수소 생산역량이 가장 뛰어나다”며 “단위당 생산 비용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탈탄소 정책에 가장 적합한 기업이라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청정 수소 생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95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네옴시티 순풍 탄 에어프로덕츠, 탈탄소 열풍 타고 순항 [글로벌 종목탐구]
수소 정책에 발맞춰 에어프로덕츠는 미 텍사스주에 미국 최대 그린 수소 생산 설비를 짓고 있다. 2027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건설 비용 40억달러 중 에어프로덕츠가 부담한 금액은 8억달러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과 주 정부의 지원금을 활용해 재무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양쪽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지정학적 위험도 줄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TD코웬은 이에 대해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수록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며 각자도생에 주력한다”며 “화석연료가 중요한 지역의 수소 시장을 선점한만큼 수소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